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베트남 도로 위에서 떠오른 아버지의 기억

대한뉴스 교통문화 캠페인에서 해결책을 찾다.

by 한정호

[베트남 일상] 한국시민이 대한국민이 된 이유, 대한뉴스 교통문화 켐페인


요즘 베트남은 자동차 붐이다.

며칠 사이만 지나도 도로 위의 차량이 눈에 띄게 늘어난다. 동네 도로와 인도는 이미 주차장이 되어버렸고, 아직 교통 질서라는 개념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다.

문제는 운전자들 대부분이 초보라는 점이다. 차선을 지키지 못하고, 갑자기 멈추고, 크락션을 남발한다. 옆에 타고 있으면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지인 차에 동승이라도 하는 날엔 불평이 쏟아지고, 심지어 욕까지 듣게 된다.


아버지의 핸들 위 모습

이 광경을 보면서 문득 아버지가 떠올랐다. 온순하기 그지없던 분이었지만, 운전대만 잡으시면 사람이 달라졌다. 크락션을 연달아 울리시고, 욕도 툭툭 튀어나왔다. 어린 시절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왜 저러시지?'

'욕 좀 안 하시면 안 되나?'

'내가 옆에 타서 왜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하지?'

지금 베트남의 도로 풍경이 꼭 그 시절 아버지의 운전대를 옆에서 지켜보던 기억과 겹쳐진다.


70~80년대 한국과 닮은 풍경

얼마 전 대한뉴스에서 방영된 대시민 캠페인을 보았다. 교통질서, 절약, 위생 같은 생활 캠페인들이 쏟아져 나오던 시기였다. 당시 한국 시민들이 ‘대한국민’으로 거듭나는 데 이 캠페인들이 큰 몫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교통질서 캠페인은 하나의 장편 영상으로 묶어도 될 만큼 많았다. 그만큼 70~80년대 한국 도로 위의 현실이 지금의 베트남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반증일 것이다.


베트남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영상

이런 생각을 했다.

만약 베트남 사람들에게 당시 대한뉴스 교통 캠페인 영상을 보여줄 수 있다면 어떨까? 지금의 무질서를 보며 ‘우리도 그랬지’ 하며 고개 끄덕일 수 있지 않을까? 동시에 이런 메시지도 전하고 싶다.

“조금만 마음을 내려놓고, 욕 대신 양보를 해도 된다.”


아버지도 결국 그랬다. 운전대를 내려놓고 나면 그 누구보다 온화한 분이었다. 지금의 우리도, 베트남 사람들도, 그리고 한국의 운전자들도 결국은 다르지 않다. 교육과 습관화를 통해 질서와 문화를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것이 어른들의 몫이고, 정부의 몫이라는 생각이 든다.


명함.pn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아라비카에서 로부스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