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 품종 개발을 위한 스마트 기술

물 많은 가을 논을 보고, 현실밀착형 스마트 농업이 뭘까 잠시 생각해 봄

by 진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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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 없이~'

우리나라 애국가 3절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가을이 되면, 하늘이 높고 구름이 없다고 하는데, 요즘 우리 하늘은 구름이 참 많지요. 구름이 이쁘죠. 어릴 적 애니메이션에서 보던 구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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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정확하게 같은 위치에서 방향만 바꾸어 다른 쪽을 찍었습니다. 구름이 회색빛이 많은 뭉게구름입니다. 비구름이라는 이야기겠지요. 요즘 사람들이 같은 시군 내에서도 몇 Km만 이동해도, 비가 오락가락한답니다. 그런데, 비도 조금 내리는 가을비가 아닙니다. 천둥번개를 동반하는 벼락같은 비가 많이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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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벼를 평가하고 품종을 개발하는 벼 육종 포장입니다(보통은 '농장'이라고 알고 있지만, 농장은 'farm'이고, 농장 안의 식물이 자라는 공간을 'field(포장)'라고 하여 구별합니다). 가을이면 땅이 말라야 하는데,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새벽에 천둥번개와 함께 갑작스러운 소나기로 저렇게 되었습니다.


미처 나가서 볼 틈도 없는 묘한 시간대였고, 공교롭게도 배수로도 막혀 있었지요. 그 짧은 시간에 저렇게 물이 차고 말았습니다. 가을에 비가 저렇게 오게 되면, 벼의 대가 물러져 '도복'(벼가 쓰러지는 현상)이 일어나, 연구에 많은 지장을 줍니다.


이 포장은 객토를 한 후, 비료를 아주 적은 양만 주어, 비료효율 관련한 연구를 진행하는 특수한 포장입니다. 그리고, 가급적 물을 잘 대지 않아서, 보시다시피 유기물이 형성된 흔적이라고 볼 수 있는 흙색이 아닙니다. 붉고 황토물이지요? 심지어 잡초도 몇 개만 아주 힘들게 자라고 있는 포장입니다.


어떤 분들은 '아니, 잡초도 잘 안 자라는데, 벼가 어떻게 저리 자랐어? 거짓말 아냐?'라고 하시겠지만, 잡초는 벼와 함께 자랄 때 더 잘 자랍니다. 그들 안에서 자라야만 하지요. 잡초들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나약한 존재입니다. 야생의 경쟁에서 밀려나, 원 주인이 살고 있는 속에서 조금씩 몰래 자라는 것이 잡초입니다.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비둘기와 참새 등을 생각해 보면 됩니다.




이 논을 보면서 어서 물을 말려야 할 텐데... 하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만약에 우리 논에 자체적으로 강수량과 논의 물높이를 측정하는 센서가 제대로 구비되어 있었더라면, 저는 추석 마지막 연휴를 충분히 즐기고, 제 연구에도 문제가 없었겠지요.


그리고, 저렇게 논이 푹 젖는 상황이 되더라도, 토양 수분을 조속히 말려 줄 수 있는 일종의 시스템이 있다면, 토양 내 산도와 유기물 함량 등이 잘 조절되어, 결과적으로 연중 메탄가스 발생 총량도 최소화시킬 수 있었을 것입니다.


http://www.fao.org/faostat/en/#data/GR/visuali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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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도 링크를 했던 것입니다만, 국제식량농업기구(FAO)에서는 벼 생산성에 대한 통계자료를 검색하기 위하여, 구글에 'fao rice productivity'라고 하면, FAOSTAT로 연결되면서, 이 자료를 디폴트로 보여 줍니다. 각 나라별 논에서의 메탄 발생량이지요.


우리나라, 중국, 인도, 일본, 동남아, 미국, 브라질은 논토양에서 메탄 발생 '악당국'입니다. 다른 나라들은 논이 아예 없거나, 비료를 덜 쓰거나 해서 데이터가 부족해 보입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북한을 포함한 다수의 저개발 국가들도 메탄 발생량이 매우 높은 수준임을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온실가스를 저감하는 농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이에 맞는 품종을 개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과거에는 '식량의 생산성'하면, 궁극적으로 '칼로리를 높이는' 방법을 의미했습니다.

