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둥글 듯, 돌고 돌아 만나게 되더라
지난 주 지인들을 만나기 위해 호치민시 시내에 들렀는데 시간이 남았다. 다이아몬드 백화점이 보여 어떻게 바뀌었나 싶어 잠시 백화점 안으로 들어가 1층 매장을 둘러보고 있는데 저 쪽에서 한 판매사원이 나를 빤히 쳐다 보았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눈을 피한다. 다시 그 매장 주위를 지나가게 되었는데 "Mr. Han?" 이라고 한다. 그제서야 나도 다시 한 번 그녀를 쳐다보고 아는 척을 해 주었다. 15년전 다이아몬드 백화점에서 근무할 때 같이 근무했을 것이다. 저 사람은 내 이름까지 기억하는데 나는 그녀의 이름뿐만 아니라 얼굴까지도 어렴풋하여 미안한 생각이 들어 짧게만 인사를 하고 자리를 피했다. 정문으로 나와 지인을 기다리는데 어디선가 낯 익은 얼굴이 보인다. '어!! 한 팀장님?" 오늘 만나는 사람들 중에 한 사람이 10여년 전에 이곳 호치민시에서 같은 그룹 계열사 직원으로 한 사무실을 같이 썼던 분인 것이었다. '아... 정말 세상 좁네요.'
롯데리아에서 초창기 근무를 할 때의 일이다. 영업팀장을 맡고 있던 직장 선배가 하루는 매장 지도를 나갔다가 점심시간이 되어 현지의 점포 여자 점장과 식사를 하러 길을 걸어 가고 있는데 형수님으로부터 모바일로 전화가 온 일이 있었다. "지금 어디에 있냐고?" "누구랑 있냐고?"
마침 그 길을 지나던 차에 타고 있던 형수의 지인이 그 상황을 보고 형수에게 전화를 해서 일어난 일이었다. 우리는 그 일을 우스개 소리로 말하면서 '베트남에선 절대 나쁜 짓 하면 안 된다. 삼장법사의 손바닥에 있는 거고, 그걸 바로 실시간으로 방송한다'고.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그 말이 정말 맞는 것 같다. 2000년에 함께 근무했던 사람들이 그대로 업무를 하고 있거나, 다시 돌아와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 분은 요즘 뭐하신데요?" 물어 보면, 많은 분이 다시 베트남에서 활동을 하고 계신다는 소식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며칠 전 고객 한 분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내가 백화점에서 근무를 했다고 하니 언제 근무를 했냐고 물어 보는 것이었다. 처음엔 ‘이 사람이 내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내 밑에서 근무하던 매니저가 자기와 절친한 친구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 매니저가 본사로 돌아간 후 계열사로 이동한 후 만나보지 못했다고 하자 지금 그 회사도 나와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고 하는 것이었다. 순간 머리가 쭈빗해 지는 것을 느꼈다. 만약 내가 그 친구에 대해 나쁜 소리를 했으면 아마도 기분이 나빴을 것이고, 나에 대한 인상도 덩달아 나빠졌을 것이다.
‘세상 참 좁고 돌고 도는구나’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되었다. ‘호치민시는 핵심 도시가 반경 5Km에 불과하고, 나는 몰라도 상대편에서는 나를 아는 경우가 허다하고, 외국인으로서 다른 행동이나 태도는 바로 눈에 띄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니 손바닥 위에서 뛰고 있는 거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외지에서도 이렇게 지인이나 지인의 지인을 만난 횟수도 적지 않았다. ‘착하게 살아야지. 바르게 살아야지’라는 생각이 다시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