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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 Jul 10. 2022

생각하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

갑자기 돌아본 반성문

 "사람은 생각하는 대로 살아가지 않는다면, 사는 대로 생각한다" 

이 말을 곱씹어 보면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을 대학 생활 중에 하곤 했다. 그치만, 대학생이였던 나에게는 대학생 신분으로서 누릴 수 있는 자유 덕분에 나름 생각하는 대로 살 수 있는 삶을 누렸다. 그랬기에 별다른 감흥은 없는 구절에 불과 했다.

 그러나 대학을 졸업하고 불과 얼마 안되어 직장을 다니고 있는 나로서는, 이제서야 이 말이 주는 무게와 의미를 조금씩 더 느낄 수 있었다. 취업을 하기 전의 불안함과 초조함이 채 가시기도 전에 조직 생활의 일원으로서 사회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회사를 다니고 나서의 삶은 너무나 정신없고 생각할 틈이 좀처럼 없었다.


정말 물리적으로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아직 서투른 업무 탓에 배워야할 것, 익혀야 할 업무들이 너무 많았으며, 직장 상사와 맞추어갈 여러 업무적인 센스들도 여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매일 이른 아침과 늦은 저녁에 집에 돌아오는 생활, 갑작스러운 주말 출근이 반복되며 몇개월이 눈 코뜰새 없이 지나갔다. 새벽같이 일어나는 탓에 늘 항상 잠은 부족했고, 주말에도 늘 상 해야하는 업무에 대한 고민들을 안고서 집안에 들어오곤 했다. 남들도 나와 다 같은 것인지, 아니면 내가 유독 멘탈이 약해서 그런 것인지, 이러한 삶이 과연 진정으로 잘 사는 것인지 고민도 많이 했지만, 아직은 처음이니까 그냥 눈 감고 살아내고자 했다. 남들도 다 그럴거니까라고 되뇌이며!...


"올 해 회사에서의 목표는 어떻게 되요?"

 새해가 되면서, 친하게 지내던 과장님과 바쁜 프로젝트를 끝내고서 담소를 잠시 나눴다. 그러던 중 올 한해 회사에서의 목표가 어떻게 되냐는 질문에, 다소 당황스러웠다. 회사 생활에서의 목표가 과연 있었던가? 그저 일 좀 더 배우고 프로젝트 잘 마무리하겠다라고 얼버부렸지만, 사실 그러한 목표를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에 당황스러웠다. 이렇게 바쁜 회사 생활 속에서 목표를 가진다는게 얼마나 맞지 않은 낭만적인 생각인가 싶었다. 그러면서도 어쩐지 인생의 목표가 좀 처럼 무언인지 잘 모르고 살아가는, 방황하는 내 모습을 다시금 돌이켜 볼 수 있었다.

 긴 시간이 지나간 것은 아니지만, 내가 꿈꿔오거나 목표해온 삶이 무엇인지 정말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분명 예전에는 그러지 않았던 것 같은데 까 먹은 기분이 들었다. 단순히 회사에서의 목표는 그렇다치더라도, 인생에서의 목표는 무엇이었는지도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앞으로의 긴 인생을 아무런 목표나 꿈도 없이 사는게 말이되냐라며 생각했던 게 정말 엊그제였는데, 이제는 무엇을 진정 바라는 지도 잊은 채, 출근이 필요없는 주말만을 떠올리면 살아가고 있었다.  


"다들 그렇게 살고 있어, 인생 별거 있냐 그냥 치맥이나 먹으면서 보내는 거지!"

생각해보면 나 말고도 많은 이들이 인생의 큰 목표나 방향성 없이 살아가는 대로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진정 고민해야할 부분에 대해서는 너무 몸이 지쳐 피곤하기에, 남은 시간에는 조금이라도 더 자거나, 조금이라도 멍하니 시간을 망각한채 보내야하기에, 삶의 의미에 대한 고민에는 게으른 것은 아닌가 싶다. 그리고 직장인으로서 그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것 같다. 매일 맞닺뜨리는 현실적인 문제들은, 월세니 전세니 하는 생활비 문제며, 집안에서의 크고 작은 대소사들, 직장에서의 업무 스트레스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일들만으로도 한 인간으로서 감당하기에 이미 충분히 벅차다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삶의 목표나 의미에 대해서 고민하기에는 너무 피곤한게 당연한거라고 생각한다.

 

그래... 월급을 받으며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는 직장인들에게 삶의 의미를 찾는다는 것은 너무나 거창하고, 현실과는 오히려 동떨어진 주제는 아닐까..? 삶의 목표가 부자가 되는 것이란 것도, 무엇을 위해 부자가 되고 싶은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사실 생각해보면 요근래 재태크니, 부동산 투자니 하며 그런 것에 푹 빠진 필자의 모습이 다시금 생각났다. 재태크 공부하는 것이 전혀 잘 못 되거나 그런 거는 아니겠지만,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잊은 채 살아가는 것 만큼 텅 빈 삶이 어디 있을까 싶다. 부디 바쁜 현실 속에서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나의 삶의 목표는 무엇인지 그리고 진정 인생에서 중요한 가치들은 무엇일지 고민하고 기억하며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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