출처: FAO

2000~2002년 데이터이므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몇 국가들의 값은 달라졌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자료처럼 쌀이 '식량으로서의 가치'를 얼마나 갖는지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표가 없네요.


방글라데시는 전체 칼로리 필요량 중 72%를 쌀에서 얻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쿠바는 21% 정도 되네요. 우리나라와 북한은 30% 정도 되는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식생활이 20년이 지난 지금, 크게 달라졌으므로 그 비율은 많이 낮아졌지만, 당시 일본이 이미 가장 낮은 수준에 접근했었다는 것을 기준으로 보면 현재는 20% 내외가 아닐까 추측합니다.


그렇다면, 쌀은 여전히 우리에게 20%의 에너지를 아주 싼값에 제공하는 소중한 작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쌀 대신에 소고기, 돼지고기, 생선, 닭고기, 빵, 간식 등으로 나머지 에너지를 공급받으려면, 훨씬 더 많은 가격을 지불하는 것이기 때문에, 쌀이 아주아주 나쁜 식품소재라고 확실한 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수천 년을 먹어오면서, 이 정도의 인구와 문명을 개척한 것도 쌀을 재배하는 문명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가당치도 않은 가정이지만), 쌀은 상당한 비중의 칼로리를 아주 저렴하고 충실하게 제공할 것입니다.


아래 한 블로그에서 따온 표를 보면, 쌀은 100칼로리를 얻기 위하여 0.04달러가 드는데, 캔으로 된 소고기는 1.25달러, 요리가 잘된 채소 요리 세트는 2.78달러나 됩니다. 자그마치 같은 열량을 얻기 위하여 70배의 가격을 지불하게 되는 것입니다.

ngcb42 출처: https://lenpenzo.com/blog/id17348-comparing-the-costs-of-various-emergency-food-supply-options-2

우리나라의 상황이라고 크게 다를 것 같지는 않습니다. 자연환경을 보존하고 저투입 넷 제로 농축수산 생산을 하면서, 우리 사회를 지속 가능하게 발전시키려는 노력은 상호 모순되는 듯하면서도 함께 추구해야 할 가치라고 전제해 보면, 여전히 쌀을 주식으로 꾸준히 선택하고 활용하는 것이 최선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열량만이 식품의 전부라고는 할 수 없지만, 기본적으로 열량이 부족해지면, 전체 식생활 균형이 무너지게 되고, 영양부족에 의한 건강의 악화가 더 심각하게 고려되어야 하기 때문에 중대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식량자급률이 46% 정도 되며, 곡물자급률은 21% 된다고 하니, 수치를 감안하면, 80%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고, 결국 세계 식량상황에 대하여, 관심을 안 가질 수 없는 상황입니다.

https://www.khan.co.kr/economy/economy-general/article/202105181507001

결국, 우리나라가 메탄 발생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 중 하나라고 하더라도, 함부로 쌀 생산량을 줄이거나 하면 안 될 상황이라고 보입니다. 아니, 이미 충분히 쌀 생산량은 줄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농업생산성은 농지의 면적과 단위면적당 생산성의 곱으로 표현된다고 일단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 와서 5년 동안 10만 ha 정도 준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에도 매년 전체 농지 면적이 자연적으로 1% 정도씩 감소하고 있었으니, 최근에 와서 가속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농지 중에서도 주로 벼농사를 짓는 논의 감소가 그 추세를 주도한 것으로 보입니다.

https://www.nongmin.com/news/NEWS/POL/GOV/319957/view

"농식품부는 ‘2018~2022년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에서 2022년 곡물자급률 27.3%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150만㏊ 정도의 농지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지금 추세로는 2022년까지 150만㏊를 지키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농민신문 2020.2.6.


