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요리는 들어봤는데,
분자육종은 모르겠다

분자육종, 그것도 참 세련된 것 맞습니다

by 진중현

'분자요리' 들어봤는지요?


위키피디아를 찾아보니, '분자요리학'이란, '음식의 질감과 조직, 요리과정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새로운 맛과 질감을 개발하는 일련의 활동을 말한다.'라고 합니다.

996D1B3359EEC7D619.png '분자요리'는 과학과 요리가 만나는 미식 요리의 정점에 있다. 사진 출처: https://www.finelfc.com/622


저는 늘 이런 생각을 해 봤습니다. 주방에는 요리사가 있고, 농장에는 농민이 있다. 그런데, 요리를 하는 셰프가 재료를 과학적으로 조리한다면, 셰프는 오히려 농작물을 개발하는 육종가와 더 닮았다. 강레오 셰프는 좋은 재료를 찾아다니다가, 농업과 아주 친밀한 셰프로 유명합니다. 강레오 셰프는 곡성의 (주)미실란 이동현 대표와도 친밀하게 각종 농산물 재료에 대한 탐색을 함께 하곤 합니다. 좋은 재료를 활용해서 음식을 내어 놓는 것, 좋은 유전자를 버무려서 종자를 개발하는 것과 어떤 면에서 매우 유사하지 않은가요? 그래서, 종자를 개발하는 사람들을 '육종가'라고 하여, 뒤에 '-가'를 붙여 예술가적 위상을 부여합니다.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191206000663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종자를 개발하는 '육종' 중에서도 '분자육종'에 대한 진실과 오해를 어디선가 한 번은 일반인들에게 설명해야 하지 않을까 해서입니다. 분자마커 활용 육종이 품종 개발에 얼마나 유용했는지를 '일반인조차'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일반인들은 DNA니, 분자마커니 하는 단어가 생소하게 느껴지거나, GMO와 혼동하여 부정적인 자세를 취하기 일쑤입니다. 그러나, 기술과 목표에 대한 몇 가지 포인트를 이해한다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분자마커 또는 분자표지란, 원래 생물체 세포 내에 존재하는 DNA가 함유한 유전자 지도를 그리고 (다른 말로, 유전자의 위치를 알고), 그것을 추적하고자 꼬리표가 되는 유전자와 걸쳐진 염기서열을 증폭해서 확인하는데 활용되는 것입니다. 결국, 분자마커가 생물체 자체를 변형시키는 것도 아니고, 그 생리에 아무 영향도 미치지 않는 것임을 일반인들이 알아야 합니다.


다운로드.jfif 그림 출처https://m.blog.naver.com/chammaja1/100194907067

위에서 지구본을 볼까요? 우리가 지구본에 각 지역을 표시하려면, 위도와 경도를 그리듯이, DNA상에도 그러한 작업이 있어야 유전자의 위치를 알 수 있습니다. 즉, '마커 또는 표지'라는 것은 용어 그대로 DNA라는 '생물정보의 길(road)'에 점을 찍어 주는 것인데, 실제로 DNA에 찍는 것이 아니라, DNA 상에 있는 어떤 특이적인 염기서열을 '랜드마크'로 인식하고 확인하는 것에 활용되는 것입니다.


당연히 사람의 경우에도 분자마커는 자주 활용됩니다. 친자확인 소송을 할 때, 'DNA 분석을 한다'라고 하는데, 이 분석을 할 샘플을 원래 사람에게서 떼어낸 세포를 활용하고, 그것을 화학분석하듯이 분해하고 DNA 상의 염기서열 차이를 특정부위의 정보로 설계된 분자마커로 확인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분자마커를 활용해서 친자확인을 한 그 아버지와 아들의 건강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죠.


https://www.mk.co.kr/news/it/view/2013/09/894087/


식물을 개량하는 육종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분자마커를 활용합니다. 사람의 경우와 유사점이라면, 식물들 간에 얼마나 유사한가 다른가를 평가하는 데에 활용된다는 것이며, 다르게 활용되는 것이라면, 이 식물이 우리에게 유용한 유전자가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고 찾아내고 판정하는데 활용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요컨대, 분자마커를 사람과 다른 생물에 활용할 때의 차이점이란, 분자마커 자체의 문제가 아닌, 필요성과 목적에 따른 것일 뿐입니다.


