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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살기 Jan 26. 2020

어려운 책 읽는 법을 소개합니다

페르낭 브로델의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읽기>를 읽다

독서를 취미로 삼다 보면 혼자 읽는 것이 아쉬워서 독서모임에 참여하게 된다. 그러나 독서모임에는 정해진 룰이 있기 마련이다. 여러 종류의 독서모임이 있어서 내가 원하는 장르의 책을 주로 다루는 모임을 골라서 참여할 수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모임에 참여하는 순간 내가 좋아하는 책만 마냥 읽을 수는 없다. 우리가 독서모임을 참여하는 이유는 독서의 장르가 편향되지 않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관점을 듣기 위해, 좀 더 나은 큐레이팅 된 책을 읽기 위해 등 여러 가지가 있고, 우리는 독서모임에 참여함으로써 정해진 도서를 읽는 룰에 동의하는 것이다. 


나 역시 그러한 이유로 독서모임 '씽큐베이션'에 참여하게 되었고 이번 주 선정 도서는 페르낭 브로델의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읽기>이다. 나는 고등학교 때 수리 '나'형을 선택하면서 이과로 졸업을 했고, 기계공학과에 진학을 했다. 이후 지능형 자동차공학과로 석사학위를 땄고 현재는 기계공학과 박사과정을 지내고 있다. 게다가 현재 내 직업은 '자동차 부품 제조업'이다. 갑자기 무슨 뜬금없는 자기소개냐고? 솔직하게 이 책을 읽어낼 배경 지식이 너무나도 부족한 사람이다. 책이 딱히 두껍지는 않아 펼쳐서 조금 봤지만 단어도 생소하고, 잘 이해되지 않았다. 


어찌 되었든 나에게 미션은 주어졌고, 이 책을 읽어내야만 한다. 독서모임은 나의 취미이기도 하지만 자기 계발의 일종이다. 그래서 이런 것에 임할 때도 상당히 도전적으로 '일하듯이' 하는 경향이 있다. 내가 이과를 나오든, 공대를 나오든, 공학박사든 아무 상관없다. 우리는 21세기를 살고 있다. 책이 아무리 어려워도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이 책을 잘 소화할 수 있도록 잘 설명해놓았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도 좋다. 


어려운 책 읽는 법 첫 번째. 저자가 누군지 확인하기

무턱대고 책을 먼저 읽어봤자 소용없다. 100% 다시 읽게 되거나 머릿속에 남는 게 하나도 없다. 그래서 책의 배경에 대해 먼저 알아보도록 하자. 책의 가장 기초적인 배경. 누가 썼느냐 이다. 책의 저자 소개에 따르면 '페르낭 브로델'은 프랑스의 역사학자이다. 그는 경제학, 인류학, 지리학과 같은 다른 분야의 연구성과를 아울러 지구 역사에 관한 20세기의 연구에 혁명을 일으킨 인물이다. 이 책의 뒤에는 옮긴이가 작품을 해석해준 '해제'부분이 있는데 여기서 그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다. 그는 세계적이 역사 학술지 '아날'의 편집을 1956년부터 맡아 1968년까지 지휘했다. 그러면서 정치와 외교를 비롯한 사건 중심의 역사를 고집하던 기성 '소르본 학파'에 강력하게 반발했고, 젊은 역사학도들이 휘하에 모여들어 '아날학파'2세대를 형성했다. 이 12년의 기간 동안 브로델은 프랑스 역사학계의 중앙무대를 점령하게 된다. 아, 그런데 책을 읽기도 전에 어떻게 이 책의 뒤에 '해제' 부분이 있는 줄은 어떻게 알았을까? 목차에서 있는 걸 봤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먼저 볼 생각을 했을까?


어려운 책 읽는 법 두 번째.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읽었나 확인하기 

아까 얘기했던 '책을 먼저 읽어봤자 소용없다.'는 경험담이다. 그래서 난 자신 없는 책은 시작하기 전에 다른 사람들의 서평 또는 책에 관한 강연자료가 있는지 찾아본다. 구글에서 간단하게 책 제목을 쳐본다. 이렇게 책 제목을 치면 일단 책 판매 페이지가 먼저 뜬다. 그러고 나서 다른 사람들의 서평 및 웹자료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굉장히 유용한 자료를 찾을 수 있었다. Oh my news의 '이윤기'기자가 쓴 '저개발국가, 왜 산업혁명에 실패할까? [서평] 페르낭 브로델이 쓴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읽기>라는 서평이다. 여기서 이윤기 기자는 몇 가지 굉장히 좋은 정보를 제시해주었다. 

