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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이데 전주현 Jan 26. 2024

단단한 부탁

23.09.29 22:26 씀

지붕이 되어주는 사람아 그늘을 만드는 사람아 우산을 건네는 사람아

그간 태풍을 견디더니 제법 의젓해졌구나 골목골목 가로등 불빛을 걱정하다니
빛이 닿지 않은 곳 뙤약볕을 피하지 못한 곳 빗줄기를 감당하지 못하는 곳을 하나하나 살피다니


계속 일하는구나
끝까지 사랑하는구나


날개가 채 돋지 않은 벌레 하나에도 사자처럼 울부 짓는 이웃을 만났다며
네가 그를 사랑하게 되었고 그를 지키겠다고 약속했다며


네가 그를 사랑하게 되었으니
내가 너를 사랑하게 되었고
네가 그를 지키겠다고 약속했으니
내가 너를 지키겠다고 약속하려고


바닥을 채우는 나비가 되어 햇빛을 곁에 두는 외출을 계획하려고
우산 안으로 너를 초대하려고


하나하나, 계속, 끝까지


빈 바닥을 장식하고 그림자가 시야를 가리지 않도록 주의하려고
우산의 원단과 살대를 잇는 마감 부분을 보려고

그쪽으로 이쁘게 모여서 또르르 떨어지는 빗방울을 함께 보려고


그러니 피난처 삼으렴 거처 삼으렴 장막 삼으렴

나를 그를 너를

 

하나하나, 계속, 끝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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