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2년 차를 보내고 있다. 소꿉놀이 같던 신혼 시절. 해본 적도 없는 음식을 해내느라 쩔쩔매던 그때 요리책을 펼쳐두고 늘 고심하며 저녁 메뉴를 신중하게 만들어냈던 때를 지나 아이 셋의 엄마가 되었다. 그것도 아들 셋.
우리 애들은 아주 잘 먹는 애들은 아니다. 워낙 입맛이 까다롭고, 예민한 아이들. 스치는 냄새에도 구역질을 하는 그들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해 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 집의 엥겔 지수는 높은 편이기에, 먹거리 가격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는 장바구니 물가.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지금 시기에. 한창 자라는 5학년 2학년 아이들의 식단 고민은 어느 집에나 있을만한 사정이다.
뻔한 주머니 사정에 줄일 수 있는 것은 간식비, 외식비 밖에 없으니. 간식은 감자, 고구마, 옥수수등 구황작물로 하기로 하고, 외식은 한 달에 한 번만 하기로 못 박았는데.
특히 간식을 좋아하는 우리 막내가 며칠 전 오열을 하며 "과자가 먹고 싶어"라는 웃픈 일까지 있었다.
복용하는 약 때문에 점심을 거의 먹지 못하는 아이들이라 아침은 꼭 먹여 보내려고 노력한다. 그나마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이 김밥이라서 아침에 자주 김밥을 싸는데 단무지를 가정용으로 하나씩 샀더니 번거롭기도 하고,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결국 내가 선택한 것은 업소용 단무지. 그 녀석이 우리 집으로 들어왔다.
그 후로 줄줄이 우리 집에 들어오기 시작한 업소용 제품들.
그들은 기본이 kg으로 시작한다. 그나마 그 정도는 되어야 몇 번은 먹을 수 있기에. 비 자발적 큰손이 되어 오늘도 장바구니를 채운다.
오렌지도 1박스, 탄산수도 1박스, 라면도 1박스 잘 먹는 집 아이들은 얼마나 더 많이 먹을지 상상이 안되는데 곧 다가올 사춘기가 두렵다.
결국 내가 아이들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은 글을 열심히 써서 팔자를 펴는 수밖에 없다.
출간 작가가 되는 그날을 향해 글도 대용량 • 업소용으로 준비해 두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