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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 써 봄 Mar 14. 2024

쌍둥이 키워봤어?

안 키워 봤으면 말을 말아.

쌍둥이를 낳았다. 내 생에 쌍둥이의 엄마가 될 것이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배만 45인치 너무나 꼴 보기가 싫어서 만삭에 사진 한 장 안 찍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글감 하나를 잃었다.

자연 분만하고 싶었으나, 역아였던 첫째 덕분에 수술을 하였다.

단태아, 쌍태아, 자연분만과, 제왕절개 모두를 겪으며 임신과 출산으로  겪을 수 있는 모든 것들을 겪어보게 되었으니 이번 생의 가장 큰 업적이 아닐까?


처음에 낳았을 때에는 한동안 이름 텍을 떼지 못했다. 나도 첫째인지 둘째인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 둘이 어린 시절 바뀌었으나 알지 못하는 걸 지도 모른다.


자는 자세도 같았던 그들

남편이 출근하고 아이가 어린이집 등원버스를 타기 전까지 엘리베이터 없는 빌라에 살던 나는 언제나 가슴이 두근거렸다.

목도 못 가누는 둘을 데리고 갈 수 없으니 어린이집 버스를 기다렸다가 얼른 태우고 돌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찰나의 2,3분이 영겁과도 같았던 그때. 애들이 울면 나도 같이 울던 그 시절이 지금은 추억이 되었다.


마! 내가 쌍둥이 엄마다.

동갑인 두 아이를 키우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들은 어떤 면에서는 얼굴처럼 굉장히 취향이 비슷하기도 했으며 어떤 부분은 전혀 다르기도 했다.


한 명이 울면 또 다른 한 명이 울고, 사고를 칠 때면 2배가 아니라 3배를 치는 그들..

저지레도 2배


같은 취향의 것들은 서로 싸웠으며, 다른 취향의 것들은 둘 다 해줘야 하는 아이러니.

같은 장난감을 두 개 살 때의 아까움이란.


쌍둥이는 같은 존재가 아니다. (물론 일란성인 그들은 DNA도 똑같지만) 얼굴이 좀 닮았을 뿐 둘째와 셋째인 그들은 언제나 쌍둥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지낸다.

그렇기에 참 미안한 순간들도 많았다. 둘이 같이 묶어 지내다 보니 한 명이 못하면 다른 한 명은 포기해야 하는 경우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엊그제 방과 후 신청을 둘이 같은 과목으로 한 것을 두고 막내가 얘기했다. "나 한자 하고 싶었던 이유가 둘째랑 다른 과목 하고 싶어서였는데.."


다른 반으로 배치받았기에 방과 후는 같이 해도 된다는 생각은 엄마의 단순한 시각이었던 것이다.


든든한 친구이기도 하지만  경쟁자 이기도 한 그들.

쌍둥이라 공평하게 둘 다 많이 안아주지도 못했고, 막내라고 특별한 이쁨도 받지 못했던 둘

아침마다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엄마지만 엄마 냄새가 제일로 좋다며 수십 번씩 와서 냄새를 맡고 돌아가는 그 아기들에게 뭘 하고 있나 싶은 적이 많다.


쌍둥이 육아에서 서바이벌을 겪고 있는 건 아마도 내가 아니라 그들일 게다. 집에서도 무한 경쟁체제로 지내는 그들을 진정한 슈퍼파워로 인정하고 싶다.


그래도 그만 싸우면 안 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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