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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물러서 1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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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수리독서리 Oct 31. 2020

말로하는 독서

혼자이고 싶은데 그렇다고 쓸쓸한 기분은 싫다. 가끔은 여러 사람 사이에서  존재감도 느끼고 맛보고 싶다.  회사에서 이리 저리 치이는 직장인 말고 또다른 감정과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곳 말이다. 특히 일찍 퇴근이라도 하게 되면 집에 가기 싫을 때가 있다. 집에서 힘들게 아이를 보고 있는 엄마한테는 무척이나 미안하고 죄송하지만, '도 숨 좀 쉬자.'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독서모임은 그런 욕망을 해소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사적인 나를 책 뒤에 놓고 책으로 칼과 방패를 마음껏 휘두를 수 있는 곳. 모두가 공통된 마음으로 책이라는 매개체로 목청껏 한소리 할 수 있는 곳. 그런곳이 독서모임이었다.


특히나 퇴근하고 잠시 건전한 일탈을 할 수 있기에 가족 모두가 오케이를 해줄 수 있는 좋은 건수가 되기도 한다. 다양한 책을 별다른 노력을 들이지 않더라도 볼 수 있었고, 일단 평소와 다른 '말'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철학, 인문, 에세이, 소설 등 17첩 반상같이 가득찬 다양한 주제가 있다. 지식을 뽐낼 필요도 없고 틀려서 부끄럼을 당할 일도 없다. 표지 디자인부터 책에 대한 감상, 작가에 대한 생각 등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쏟아내면 그만이었다. 게다가 괜찮은 커피숍에서 맛있는 음료까지 함께 하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었다. 길어야 두 시간 정도지만 잠시라도 집과 회사를 잊을 수 있으니 이만한 취미가 없다.


다들 시간이 없어 허덕인다. 누구에게나 24시간이 있다지만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당장 내일이, 모레가 달라지는 삶을 산다. 퇴근을 하고 어떻게든 사라져가는 시간을 붙들어놓고 인생을 걸어본다. 회사를 다니면서 영어 성적이 필요해 유튜브 강의를 짬짬이 찾아 들었다. 강사가 유난히 피곤한 얼굴로 이런 이야기를 했다. 강의 자료를 만들고 영상을 올리느라 밤을 샜더니 조금 피곤하다고. 그러나 ' 잠을 줄이면 못할게 없다고.' 말이다.


돈도 잘 벌고 이미 있는 지식을 말로 내뱉으면 되는 유명 강사였음에도 잠을 줄여가며 일을 한다. 평생을 그렇게 살 수는 없겠지만 시간이 없다는 건 어찌보면 핑계일 수도 있겠다. 특히 회사에 육아에 그 외 이것 저것을 다 해야하는, 혹은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더욱 떨어졌던 1분도 주워가며 사는 삶을 선택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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