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애국심에 관한 글귀를 썼을 때 참여율과 반응이 가장 떨어졌었다. 젊은 세대가 많이 분포되어 있어서 그렇다고 설명하기가 솔직히 조금은 두렵다. 배달 가는 길에 이어진 국기 중에 꺾인 국기를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길 가는 사람을 붙잡고 지금 바로 태극기를 그려보라고 했을 때 바로 그릴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 정도가 될까?
무더운 더위가 몰려오는 6월 논산훈련소에 입대했었다. 처음 나누어 주는 보급품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삼색 볼펜이다. 검은색 빨간색 파란색 세 가지의 색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훈련소에서 자대배치받는 마지막 날까지 달력에 태극기를 그려 체크했었다. 아무쪼록 꺾인 국기를 테이프로 감든 아니면 아예 빼버리든 수를 쓸 수 있었음에도 바쁘다는 핑계로 지나가버린 나 자신이 부끄럽기는 하다.
애국심에 빗대어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어느 누군가는 말했고 많은 국민이 그 말에 공감했다. 다만, 입만 살아 움직이는 게 아니라 그것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이미 꺾인 것이다. 깃대가 꺾인 태극기를 보고 속상함을 느낀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있었을까?
세상 살기가 너무 평온해도 좋다고만은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환경에 적응하는 생물인데 나약해지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서로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까지 난다. 솔직히 인구수의 감소는 크게 신경 쓰이지 않는다. 지구 자원과 오염의 끝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데 인구가 많을수록 그날을 앞당기기 때문이다. 다만, 내가 노인이 되었을 때 우리 국가는 어떤 모습일지 심히 걱정되는 것이다.
애국심을 이야기하면 꼰대가 되어버리는 이 나라에서 나도 이제 꼰대가 되어간다는 것을 느낀다. 1950년생에서 1960년생까지의 어른들이 모두 힘을 잃었을 때 그쯤이 나라가 크게 휘청거릴 것이라는 생각을 종종 하고는 했다. 그들은 지금 젊은이와 비교했을 때 최소 한 사람당 3인분 이상의 압도적인 정신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전시에 오래된 m-16 소총 한 자루와 탄창 하나만 손에 쥐어줘도 앞장서서 나갈 사람들이다. 어린 날 아버지께 물었던 적이 있다. "아버지 전쟁이 일어나면 나가서 싸우실 수 있어요?" 아버지는 답하셨다. "나가야지. 그건 나가야 하는 게 맞다." 그들은 젊음을 정말 열정적이게 쏟아부었다. 이제야 아버지의 대답이 이해가 간다. 자신이 나가 적군의 총알 한 발이라도 막아내면 내 자식이 한 발이라도 덜 맞을 까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