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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 Choi Sep 28. 2017

커리어 전환의 환절기

By wodian Jiinne

아침에 긴팔을 입고 나왔다가 오후가 되면 선택을 후회하는, 여름과 가을 그 중간쯤의 날씨지요 요즘:) 저는 해질녘 선선하게 닿는 시원한 바람이 좋아 일부러 나가 걷기도 하면서 길지 않을 이 시간을 만끽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오는 가을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선선해지는 날씨와 함께 마음이 한결 차분해지면, 천천히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는 시간을 갖는 분들도 많이 계실텐데요. 신나는 미래의 그림과 아직은 부족하기만한 현실 사이에서 고민 많으실 여러분을 위해 오늘 제가 드리는 이야기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시작합니다. 먼저, 얼마전 만났던 구직자와의 대화를 잠깐 공유할게요.

A: “지금 하고있는 업무의 범위를 확장해서, 아시아의 비즈니스를 다루는 일을 해보고 싶어요.”
J: “와, 멋지네요. 지금까지 업무 성과도 잘 보여주셨고, 계획하시는 바에 대한 의지도 있으니 잘 하실 수 있을거에요.”
A: “음.. 그런데 이미 회사내에 아시아 본부 업무 경험이 있는 사람들도 많고, 네이티브 수준의 영어는 기본에 중국어나 일본어까지도 잘하는 사람들도 많은데요. 그 사람들을 어떻게 이길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J: “업무의 기본 역량은 일정 수준으로 맞춰놓으시고, 동시에 A님만이 보여줄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보아야죠. 다행히 해당 산업에서 한국 비즈니스가 아시아 본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니, 한국 시장에 다년간의 경험이 있는것 또 주변국인 일본과 중국 시장을 잘 이해하고 있는것도 도움이 될거에요. 아직 모르는 마켓에 대해서는 기회가 있을때마다 회사에서 자료도 찾아보시고, 해당 지사들이 비즈니스를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도 관심있게 보고 연구해보세요.”
A: “글쎄요.. 제가 아무리 노력한들, 마켓 하나 담당하고 있던 저와 글로벌 마켓에 노출되어 있던 사람들과는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을거에요. 본사의 관심도도 다르구요. 다른 마켓을 좀 보고싶어도, 괜히 회사에서 저의 이런 생각을 알게될까 걱정되구요. 그냥 준비해서 MBA나 가볼까해요.”

대화가 이쯤되면, 제가 왜 이 분을 대신하여 “아니에요.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라며 그의 가능성을 대신 증명해 보이려 애를 써야하나 싶습니다. 구직자가 생각하지 못했던 방법, 좀 더 효율적인 계획에 대해서는 커리어 컨설턴트와 함께 상의하고 만들어나갈 수 있지만, 자신이 왜 이 업무에 적합하지 않는지에 대한 이유를 이렇게나 많이 끌어안고 나아가려는 발걸음을 스스로 막고 있을때는 어떻게 도움을 드려야할지 저도 막막해집니다. 역으로 누군가가 “당신이 왜 이 업무에 적합하다고 생각하지요? 어떤 계획을 갖고 계세요?”라고 물어와도 자신있게 자기 이야기를 하고 상대를 설득할 수 있어야하는데 말이지요. 에피소드 하나만 더 들어볼까요?

B: “5년간 고시공부만해서 그렇다할 스펙을 쌓지를 못했어요. 하지만 무역업무를 정말 하고 싶고, 누구보다 잘 할 자신있어요.”
J: “그래요. 그런데 왜 무역업무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나요? B님의 어떤 점이 무역업무에 적합하다고 생각하세요?”
B: “전공때문에 관심갖게 되었는데, 공부도 재미있었고 성향도 맞는것 같아서요. 그런데 저는 이제 나이도 많은데 스펙은 없고.. 걱정이에요.”
J: “고시공부하면서 관련 과목도 준비하셨고, 무역업무에 필요한 외국어도 잘 준비하셨잖아요. 5년동안 목표를 위해 달려본 경험이 있는 사람도 많지 않아요. 비록 원하는 결과는 얻지 못했어도, 자기관리와 책임감, 성실성도 증명되는거구요.”
B: “그래도 회사에서는 스펙 많이 쌓은 후보자를 더 좋아하니까요..”

