저는 왜 다른 아이들과 다를까요?
학교 생활 적응기
막막했다.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 시간이었다.
아이는 공부를 해야 했고 학교라는 사회에 일원으로 있어야 했다. 착석만 된다면 어떤 것이든 상관없다는 그 태도에 도움반이나 특교자 신청까지 이야기하는 엄마의 마음을 이해해 주기 바라는 것은 사치였다.
지금 우리에게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이사 후 전학, 대안학교 진학, 홈 스쿨링 같은 회피적인 대안은 경제적 사정으로 불가능했다. 결국엔 담임이 바뀌던지, 아니면 그냥 보내는 수밖에 없었는데 교육청 민원, 국민신문고에 신고를 하는 지루한 싸움을 생각지 않은 건 아니었으나 그 사이에도 아이는 학교에 등교를 해야 하고, 앞으로 계속 다녀야 할 학교에서 유난스러운 엄마와 이상한 아이가 되어 새로운 어려움을 겪는 것 또한 감당이 어려웠다.
안 그래도 그 사이 학부모 임원단들 사이에 그반 엄마들이 유난을 떨고 교장실에 찾아갔다더라 하는 억울한 소문이 났다는 이야기가 나의 귀에 까지 들렸다. 다행히 학부모 회장과 친분 있는 지인이 있어, 지구의 사정을 좀 전달해 달라고 하고 오해는 풀리게 되었지만..
지구는 교실 내에 이방인으로 떠돌고 있었으며, 담임은 그것을 보호해 줄 의지도 능력도 없었다. 학교에서 지구를 돕기 위해 애쓰시는 분은 위클래스 선생님이었다. 다행히 상담실은 지구 교실과 마주 보는 곳에 있었기에 위클래스 선생님을 담임 삼아 그날그날의 이야기들과 약물 복용 후 상황을 파악하게 되었다.
어느 날 교실을 이탈한 지구가 우유창고 앞에 있는 것을 발견하셨다고 한다. 깜깜한 우유창고 앞에 있는 지구에게 "깜깜한데 무섭지 않니?"라고 물었더니 지구가 "선생님 저는 왜 몸이 마음대로 조절되지 않을까요?"
"저는 왜 다른 아이들과 다를까요?"라고 물었다고 한다.
지구는 냄새에 예민하다. 미지근한 우유의 비린맛이 싫어 학교 우유급식도 먹지 않는다. 급식 당번일 때 우유박스를 가져다 놓을 때 냄새가 지독해서 구토가 나올 것 같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싫어하는 장소 앞에 서서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다른 아이와 내가 다르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의지로 통제되지 않는 몸을 가진 작은 아이. 부모에게 이야기도 하지 못하고 자기 자신과 싸워 나가는 지구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약을 잘 먹이고, 응원과 지지를 보내주는 것뿐이었다.
약 복용 한 달가량이 지나고, 어렵던 적응의 시기를 지나자 지구의 몸은 안정을 찾았다. 착석도 잘 되었으며 수업시간에 상담실을 찾지도 않았고, 책을 펴고 공부를 한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도 전달해 들었다.
식욕이 떨어지고, 올라오는 불안감을 잠재우려 머리를 쓰다듬는 틱이 생긴 것도 약 복용 후였다. 오후 6시 정도까지 한 두 숟가락의 밥만으로 연명하고, 머리가 빠져 정수리가 휑해졌지만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기에 맞은 약을 찾았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었다.
지구의 순탄한 생활이 시작되자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발견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