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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팥님 May 12. 2023

모양새에 실망하지 않습니다

엄마가 내게 알려준 것들 .



어릴 때부터 엄마는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멋들어지게 차려진 육첩밥상은 아니었지만 매번 제철 나물 요리가 밥상에 올랐다. 나는 나물보다 계란반찬을 더 좋아해서 계란을 더 많이 먹었지만.



초등학생 때 소풍날이 떠오른다. 설레는 마음으로 도시락을 열었는데 내 도시락은 왠지 거무죽죽한 김밥이 보였다. 건강한 흑미밥으로 싼 김밥이었다.


우리 집은 흑미밥이 섞인 김밥을 먹는 게 당연했고 맛있어서 불평한 적은 없었는데 막상 친구들의 오밀조밀 하얀 김밥을 마주하고 있으려니 좀 입술이 삐쭉댔다.


오색이 찬란한 뿌요뿌요가 친구들 가방에서 나왔을 땐 좀 기대했다. 마트에서 이걸 꼭 넣어달라거 했었기 때문에 하지만 역시 나의 가방엔 데미소다 사과맛이 들어있었다. (언니는 늘 오렌지 쌕쌕이 었다고 한다.)


아무도 내 김밥에 대해 뭐라 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조금 달라 보이는 것이 불편했다.


"그냥 튀지 않게.. 좀 예쁜 걸로 똑같이 해주지 ㅠㅠ"

우리 엄마에게도 고민 거리였을 테다. 아예 안 먹일 수는 없고 피할 수 없는 것들 사이에서..

아이가 좋아하는 걸로 선택하면 좀 더 쉬웠는데


어린아이의 기를 살려주는 음식 모양새가 아니라서 실망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 돌아보면 엄마는 늘 옳은 선택을 했다.


누군가의 가치는 눈으로 보이지 않아서 마음으로 느껴야 한다. 항상 건강에 덜 해로운 것으로 선택하는 엄마의 기준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간다. 내 선택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어 나도 내 몸에 이로운 제철 음식과 가까운 삶이 좋다.

화학 비료 없이 유기농 땅에서 자란 모양이 삐뚤어진 채소를 보고 있노라면. 유기농법을 선택한 농부의 투박한 손길에서 느껴지는 진심이 나에게 오래 남았다.

최근 엄마랑 딸기를 따러 갔다
생협 실무자 초청 잔치에 나온 밥

건강하고, 이롭고, 오래오래가는 것


먹는 것을 너머 내 삶에서 채우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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