농지의 면적이 여러 가지 이유로 계속 준다면, 결국 경지의 단위면적당 생산성을 높이는 전략이 더 필요해지며, 그것은 기후변화로 오히려 생산성 감소가 예상되는 시점에서, '기후변화 대응 및 생산성 증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쌀 시장을 보고 있자면, 단지 '기후변화'와 '생산성'이라는 두 가지 화두만 가지고 충분한가 고민이 됩니다. 사람들은 점점 더 많은 쌀을 온라인 구매를 하며, 상품을 지역별, 품종별, 기호도별로 골라서 사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프레젠테이션1.jpg 소비자는 다양한 관점에서 쌀을 골라서 팔고 사고 있습니다. 인터넷 데이터 수집 후 가공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를 파악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쌀이 어떻게 팔리고 있는지를 실제 시장에서 관찰하는 것입니다. 2016년에 아내에게 저런 표를 하나 만들어 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아내는 이마트(가장 쉬운 시장이어서 고른 것이지 특정한 것이 아닙니다)가 쌀을 어떻게 팔고 있는지를 조사해 줬고, 저는 그것을 저렇게 표로 만들어 봤습니다.


각 지역별로 특정 품종이 선도하고 있고, 소비자들은 이미 품종을 인지하고 가격차이를 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절대 불패하는 품종도 있었고, 유기농과 소포장이 가격에 미치는 영향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브랜드 특수미들은 더 높은 가격으로 팔리고 있었죠(2016년의 시세인데, 지금은 그 양상이 더 강화되었습니다).

프레젠테이션1.jpg 브랜드 특수미는 일반 쌀보다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차별성이 있는데, '품종'과 '기술'이 핵심입니다.

이제는 소비자가 더 많은 품종을 찾는 데다가, 여기에 안전성과 문화적 다양성까지 포함된 품종까지 기꺼이 비싼 값을 지불하면서 구입하고 있습니다. 즉, 쌀의 가격이 올라가는 다양한 요소가 발굴되고 있다는 것이고, 그것은 쌀에서도 '관여도(소비자가 상품의 차이에 대해 가격을 기꺼이 지불하려는 정도)'의 원리가 작동한다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제5강_푸드트렌드.jpg '관여도'를 이해하여, 쌀의 차별화 전략을 유도해 볼 필요가 있다. 출처: 진중현 교수 강의자료

요즘 온라인에서 쌀을 어떻게 구매하는지 한번 찾아봤습니다. 제가 세종대 교수여서 그런지, '세종라이스'가 저와 아무 상관이 없는데도 눈이 확 가더군요. 그런데, 쌀에 대한 설명과 좋은 쌀의 포인트를 정확하게 짚고 계신 것 같아 소개해 봅니다.

https://www.coupang.com/vp/products/5101427965?itemId=6949978180&vendorItemId=74242439725&q=%EC%A2%8B%EC%9D%80%EC%8C%80&itemsCount=36&searchId=35a36a0e9d204a258a09f0978443c053&rank=4&isAddedCart=

제목 없음.jpg '좋은 쌀'이 갖춰야 할 조건을 모두 기록해 놓으신 것 같습니다. 저는 이 내용에서 벼 육종가가 어떤 쌀을 만들어야 할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출처:쿠팡 온라인


결국, 좋은 쌀은 '기후변화', '생산성'에 더하여, '소비자 선호 쌀'이라는 변수까지 모두 고려해야 할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잠시...


이 글의 제목은 '품종을 위한 스마트 기술'입니다. 그러나, '소비자 선호'가 외면된 품종은 의미가 없지요. 이것은 각종 스마트 기술 중에서도 쌀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 분석, 쌀 소비유통 체계, 그리고 수확 후 관리체계에 대한 부분이 될 것인데, ICT 융복합 기술 측면까지 확장되어, 이것은 품종 개발자가 모두 고려할 상황은 아닐 것 같습니다. 그러나, 고품질 쌀을 개발하기 위한 일부 스마트 기술은 생각해 볼 수 있겠지요.




품종 개발을 위한 스마트 기술, 또는 디지털 기술은 무엇일까요? 요즘은 '스마트 농업', '정밀농업', '디지털농업' 등의 용어를 활용하여, 기존의 IT 기술과 정보 기술이 농업과 결합되는 목표 또는 그 추세를 설명하는 것 같습니다.