이렇게 누군가의 이야기를 제3자의 입장에서, 글로 읽고 계시니 “저렇게 부정적이고 방어적인 태도로 뭘 하겠다는거지? 그 시간에 뭐라도 하나 더 준비하겠다!”라는 생각이 드시나요? 아니면 나의 이야기인것 같아 뜨끔하신 분도 계신가요? 혹 ‘아.. 나도 저런 생각에서 벗어나질 못했던것 같아..’라는 생각이 들어도 너무 좌절하지 마시길.. 다행이도 불행히도(?), 제가 컨설팅하는 적지않은 수의 사람들과 위와 같은 대화를 하고 있거든요..(네, 제가 커리어 컨설턴트로 사명감을 안고 열심히 살아야하는 이유입니다..!:) )

물론 위의 대화에서 구직자분들이 이야기한것들도 분명 필요합니다. 현재 나의 위치 그리고 마켓에서의 나의 경쟁력, 나의 고객이 원하는것을 파악하는 것은 중요한 작업이거든요. 되고싶은 나와 현실의 나의 간극을 인지하고 그것을 좁히기 위해 내가 어떤 액션을 취해야하는지 결정할 수 있게 도와주니까요.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놀랍게도(?) 목표에 도달하려면 무엇을 해야하는지도 잘 알고있어요. 그런데 그 알고 있는것을 하지 못하고 (또는 안하고), 제자리에 서서 앞으로 나가지 못함을 괴로워하는 큰 이유는, 다른 포인트로 이동하는 그 과도기를 견디기 어려워해서인것 같아요.

오늘 내가 이걸 한다고 1년후에 저 업무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해줄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부터 이미 그 자리에 있는 사람과 비교하면서 오는 열등감, 지금 편한 내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은 안일함, 목표에 대한 불확실성..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들이 너무 많은것이지요. 나를 잡고 있는 이 모든것에서 자유롭지를 못하다보니, 더 쉽고 빠른 방법을 찾는데 시간을 쓰느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거나, 이 과정이 소모적이라고 느껴지는 순간 그 시간을 견디기 싫어 여러 핑계를 방패삼아 방어벽을 쳐버리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리는 경우가 더 많더라구요.

아직 원하는 것을 손에 넣지 못했기때문에 목표라는 것을 세우고 만들어나가는 과정인건데, 그 과정중에 비교되며 뒤쳐지게 보이는것도 싫고, 내가 남들보다 월등하게 잘하는 것도 있는데 여기서 무슨 고생인가 싶기도하고, 이런다고 누가 알아줄까 싶고, 하고있는 일만으로도 벅찬데 여기서 뭘 더 하자니 그것도 부담스럽고.. 목표 달성을 위한 액션을 하나 취하는 수고로움보다, 이 과정을 묵묵히 해내겠다는 그 마음먹기가 더 힘든게 아닌가 싶어요. 목표는 너무 먼 것같고 현실의 나는 그럴수록 더 초라해보여 주저주저하며 한걸음도 못내딛고 있다가 준비없이 다음 단계에 덩그러니 놓아져 버리면, 그땐 정말 울고싶어질건데 말이에요.


뜨거운 여름을 지나 가을을 맞이하려면, 그 계절을 통과하는 길목에서 다양한 날씨의 변화들을 겪어내야하잖아요. 번거롭지만 한동안은 겉옷도 일부러 챙겨다녀야하고, 어느날은 아직도 한여름인것 같았다가, 어느날은 이불을 푹 뒤집어 쓰고 자야하는 쌀쌀한 날이었다가.. 일교차 큰 날씨때문에 감기에 걸려 고생을 제대로 하기도 합니다. 여름이면 여름이던지, 아니면 확실하게 가을이던지 하면 좋을텐데, 이도저도 아니고 감도 안잡히는 그런 날들이 이어지잖아요. 그런데 이 과정이 귀찮다고해서 한없이 여름에 머무를수도 가을을 빨리 당길수도 없는 노릇이겠지요.

여러분의 커리어에도 늘 이런 간절기가 한번씩 거쳐가리라 생각합니다. 겪어보았다고 힘들지 않은것은 아니지요. 다만 계절이 바뀌려면 당연한거다-라고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원치않는 감기도 걸려가며 그렇게 이 시간을 온몸으로 보내주어야 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좀 희망적인것은, 이것도 몇번 하다보니 감기에 걸려 고생을 할때 하더라도 여름같은 날은 여름처럼 즐기고 선선한 가을빛을 보여주는 날에는 그날을 또 그렇게 보낼줄 아는 여유도 좀 생기더라는거죠.
이 계절을 보내고, 다음 계절을 맞이하는 내 몫의 수고로움을 다했을때, 그 혼란스러운 시간 후에 비로소 얼굴을 보여주는 무르익은 가을이 충분히 내것이 될 수 있겠지요. 여러분이 오늘 하루도 묵묵히 내딛은 그 한걸음이 이 가을 풍요로운 수확으로 보답할수 있기를 바랍니다!

Be Wodian,
Jinn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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