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로 불이 대합실에 가득 찼던 바다 내음을 집어삼킨다. 봉지를 내게 건네자마자 할머니는 눈발이 날리는 대합실 밖으로 걸어 나간다. 역무원은 이제대합실이 비었다며 안도하다가 나를 살짝 째려본다. 변명이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나는 벤치에 앉는다. 데워놓은 자리. 할머니가 앉았던 자리라 그런가 난로 불 앞이라 그런가. 역무원도 나도, 한동안 그 누구도 말하지 않는다. 난로 불소리만 들린다. 데워지는 공기. 타닥타닥 울어 재낀다.무릎 위, 품 속검은 봉지가 일렁인다 - 넘실 넘실. 나는 우는 아이를 어르듯 봉지를 다독인다.
3
역무원 : (벤치 옆으로 슬쩍 다가와서 창밖을 보며 무심하게) 그걸로 뭘 하려고?
나 : (역무원을 올려다보며) 어렸을 때 아버지랑 펄에서 자주 캤어요. 웅크려서 조개를 캐다보면 한두 시간 금방 지나가는데요. 허리 아픈 줄도 모르고 집중하게 되죠. 허리로 뭉근하고 지끈지끈한 느낌이 모여들어요. 그 느낌을 모른 척하려고 자주 노래를 지어 불렀어요.
역무원 : 추억을 사보겠다고 오지랖을 부린 거구만?
나 : 덕분에 펄 속으로 호미질을 얼마나 힘차게 해댔는데요.
역무원 : 자네가 물건을 사줬다고 다음번에 또 오셔서 사달라고 하면 어떡할라고? 그때도 덥석 사드릴 건가?
나 : 펄이 없어지기 전에 "데려 왔다"라고 하시길래. 애정이 담긴 모시조개 같았어요(검은 봉지 매듭을 꽉 쥔다). 이 밤이 되도록 팔리지 않은 게 아니라, 이 밤이 되도록 팔고 싶지 않았던 조개 같더라고요.
[후두두두. 후두두두. - 눈발이 역무실 창문을 세게 때린다.]
역무원: (나를 슬쩍 내려다보다가 다시 창 밖을 주시하며) 어르신, 거, 내리는 눈발에 주저앉기라도 하면 어떡하려고 다짜고짜 나갔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