그 용어 간 차이는 세세하게 파고드는 재미도 있겠으나, 저는 최근에 이주량 박사님의 견해가 가장 좋았습니다. 전통농업과 스마트농업에서의 혁신을 이야기할 때, 주의할 점이 있다는 것이었죠.

https://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3288


저는 품종을 개발하는 '육종'의 체계와의 유사성을 많이 봤습니다. '종자'는 모든 '작물 산업'의 시작이기 때문에, 사실 종자를 개발하는 육종가는 관련 작물 산업의 전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지 않고서는 성공적인 품종을 개발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꾸준히 공부하고 동향을 분석하고 파악해야만 하지요. 기술적으로 뛰어난 육종가 중에 '나는 많은 교배를 했다'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을 종종 만납니다. 그러나, 저는 오히려 '교배의 수를 줄이라'라고 하지요.


더 적은 수의 교배를 적절하게 하고, 그것을 변이를 발굴할 수 있는 최소한만 유지하면서, 효과적으로 선발하는 것이 더 좋은 육종이 아닌가 하고요. 말이 쉽지, 1개의 종자를 심으면, 1년 뒤 1,000개의 종자가 됩니다. 성공적인 육종이란 '최고의 가치를 갖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가장 적은 비용과 시간, 인력을 활용하여, 생물 내 변이를 활용하여,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는 전략 및 기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나름 정리해 봅니다.


아래 그림은 내가 좋아하는 그림인데, 국제벼연구소의 Achim Dobermann 박사가 부소장 재직 시절에 '글로벌 벼 육종 시스템'을 개발하면서 활용한 그림입니다. 현재까지 세계 쌀 생산성의 증대가 어떻게 이루어져 왔는지를 한눈에 보여주고 있습니다.

f2vaZNlQQXCdSMnjZzN07rP06_4.jpg 쌀의 생산성은 '목표', '기술'과 '전략'의 3박자가 갖추어져서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다. 기술 없는 목표는 허망하며, 전략 없는 기술은 멍청하다.

이 생산성 증대가 이루어지는 동안, '소비자 기호성'을 제외한 모든 요소가 고려되었다는 것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실제로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연구도 2000년대에 꾸준히 이루어졌습니다(필자는 당시 기후변화 관련 벼 개발 연구의 실무담당자였습니다). 1990년대에는 현대에 와서 재조명되는 질소와 인산 이용효율에 관한 연구도 함께 이루어졌으니, 사실 기술적인 관점에서 총을 쏘기 위한 총알은 대체로 마련되어 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일개 연구소와 학자가 연구한 내용 모두가 성공을 이루었다면 얼마나 행복하겠는가요. 전략 없는 기술은 멍청하며, 기술 없는 목표는 허망합니다. 이 연구소는 오랜 기간 동안, 세계에서 모인 유수한 학자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목표와 전략을 수립하고, 적정기술에 맞춰 가능성을 가늠하면서, 해당 기술의 발전을 위한 집중력을 가져왔습니다.


그렇게 하여 얻어낸 대표적인 성과가 침수에 강한 Sub1 벼였으며, 이후에 인산 결핍에 강한 Pup1, 침수 직파에 강한 AG1, 염해에 강한 Saltol을 비롯한 다수의 형질을 발굴하고, 그것을 품종화하였습니다. 이외에도 건조, 고온, 저온, 각종 병충해, 기후변화에 따른 품질변화, 이에 따른 사회문화적 영향, 여성의 역할, 건강기능성 강화 등에 대하여, 연구영역을 넘나드는 통합적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8강_재미있는쌀이야기.jpg 침수에 강한 벼. 17일 이상 벼가 물에 완전히 잠겨도 배수 후 회복하여 생산성을 보인다. Bill Gates가 그의 저서,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에서도 소개하였다




남재작 박사와 종종 통화를 하는 과정에서, '정밀농업'이라는 단어가 더욱 친숙해지고 있습니다. 남재작 박사가 추석을 맞이하여, '홍사훈의 경제쇼'에 나와 우리 농업의 미래를 말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한 시간 정도 되는 이야기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들었습니다. 더 현실적이고 귀에 와닿고 느껴지는 말을 해 주셨다고 할까요?

