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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식물, 날아야 하는 새

by 진중현


이지영 작가의 작품들을 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6월 8일까지 해남 '목신의 숲'에서 전시회를 합니다. 목신의 숲에서는 해남 토종 씨앗연구자가 운영하는 곳이기도 하답니다. 그런데, 씨앗연구자를 만나는 대신에 우연히 전시회를 보게 되었습니다.


'탐조보태니컬 아트전'을 진행하는 이지영 작가의 작품들은 서양화가이면서도 자연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식물과 새와 사랑에 빠진 작가입니다. 우리 주변에 있는 식물과 함께 할 수 있는 작은 새들, 텃새들이 주요한 주인공이더군요.


제 연구실에 그림이 하나 있으면 했는데, 방문자들이 그림을 보면서 생각할 수 있는 이미지를 생각하다 보니, 마땅히 좋은 그림들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참 좋은 작품을 만났구나 했습니다.


이지영 작가의 작품을 감히 어찌 평할 수 있겠습니까. 다만, 제 감상을 조금 적는다면, 그의 그림의 여백과 수채화 터치들이 동양화적 요소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세밀 소묘화 같지만, 사실은 관념적이라고도 생각했습니다.


새의 모습을 포착하기는 매우 어렵죠. 직접 관찰하려면 기껏해야 눈과 럼프(꼬리깃과 털)의 모양과 색, 부리, 그리고 날아다니는 모습 정도로 파악할 따름이죠(대학 때 잠시 활동한 야생조류연구회에서 주워들은 귀동냥 수준입니다).


그러하니, 그녀의 새는 작가에게 남긴 인상입니다. 그렇게 남은 여러 인상들과 각도가 여러 마리의 새들에게서 보였습니다. 새에 대한 사랑과 애정이 듬뿍 담겨 있다는 것을 단박에 알았습니다. 그런데, 작가가 스스로 애정을 표현한 어느 작품에는 새가 없었고, 그것은 오로지 한 색조의 식물이었습니다.


작가의 말로는 그것이 작가가 가장 힘든 시간에 그려진 것이라고 했습니다. 추측컨대, 식물은 그녀에게 생명을 주고, 새는 그녀가 다시 날아오르도록 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저는 사실상 처음으로 작품을 구입했습니다. 2024년작 '산사, 동고비'입니다. 전시회를 마친 후 배송을 해 주신다고 했습니다. 좋은 작품으로 계속 활동해 주십시오. 저에게 '처음'을 주신 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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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nwoori.com/news/articleView.html?idxno=215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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