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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

2023.1.30

by 프로이데 전주현


어떻게 지내냐는 질문에 겨울의 일부를 산다고 답하고 싶다.


수십 번 스마트폰 화면과 충돌하는 살집이 추위에 움츠러들지 않도록 장갑을 챙긴다고. 함께 사는 이가 손에 옷 하나 입히지 않고 정신을 딴 데 주고 있다면 그를 잡고선 조물딱 조물딱 온기를 흘려보내며 지낸다고.


가쁜 숨에 얼음 녹는 소리가 그립기도 하지만, 기왕이면 마음까지 데우고 싶어 "따뜻하게 주세요" 하고서 커피 한 잔을 기다린다고. 오후 세시반의 뒤. 난로 옆, 크레마 위. 바람 사이에서 꺼지지 않은 불의 자리를 찾아다닌다고.


눈 내리는 날에는 창밖을 자주 내다보며 남녀노소 모두 어린아이의 걸음을 하며 움직이는 풍경에 미소를 짓는다고. 그때 세상이 정말로 하얘진 기분이 들어 눈물도 난다고.


연달아 울리는 재난 문자를 본 체 만 체하지만 친구의 출근 무용담은 듣게 된다고. 그 친구가 귀갓길에 아직 녹지 않은 눈오리 하나쯤 발견하며 웃길 기대 한다고.


그러고 나서 되묻고 싶다. 너는, 하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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