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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Aug 12. 2024

딸의 열정에 힘나고 지치고

베트남 청년의 자립심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며칠 전 딸아이에게서 메시지가 떴다. 어렸을 때부터의 꿈이었는데 이 번에 채용공고가 나왔는데 해보면 어떨까요?라고 묻는 것이었다. 대학에 입학했을 때부터 '네가 어렸을 때 그게 꿈이었으니, 전공도 살려서 해 보면 좋을 것 같네'라고 몇 번 귀띔을 했지만 별 관심이 없는 듯해 그 꿈은 어렸을 적에 버린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 이야기를 꺼내니 의아하기도 했다. 

 어찌 되었건, 네 꿈이었다면 해 보면 되지. '아빠는 네가 하고 싶은 일이나 꿈이나 전적으로 찬성하고 아빠가 뒤에서 지켜봐 주고 지원해 줄 수 있는 것이 있으면 도와줄게'라고 답변을 했다. 전화를 걸었다. 정말 생각이 있는 것인지, 무엇을 도와달라고 하는 것인지를 들어보려고. 


 자기는 그 직업의 전공이 아니기 때문에 면접을 위해서 최장 일 년간 학원을 다니면서 준비를 해도 되겠냐는 것이었다. 일 년이라.... 남들 2~3년 전공으로 공부하고 입사 준비를 하는 것을 이제 시작하겠다고? 그래고 늦은 것은 없으면 해보고 싶은 것 해 보면서 자기 미래 만들어 가면 되지.라고 생각을 하려는데 갑자기 준비를 오래 하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었다. 한두 달 사이에 관련 업계 채용 공고가 뜰 것이라고 하는데 10시간씩 하는 개인지도를 받고 싶다고 한다. 


 통화를 하면서는 딸아이가 생각하는 자세에 믿음이 가지 않았다. 정말 꿈일까? 세상을 너무 쉽게만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남들 취업 안되고 힘들다는 것은 친구들이나 주변에서 쉬이 알 수 있을 텐데.... 저런 안이한 생각으로 정말 전문직종에 취업이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대한 말을 아꼈다. 뭔가 해 보려고 하는 아이를, 내가 경험한 길도 아닌데 '된다, 안된다'하기도 그렇고. 


 저녁에 장편의 메시지가 왔다. 정말 꿈이었다고. 꼭 해보고 싶다고. 

 그 메시지의 열정에 녹았다. 어떻게 해서든 도와주기로 마음먹었다. 나도 행복했다. 


 며칠이 지났다. 시간이 얼마 없어 빨리 결정해야 한다고 하던 녀석이 이틀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갑자기 자금에 문제가 생겼다. 직원 급여가 부족한 것이다. 변통을 하여 지급을 하고 나니 현금이 거의 남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오후에 갑자기 메시지가 날아왔다. 오늘 선생님을 만나 상의를 하고 결정을 했다고. 돈이 필요하다고. 먹먹한 느낌이었다. 

 딸아이와는 대부분 상황을 얘기하고 지내는 있어, 현재 자금이 부족한데, 돈이 있으면 먼저 네 것으로 지불하라고 하니 적금을 깨야 한다는 것이었다. 얼마나 되는지 물어보니 얼마 되지도 않는 돈이다. 그러면서 적금을 깨면 이자가 아깝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 

 그토록 가져왔던 꿈을 위해서 뭔가를 해보려 하면서 자기 돈은 이자가 아까와서 쓰고 싶지가 않나고?

 '아빠는 어디서 돈을 빌려서라도 약속한 것은 챙겨주시는 분이고 나중에 알아서 처리하실 거라는 생각인가?' 무엇보다 이게 정말 마음에 지녀왔던 꿈인가?라는 생각이 들고 나니 힘이 쭈욱 빠지는 게 느껴졌다. 


 아빠가 그 이자까지 줄 테니, 우선 네 돈으로 교육을 받고 입사 준비를 해보라고 했다. 상했다. 

 그래도 그렇게라도 아이가 해보고 싶은 것 해보게 되었으니 다행이다. 

 

 여러 가지 잡생각이 들다가 마지막으로 아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자기 돈 아까워서 손 벌려서 해보고 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라는 식의 목표와 꿈이 실현된다면.... 그건 네가 그 분야에 원래 천재적인 재능이 있거나 아니면 신이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드네요"라고.


 어찌 보면 자금이 부족하게 된 상황이 잘 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기 자신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고, 자립심도 없이 언제까지 부모의 도움을 받으며 살려고 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생각해 볼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베트남 청년들과 일본 여사장이 생각난다. 

 10화 베트남식 스타트업 (brunch.co.kr)

21살의 일본 여성 사장 (brunch.co.kr)


 하지만 난 마음이 씁쓸하다. 해 줄 거면 통쾌하게 잘해주지... 그래도 혼 낼 건 내야지.....

 

 그래도 "아빠가 우리 딸 아들 제일 사랑하는 거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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