세상에서 '분자육종'이라는 말을 GMO를 만드는 것과 분자마커를 활용하는 육종을 모두 포함하여 활용해 온 경우도 있어서, 몇몇 사람들은 이 둘을 잘 구별하지 못합니다. 내가 학교에서 육종학자 자리에 지원할 때에도 '분자육종'과 '전통육종'을 심의하시는 분들이 혼동한 것 같았습니다. 또, 분자육종이 DNA만 활용하면 다 분자육종인 줄 아는 분들도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분자'란 꼭 음식에서 '분자 음식'이라고, 아주 섬세하고 세밀한 차이를 극대화하여 표현한 음식이 있는 것처럼, '분자'라는 말은 '섬세하고 세밀한'이라는 의미를 전달하는 단어로 이해하는 편이 더 낫습니다. 따라서, '분자육종'이란, 분자적인 수준에 다다르는 '아주 세밀하고 섬세한 형질과 특성을 연구하여 활용하는 육종'이라고 정의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GMO와 분자마커를 활용하는 육종이 모두 포함될 것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전통육종'이라는 범주는 '변이의 탐색-> 변이의 창출-> 변이의 도입과 활용-> 변이의 고정-> 종자의 증식과 평가'라는 일련의 체계를 기반으로 하는 것으로, 오히려 기법보다는 그 체계에 해당하는 말입니다. 남재작(에코타운)의 brunch도 좋은 글입니다.


https://brunch.co.kr/@ecotown/261


이렇게 써 놓고 보니, 얼마 전 이주량 박사님이 기고한 '전통농업과 디지털농업'을 구별하는 방식과 비슷하게 여겨집니다. 전통육종과 분자육종은 서로 배치되는 개념이 아닙니다. 전통육종은 체계요, 분자육종은 섬세한 기술 체계를 의미한다고 보는 편이 더 이해가 쉽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분자마커를 활용하는 육종'은 단지, 전통육종을 그저 더 정밀하고 섬세하게 보는 육종에 불과함을 알 수 있습니다.


http://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3288&fbclid=IwAR2Qpr8PyE5xnVNKE2dDPMFHyg9gsCyRGDVEk9M73dNfhyG-FDYRJrdBw7k




그렇다 보니, 분자마커 활용 육종은 이미 탐색하였거나 개발된 유전자원이 존재할 때에만 활용이 가능한 기법입니다. '유전자원'이란 단순한 식물체가 아닙니다. 그 안에 무엇이 활용 가능한지를 명시할 수 있을 때만이 '자원'이 되며, 그것은 DNA적으로, 특성적으로 프로파일링이 되어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인간에는 훨씬 많은 자원과 인력을 투입하였던 것인데 반해, 어쩌면 지구 상에서 더 큰 의미가 있을지 모르는 수많은 생물의 DNA와 RNA, 단백질, 그리고 그것의 표현형적 데이터를 집적하는데, 더 적은 비용으로 많이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https://www.earthbiogenome.org/


위 링크를 한번 보지요. 세상의 모든 종을 다 염기서열을 분석하자고 합니다. 실제 이 작업은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광우병의 프리온에서, 조류독감의 인수공통 전염병에서, 섭식 과정에서 발생한 기생충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수많은 미생물이 사람과 사람이 아닌 존재간에 교류한다는 점에서, 유전자들은 어느 한 종안에서 이해하는데 제한되기 때문에, 이것은 의미 있는 작업입니다.