https://vertical.kbs.co.kr/popup.html?source=episode&sname=vod&stype=vod&program_code=R2021-0015&program_id=PS-2021156964-01-000&broadcast_complete_yn=N&local_station_code=00&section_code=99&fbclid=IwAR2BWF2kkXQUCdYNxselQGd_YwvC3L4VekRcc2Ne_3riCVVStk-L6uZxbeM

사실 남재작 박사는 최준영의 '지구본연구소'에 출연하여, 우리나라의 쌀 산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해 주셔서 정말 열심히 들었습니다. 최근에 와서 이렇게 쌀과 벼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는 담화가 얼마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https://www.youtube.com/watch?v=qjz_RtIWiGw


그런데, 남재작 박사가 홍사훈의 경제쇼에서, 농업에 대한 투자 대상을 묻는 질문에, (아마도 우리나라 환경에 맞추어서 설명을 하셨다고 봅니다만), 농업생산물 그 자체보다는 농업생산의 전후방 시스템에 대한 투자에 대하여 강조하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농업생산을 잘하기 위한 체계, 즉, 농약, 비료를 포함한 농자재, 그리고 농업생산물을 소재화하고 고부가 가치화하는 산업, 그리고 종자산업을 꼽았습니다.


저는 이 중에서도, 종자산업을 핵심산업으로 보는데, 그것은 작물의 생산체계에서 각 단계에서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목표를 설정하고 실행하는 첫 단계와 마지막 단계를 종자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종자를 개발하는 것을 '육종'이라고 하며, 보통 육종을 하는 단계라 하면, 다음 그림과 같은 일련의 과정을 말하게 됩니다.


육종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목표와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정책, 산업구조, 사회, 문화, 심지어 종교와 시장의 변화, 기후변화, 환율, 에너지, 그리고 투기가 주는 영향까지 고르게 결정을 하게 됩니다. 육종가가 결정할 때 활용하는 기준은 다음의 '변이 탐색' 과정부터 시작된다고 볼 수 있지만, 시장에서 선택할 어떤 종자를 개발하기 위한 의사결정은 보통 쌀의 경우, 정부조직이나 대기업(주로 외국)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프레젠테이션2.jpg 품종을 개발하는 것을 간단하게 표현해 보았다. 품종을 개발하는 '육종'은 꼭 공장의 생산 단계와도 유사하며, 일면 정책결정 과정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이 단계에서는 '정밀한 기술'보다 '정밀한 정책과 의사결정'을 위한 쌀 산업 전반에 대하여 위에서 언급한 다양한 변수들을 정리하고, 그 데이터를 수집하여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비단 정밀농업을 품종 개발체계에 접목하는 것도 비슷한 것으로 보이긴 합니다만.


육종가라는 기술자, 그리고 육종가를 지원하는 유전육종학자들은 정책과 의사결정에 부합하는 형질의 어떻게 존재하는지, 그리고 그 형질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우선적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보통 '분자육종' 또는 '디지털 육종'이라고 불리는 체계에서도, 육종가들이 접근 가능한 유전자원 또는 기존의 품종에서, 관심 형질들이 '정량적으로' 평가되고, '객관화된' 감성 지표들을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보통 DNA, RNA와 같은 유전물질부터, 그것이 발현되어 표현되는 과정에 이르기까지의 각 단계별 요소를 어떻게 정량화하고 이미지화하여, 객관화된 판단의 근거로 삼느냐가 핵심 화두입니다. 이러한 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형질은 단일 또는 복합의 유전자들의 시스템적 조합으로 설명이 가능해지며, 이것을 수학적 알고리즘으로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체계가 확립된다면, 육종가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어떤 품종이나 유전자원을 활용해야 하는지를 예측을 통하여 수행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이후 발생하는 토지, 시간, 인력, 그리고 농자재의 비용을 많이 절약하게 됩니다. 이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는 유전자원 간의 근연관계, 형질의 함유 여부, 형질 특성의 효과, 그리고 활용 가능한 육종 시스템의 사전 정보가 될 것입니다.

https://bmspro.io/

https://www.integratedbreeding.net/

그런데, 현재의 체계는 너무 크고 둔탁하며 활용하는데 전문지식이 너무 많이 필요합니다. 나는 육종 목표에 따라서는 굳이 중간단계의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어차피, 육종가들은 정확한 표현형을 기준으로 그러한 표현형이 잘 유전되길 바라고 있으니까요.


