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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과 베트남의 손님 접대 문화

유교적 가치와 공동체 정신의 영향

by 한정호

다문화 가정을 이루신 형님께서 자주 당신 집에 와서 고기를 구워 먹거나, 한국에서 가져 온 음식들을 같이 먹자고 하신다. 속으로 '형수는 얼마나 귀찮은 일이고, 가족들도 불편해 할텐데...'라며 자기 편한 것, 가족 자랑만 생각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런데 가만히 돌아보면, 베트남 직원들도 꺼리낌없이 자기 집에 행사가 있다고 같이 가자고 제안을 하곤 했었다.

한국의 조선시대 이야기들을 보다보면 나그네가 서민의 집에 들어가 하루 묵고 가기를 요청하는 경우가 있고, 또 그렇게 하는 경우도 많았던 것 같다. 심지어 부자 선비들의 집에는 장기간 숙박을 하면서 지내는 내용도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들을 보면서 역사적 배경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하에 조사를 해 보았다. 역시 유교와 불교 문화권이 가지는 특징중의 하나라는 점을 발견하면서 이러한 현상들이 수긍이 되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조선과 베트남은 오랫동안 유교적 가치를 기반으로 한 사회를 형성해왔다. 이 두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는 손님을 환대하는 문화이다. 조선 시대에는 낯선 사람이 집을 찾아와 숙식을 요청해도 흔쾌히 받아들였으며, 베트남 역시 외부인을 따뜻하게 맞이하는 전통이 있었다. 이러한 문화가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오늘날까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았다.


1. 유교적 가치관과 손님 접대의 의미

조선과 베트남 모두 유교(儒敎)의 영향을 깊이 받았으며, 유교에서 강조하는 예(禮)와 공동체 의식이 손님 접대 문화의 근본적인 바탕이 되었다.

조선에서는 손님을 맞이하는 것이 가문의 품격을 나타내는 중요한 요소였다. 공자의 "유붕 자원방래 불역락호(有朋 自遠方來 不亦樂乎)"(멀리서 친구가 찾아오면 또한 기쁘지 않은가?)라는 가르침처럼 손님을 환대하는 것이 기본적인 덕목으로 여겨졌다.

베트남 역시 유교적 전통을 따랐으며, 손님을 잘 대접하는 것이 집안의 명예와 직결되었다. "Khách đến nhà không trà thì bánh"(손님이 오면 차라도 내야 한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손님 접대는 중요한 예의로 자리 잡았다.


2. 조선과 베트남의 손님 접대 방식

조선과 베트남 모두 전통적으로 손님을 따뜻하게 맞이하며 숙식을 제공하는 관습이 있었다.

조선의 경우, 여행자가 마을에 도착하면 가까운 집에서 숙박을 청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양반가에서는 손님을 대접하는 것이 체면과 연결되었으며, 하인들이 손님을 맞이하고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시골에서는 주막이나 사찰에서 여행객들에게 숙식을 제공하기도 했다.

베트남에서도 비슷한 문화가 존재했다. 작은 마을에서는 낯선 방문자가 오면 마을 원로(Trưởng làng)나 여유가 있는 가정에서 숙식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았다. 베트남의 전통 가옥에는 손님을 맞이하는 대청마루(Gian giữa)가 있어, 손님이 머물 수 있도록 배려하는 공간이 마련되었다.


3. 불교의 영향과 상호부조 정신

조선과 베트남 모두 불교의 영향도 크게 받았으며, 자비(慈悲)와 상호부조 정신이 손님 접대 문화에 영향을 미쳤다.

조선에서는 사찰이 여행객에게 숙식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으며, 불교적 가치관을 바탕으로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졌다.

베트남에서도 사찰(Chùa)에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밥을 제공하거나 머물 곳을 내주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베트남에서는 사찰의 사회봉사에 대한 개념과 활동이 활발다다. 이는 조선과 마찬가지로 불교적 자비의 실천 방식이다.


4. 현대 베트남에서 남아 있는 환대 문화

조선에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손님 접대 문화가 점차 사라졌지만, 베트남에서는 여전히 강한 환대 문화가 남아 있다.

베트남에서는 집에 손님이 오면 무조건 식사를 대접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이는 "Cơm người khổ lắm ai ơi"(남의 집에서 밥을 먹는 것은 어렵다)라는 속담에서도 나타난다. 즉, 손님을 대접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해야 하는 중요한 도리로 여겨진다는 뜻이다. 특히 베트남의 명절 "뗏(Tết)" 기간에는 집에 오는 모든 손님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것이 관습으로 남아 있으며, 이는 공동체 중심의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5. 조선과 베트남의 손님 접대 문화 비교


결론적으로, 조선과 베트남 모두 유교적 가치관과 공동체 정신을 바탕으로 손님을 환대하는 문화를 발전시켜 왔다. 조선에서는 체면과 예의의 개념으로 손님을 대접하는 것이 중요하게 여겨졌고, 베트남에서는 유교뿐만 아니라 불교적 자비와 공동체 협력 정신이 함께 작용하여 손님을 극진히 대접하는 문화가 형성되었다.

비록 현대에는 이러한 문화가 많이 변화했지만, 베트남에서는 여전히 손님을 극진히 대접하는 전통이 강하게 남아 있다. 이러한 점에서 조선과 베트남의 손님 접대 문화는 공통점이 많으며, 한국과 베트남 사람들 사이에서 "정(情)"과 비슷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우리 와이프도 결혼 당시만 해도 내 직장 사람들과, 친구들을 집에 불러 저녁을 자주 하곤 했었다. 이제는 그 말을 꺼낼 엄두도 나지 않지만. 베트남도 물론 시간이 흐르면 그렇게 되겠지만, 좋은 인상을 주는 이런 모습들은 되도록 천천히 사라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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