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어깨에 맨 가방엔 지퍼가 없다
몸에 바짝 끼고 다녀도 틈이 생긴다, 쉽고 요란스럽게
그곳에 왼손을 집어넣고 열쇠를 찾는다
짤랑짤랑
그 사이로 함박눈 한 두 송이 내려앉는다
소복소복
노트 모서리가 눈송이로 젖는다 종이가 운다
주홍색 털의 길고양이가 가던 길을 멈춘다 내 쪽을 바라보며 운다
엉엉, 아이처럼 냐옹
문을 열 수 있을까 - 짤랑짤랑 소리는 계속인데 가방 밖으로 열쇠를 뽑아내는 건 아직이다 - 눈송이가 틈 사이로 쏟아져 들어온다
울보들이 많아진다
뒤스럭을 떤다, 한참 동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