아래 사진은 국제벼연구소의 Field scanner입니다. 포장에 식물들을 심어 놓고, 여러 대의 카메라가 스캐너처럼 왔다 갔다 하면서 이미지를 찍어 그것으로 식물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죠. 이것을 만들 때, 가장 핵심은 무진동 시스템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식물의 생장 단계에 따라, 다른 파장으로 쬐어줘야 하며, 품종들의 특성(키, 출수기-이삭이 나오는 때)을 반영하여, 포장 구성을 잘 짜야하지요.


제목 없음.jpg 포장에서 직접 이미지를 찍어내는 시스템으로 식물의 생장을 읽어내어 품종의 다양성과 가뭄 저항성 등을 평가합니다. 출처: Flagship Project 4. 대만-IRRI

왜 이런 시스템이 굳이 필요하냐고요? 가뭄이나 홍수, 영양결핍을 포함한 토양과 식물의 뿌리 특성이 조합된 내용에서는 사람이 논밭에 들어가는 것은 치명적인 오류를 만들게 될 것입니다. 실제로 앞으로 직파재배가 더 보편화된다든지, 무인 재배 시스템이 본격적이 되고, 물의 사용량을 적게 하는 시스템으로 간다면, 더욱 염두에 두어야 할 사실입니다.


https://www.genesys-pgr.org/subsets/27f41bd8-c98b-401c-b689-de1a411f1410

제목 없음.jpg IRRI는 3000 품종의 염기서열을 모두 해독하고 이것을 공개하였다. 이것은 많은 연구자들에게 공유되어 엄청난 양의 데이터 집적의 허브가 되고 있다. 출처: 상동

국제벼연구소는 3000개의 벼 품종의 염기서열을 완전히 해독하고, 순계화되고 '정밀하게' 증식된 품종의 종자들을 세계의 여러 나라 협력자들에게 공급하여, 여러 환경과 여러 실험 조건에서의 데이터를 집적하고 있습니다. 2015년 현재 동남아 9개국에서 동일한 종자로 드론을 활용하여 동일한 방식의 평가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제목 없음.jpg 세계 여러 나라에서 공통으로 이미지 획득을 하기 위해, 동일한 드론으로 동일한 방법을 적용한다.


잠시 한눈을 좀 판다면, 아래 브런치 글을 잠시 보셔도 좋습니다. 저는 국화의 다양성을 보면서, 화훼 육종의 경우에는 이미지 수집을 체계적으로 하여, 위와 같은 데이터베이스로 직접 연결하여 체계를 만드는 모범을 보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시 말해, 꼭 '정밀 육종', '디지털 육종'의 '정밀농업' 기술들이 과하게 활용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 각 단계에서 볼 때, 여전히 식물 그 자체를 육종가들이 목적에 타당하게, 육종 라인들을 확보한 것을 적절히 이미지 데이터와 계통도 확보를 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면, 육종 모본 결정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https://brunch.co.kr/@wlswndgus/24


변이를 창출하는 과정은 생명공학의 영역이고, 이것은 별도로 이야기해 볼만하다고 봅니다. 오늘의 주제에서 다루기에는 맥락이 좀 덜 맞습니다. 간단하게 '유전자 편집' 기술이 변이를 '정밀하게' 창출하는데, 큰 기여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에 대한 비용 대 효용, 시장 목표와의 연관성 및 합리적 비용 설계 등이 핵심적인 요소일 것입니다.