실제로, 내 경험에 벼의 인산 흡수 관련 가장 중요했던 유전자인 Pstol1은 처음에 두 개의 exon으로 되어 있는 jumping gene 계열의 유전자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쥐 등 다른 동물의 유전자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서 분석해 보니, 한 개의 exon으로 되어 있는 의미 있는 유전자로 예측되고, 그것이 실제 하였음을 알았습니다.


https://academic.oup.com/plphys/article/156/3/1202/6108728


결국, 우리 유전자들은 우연히 사람 안에서, 벼 안에서 그렇게 기능을 하고 있을 뿐이지, 이 유전자들은 다양한 종 안에서 다르게 또는 유사하게 기능을 하게 됩니다. 여기 또 다른 아주 재미있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중국의 연구팀이 사람의 비만 유전자를 쌀과 감자에 도입하였더니 생산량이 증가하더라는 것입니다. 꼭 이러한 방법으로 GMO를 만들어 상용화하는 문제는 별도의 이슈입니다 (이것은 나중에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https://nownews.seoul.co.kr/news/newsView.php?id=20210826601014


재미있는 것은 사람의 유전자가 식물에서 어떻게 기능을 하고, 우리 눈에 보이느냐 하는 점입니다. 나는 GMO가 유전자의 기능을 밝혀주는 것이라는 점에서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연구개발의 경제성 측면에서 볼 때, 이다음 단계의 연구가 계속 그런 연구로 진행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미 벼 안에도 그것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유전자가 있을 수도 있고, 우리가 아직 검토하지 않은 수많은 야생벼, 재래벼, 기타 등등 벼과에서도 그런 유전자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것을 비교하고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세상에는 매우 많은 '비교유전체학' 관련 소프트웨어 분석 툴이 있습니다. 저는 학생 시절, 아니 지금도 다음의 tool을 많이 이용합니다. 한 예입니다.


https://gramene.org/


이 모든 변이를 모두 한 번에 찾아서 활용할 수 있다면 정말 멋있는 일이 될 것이고, 이 유전자들이 각 생물체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알 수 있다면, 더더욱 재미있는 상상을 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유전체 정보를 가장 방대하게 확보하고 있는 데이터베이스는 역시 미국 보건원(NIH) 소속의 NCBI database입니다. 아래 링크를 눌러보면, 얼마나 많은 생물들이 유전체 분석이 되고 공개되었는지를 볼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 64,886개의 데이터 세트가 올라와 있군요.


https://www.ncbi.nlm.nih.gov/genome/browse#!/overview/


나는 많은 수의 재래벼와 논에서 가끔 이상하게 변형되는 잡초벼, 그리고 여러 나라의 벼 품종, 그리고 벼의 친척들을 공부합니다. 이 안에서도 굉장히 많은 유용한 유전자 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어떤 유전자일지 추측할 만큼 많은 양의 데이터도 축적되고 있는데, 나는 그 공을 세상의 많은 생물정보학자들에게 돌리고 싶습니다. 현재까지 가장 괄목할 만한 성과는 역시 국제벼연구소와 중국 농업과학원(CAAS)이 함께한 3000 품종 유전체 분석 데이터베이스입니다. 이것으로 벼에 대한 엄청난 유전자원 해석이 가능하게 되었지요.


https://www.genesys-pgr.org/subsets/27f41bd8-c98b-401c-b689-de1a411f1410


우리 육종가들은 그 정보를 적극 활용해서, 기존의 자원들을 프로파일링하고, 정말 좋은 유전자가 무엇인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그것을 교배로 도입한 후, 분리하고 있는 식물들을 섬세하게 '분자표지'를 활용하여 추적하면 시간, 공간, 비용면에서 효율이 급증합니다.


여기에 1년에 몇 차례나 기를 수 있는 세대촉진 기술이 결합되면 금상첨화입니다. 중국은 세대촉진 기술을 스마트팜에 접목하여 8회를 기른다고 합니다. 저도 국제벼연구소에서 이런 고민을 해 봤는데, 아열대 기후에서 월동이 되면, 온실에서도 2년에 7회 촉성재배가 가능한 것까지 확인해 봤습니다.


http://kr.people.com.cn/n3/2021/0826/c207467-9888376.html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288670634_Throughput_Rice_Molecular_Breeding_System_Development_at_IRRI

Marker-assisted-breeding-service-in-greenhouse-left-and-in-the-field-right_W640.jpg 진중현(2015) Journal of the Korean Society of International Agriculture 27(5):551-563

우리나라도 이런 기술이 없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모든 요소는 다 준비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그것을 체계화할 시스템과 리더십, 그리고 정책적 후원이 매우 필요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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