-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읽기>는 무려 6권, 4,000쪽에 달하는 보르델의 <물질문명과 자본주의>를 소개하는 강연을 엮은 책이다. 
-자본주의의 탄생 역사를 탐구하는 책이다. 
-유럽에서 시장과 도시의 형성 그리고 발전 모습에 관하여 짧지만 매우 설득력 있게 언급하고 있다.
-옮긴이 해제부터 읽는 것이 더 좋다

   이렇게 책이 대충 어떤 주제를 갖고 있고, 어떤 맥락을 가졌으며, 어떻게 읽어야 좋은지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추가적으로 잘 쓰인 서평 하나를 더 읽어보면 금상첨화다. 이 서평은 '이윤수' 변호사님이 작성한 서평으로 저자의 주된 주장 그리고 책에 대한 비판까지 함께 서술하고 있어 책을 읽는 관점 하나를 공짜로 얻는 효과를 볼 수 있다. 

https://brunch.co.kr/@webermas/7

어려운 책 읽는 법 세 번째. 읽기 시작한다.

자 어느 정도 배경이 갖춰졌으면 이제 책을 읽기 시작한다. 확실히 책의 전개를 조금 알고 나면 막연한 두려움 그리고 책의 '재미없음'(?)을 줄일 수 있다. 물론 내가 가진 정보는 '벼룩의 간'정도겠지만 경제학적으로 텅텅 빈 제조 사업가의 배경지식보단 훨씬 나은 상태 아닌가. 그렇다 해도 배경지식을 안다고 해서 술술 읽힐리는 없다. 솔직히 여전히 어렵다. 그렇게 어려운 채로 끝날 것인가? 우리는 AI가 바둑 세계랭킹 1위를 꺾고, 구글맵을 통해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을 UHD로 선명하게 구경해볼 수 있으며,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나라의 언어를 번역기를 통해 해석할 수 있고, 한 번도 조립해본 적 없는 제품을 유튜브를 통해 조립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어려운 책 읽는 법 네 번째. 유튜브 강연을 찾는다.

배경지식을 갖고 읽다가도 도저히 안되면 유튜브에서 관련 강연을 찾아보는 방법이 있다. 유튜브에 읽고 있는 책 관련 내용이 1도 안 나온다면 그 책을 읽는 것 자체를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웬만큼 좋은 고전 책이라면 책 관련 강연 또는 설명이 보통은 있을 테니 말이다. 

https://youtu.be/o1m438FEZBc

역시나 워낙 유명한 고전 경제학 책이다 보니 1시간이 넘는 강의를 두세 개 찾아볼 수 있었다. 그중 내가 보았던 것은 이화여대 사학과 '남종국 교수님'의 강의다. 이 영상을 찾은 덕에 '플라톤아카데미TV'라는 좋은 채널도 알게 되었다. 이렇게 강의까지 섭렵하고 나면 책의 전체적 내용이 보다 명확하게 이해를 할 수 있게 된다.


어려운 책 읽는 법 다섯 번째. 아웃풋을 한다.

책의 배경을 알고, 타인의 서평을 참고한 후 책을 직접 읽고, 관련 강의까지 보고 나면 이제야 어려운 책을 조금 이해하게 된다. 그러면 내용을 올바르게 이해했는지 '아웃풋'을 통해 확인하는 과정까지 거치고 나면 꽤 괜찮게 책 한 권을 소화한 것이 된다. '아웃풋'의 방법으로는 독서모임에서 토론하며 의견 나누기, 주변인에게 책 내용에 대해 설명하기, 책 내용에 대해 서평 써보기 등이 있다. 


항상 기억하자. 우리는 21세기, 정보의 바다에 살고 있다. 정보는 바다 수준이 아니라 홍수 수준으로 넘치고 있고, 이를 그냥 방치하면 그저 홍수와 같은 재난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정보를 내가 원하는 대로 활용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는 바다를 바라보면서 경치로서 활용하면서 사느냐,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며 사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다. 어려운 책을 읽을 때 무턱대고 읽다 흥미를 잃지 말고 현명하고 똑똑하게 책을 읽는 방법을 활용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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