선발과 고정, 증식의 과정은 스크리닝과 계통화의 과정이며, 육종 방법론에 따라 종종 동시에 진행됩니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정밀기술'이라면, 역시 스크리닝 시스템과 세대촉진 시스템입니다. 또, 국제벼연구소의 시스템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군요. 이 당시, 글로벌 육종 기업들의 체계 중 장점을 뽑아서, 어떻게 하면 공공기관 시스템이 저개발 국가를 위하여, 육종 허브로서의 역할을 할까 고민을 하면서, 경비와 인력, 기술적 측면의 효율성을 많이 고민했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정밀 육종을 통한 다양한 계통 육성을, Dr. Bert Collard는 세대촉진법에 의한 고정과 증식의 과정에 대한 '정밀 육종'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IT 기술은 각 식물의 위치정보를 기록하고, 그것이 업무를 담당하는 연구자 간 실시간 공유(블록체인 기술?)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http://www.intagrijournal.org/journal/article.php?code=37962

https://www.tandfonline.com/doi/full/10.1080/1343943X.2017.1391705


일본과 중국에서는 일찌감치 세대촉진을 통하여, 벼를 60일 만에 수확하는 것을 소개하였습니다만, 이 과정은 사실 고비용의 식물공장이 아니더라도, 아열대 기후 활용하는 기존의 농촌진흥청의 종자증식사업을 첨단화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체계가 민간에게도 확장되어, 우리나라 전반의 벼 육종에 더 큰 활력의 요소가 된다면 이루 말할 수 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http://kr.people.com.cn/n3/2021/0826/c207467-9888376.html

https://www.korea.kr/news/policyBriefingView.do?newsId=148709093

MS11은 열대지역 적응 온대벼로써, 제가 현지에서 본 바로는 일본에서 개발한 자포니카보다도 훨씬 수량도 많고 품질도 우수했습니다. 약간의 문제점이 있는데, 흰잎마름병, 도열병에 약하고, 강한 기후변화 스트레스에 더 강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수량성을 더 증진하기 위하여 출수기가 지연되도록 하는 연구도 추가되어, MS11에 기후변화 형질이 강화된 벼(세찬미, 솔찬미, 세비)가 나올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기후변화 벼에 대한 스크리닝 프로토콜이 잘 정립이 되어 있지 않고, 이에 대한 검증 방법이 확립이 덜 되어 있습니다. 벼뿐만 아니라, 모든 작물들이 활용될 수 있는 검증체계를 개발할 전담 연구개발팀이 필요하고, 정부와 민간에서 개발되는 모든 종자를 효과적으로 검증하여, 그 데이터를 집적할 수 있는 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나라는 벼의 경우, 봄 가뭄과 저온, 등숙기 고온, 가을 강우 등을 비롯한 주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10917156700054




마지막으로, 신품종은 육종가의 권리를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을 때, 그 사업적 가치가 획기적으로 증가합니다. 벼와 같은 식량작물은 규모화 된 사업을 통해야만 가격 경쟁력이 생깁니다. 그리고, 당연히 광역화된 재배 방법에서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품종의 활용과 이에 연관된 탄소저감 재배법과 수확 후 관리, 소재화를 통한 전체 농축산업 탄소 넷 제로 시스템에 대한 기여를 목표로 해야 합니다.


일련의 생산 체계는 '정밀하게' 계획되고, '정밀하게' 활용 가능 기술을 단계별로 검토하여, 성취 가능한 목표를 단계별로 설정하고, 주도면밀하고 꼼꼼하게 '전략적인' 운용이 필요합니다. 쌀 산업이 주는 것은 식량으로서의 가치뿐만 아니라, 거의 80%에 달하는 곡물 수입 차원에서 볼 때, 최소한의 안정적 생산 체계를 갖추어야 함과 동시에, 쌀로 인해 생산되는 모든 부산물을 모두 친환경적으로 소재화하여 활용토록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목표를 모두 만족시키는 벼 품종에 대한 시장주의적 관점에서의 평가가 부족합니다. 어떤 형질을 활용할 수 있는 기술력이 확보되어 있는지, 혹시 그것을 대체할 만한 기술이 이미 존재하거나 외국에 존재하는지(심지어 다른 소재로 대체 가능한지), 그리고 그러한 체계를 운용할 인력이 타당한지, 그것을 소비하고 적절한 가격을 지불할 수 있는지.


