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감보다 감사함이 먼저인 것을

살아남은 이후에야 보이는 것

by 한정호

오늘 아침, 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아, 숨 쉬는 게 참 자연스럽구나'였다. 보스는 늘 그렇듯 내 배 위로 올라와 코를 깨물며 밥을 달라고 보챘다. 나는 그 녀석의 엉덩이와 목을 쓰다듬으며

“아빠 조금만 더 자자”라고 말할 수 있었다.손을 보니 마치 물이 가득 찬 고무장갑을 낀 것처럼 부어 있었다. 그 정도의 여유가, 그 정도의 숨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어제 아침에 못 먹은 분보 후에를 먹고 길거리 카페에서 모닝커피를 마셔야겠다는 생각으로, 집안을 정리하고 숙소를 나왔다. 분보를 먹고 카페에 앉아 있으니 어제 저녁에 올린 글이 떠올랐다. 갑자기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다가 살아났다는 안도감보다, 그 분들에 대한 감사함이 먼저인 것을.’


사람은 보통 큰 일을 겪고 나면, 그저 '살았다'라는 안도감이 먼저 온다고 말한다. 위험을 넘겼다는 사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에 몸과 마음이 동시에 힘을 풀어버리는 그 순간 말이다.

그런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순간도 있다. 정말 한 끗 차이였다는 걸, 혼자였다면 버티지 못했을지도 모른다는 걸 너무 분명히 자각해버렸을 때는, 안도보다 먼저 얼굴이 떠오른다. 사람이 떠오른다.


어제 아침,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그 시간에 거기 없었다면.

김사장이 “이 정도면 병원을 가는 게 맞다”고 그 메시지를 보여주지 않았다면?

차로 병원까지 데려다주고 내가 응급치료를 받고 2~3시간을 잠들어 있을 때, 옆을 지켜준 베트남 현지인이 없었다면?

식당에서 밥을 먹고 숙소로 이동할 때, 공장장이 내게 약국을 가리키며 “약을 꼭 사 가서 먹고 쉬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일러주지 않았다면?


지금 생각해도 끔찍하다. 그렇게 치료를 받고 왔는데도 이 정도인데, 그냥 버티고 있었다면,

그저 숙소에서 누워 ‘괜찮겠지’ 하고 넘겼다면, 지금 이 아침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나는 살았다고 안도하며 글을 썼고, 사찰 사진과 부은 손 사진을 올리며 '난 역시 운이 좋은 사람이야'라고 부활을 자랑했다.

그 모습을 떠올리니, 민망하고, 조금 부끄럽다.

그래도 그것 또한 솔직한 내 모습이겠지. 한 정호, 그저 사람답다.


이제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그날 내가 살아남은 건, 운이 좋아서가 아니라 사람 덕분이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내 생명을 지켜준 그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그리고 그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내 주위 사람들을 더 살피고 더 사랑하면서 살아가겠다고 조용히 마음속으로 다짐해 본다.


오늘 아침의 분보와 커피가 이상하리만큼 따뜻했던 이유는 아마 그 다짐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오늘의 아침은 안도보다 감사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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