쌀 산업이 더 이상 국내의 폐쇄적인 것이 아니라, 이미 40만 톤 정도를 매년 수입하는 수준에서 넘어서서, 더 많은 물량을 수입하고, 결국 완전개방을 앞둔 것이 분명한 시점에서, 국내 시장에 진입하는 쌀 품종에 대하여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것은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 쌀이 외국에서 재배되게 하려는 노력은 농촌진흥청과 대학 등에서 조금씩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종자기술은 더욱 중요한 것이 됩니다. 종자는 모든 농자재와 실제 재배에 활용되는 기술을 모두 함께 끌어들인다고 볼 때, 이에 대한 산업재산권 및 품종권에 대한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입니다. 스마트 농업, 정밀농업에 적합한 벼 품종은 보다 정밀하게 정의되고, 그것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가 시장에서 강화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쌀 산업에서도 종자의 국산화가 필수적입니다. 종자뿐만 아니라, 종자에 함유된 유전자, 생명정보의 국산화도 아울러 중요하겠지요. 외국 유래의 유전자를 활용하는 것은 규모화, 세계화에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우리 자원을 활용하여 중요한 인자들을 찾아야겠지요.


https://brunch.co.kr/@wlswndgus/17


위 브런치를 다시 소환했습니다. 우리가 기후변화로 시달리는 시점에서 열대지방은 더욱 힘든 상황이 될 것이고, 오히려 우리는 인디카를 재배하는데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관찰한 바로는 온대 자포니카가 오히려 고온이나 기후변화 스트레스에 일반적으로 더 강해 보입니다. 이것은 우리 자원이 역으로 외국에서 활용되기 좋은 사례입니다. 뿐만 아니라, 품질 관련 유전자도 온대 자포니카 유래가 많습니다.


더욱이 많이 활용되지 않았던 재래벼, 잡초벼 등에서도 우리는 다수의 국내 유래 자원을 찾아내어 활용할 수 있습니다. 농촌진흥청이 기존에 개발한 400여 개의 품종 및 모본 이외에도 민간육종에 의한 품종 및 계통, 그리고 수집자원과 재래자원을 총망라한 형질 평가를 통하여, 산업재산권 확보의 초석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먼저 쌀과 벼, 그리고 그 종자의 가치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야 합니다. 쌀과 벼를 개발하는 과정에 들어가는 비용이 얼마일까요? 제가 국제벼연구소에서 개선된 분자육종법으로 개발하면, 한 개의 형질을 도입하여, 한 개의 순계화된 계통을 만들 때, 소비자에게 2년에 4000만 원가량 지불하라고 생각했습니다(모든 시설과 자재의 감가상각과 인건비도 포함입니다). 저는 한 번에 100개를 운용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았고, 그 가격은 40억 원 정도 되겠지요.


현재 우리나라에서 전통육종으로 품종을 개발하는 비용을 얼마로 사용하고 있을까요? 제가 우리나라 대학으로 들어와, 체계화된 시스템을 활용하지 않고 해 보니, 계통 육성에만 훨씬 더 많은 비용을 들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벼 품종 개발은 국가기관과 일부 지방정부의 농업진흥기관들이 대부분 하고, 대학과 소수의 민간육종회사가 합니다.


육종 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효율화하는 것은 재정건전성에도 도움이 되고, 더 많은 품종을 개발할 수 있는 여지도 마련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재원이 보다 획기적인 기술을 확보하는데 도움을 주겠지요? 이러한 노력에는 아무래도 '공공-민간' 협업체계가 필수적일 것입니다. 그것을 어떻게 해야 할지는 정부와 기업, 학계가 머리를 맛 대어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가장 고마울 수도, 가장 위협이 될 수도 있는 미국의 주요 벼 품종을 개발하고 있는 '캘리포니아 벼 연구센터'를 소개합니다. 이 기관의 '학연산-정' 시스템은 정말 효율적이고 합리적입니다. 각 섹터의 강점만을 모아서 가장 효율적인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할까요? 이 시스템에 '정밀 육종', '디지털 육종'은 그냥 얹으면 될 것 같습니다.


https://www.crrf.org/ccrrf_res_1-6-2021_002.htm


결국, 육종에 '정밀농업' 기술이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보니, 이것도 역시 우리 사람의 일이요, 선택의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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