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즘. 단어야 예전부터 익히 들었다. 비우고, 비워낸다. 최소한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예전에 한 스님의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세 평 남짓한, 아무 것도 없는 공간에서 여유를 느낀다 했다.
사실, 크게 공감하기는 어려웠다. 아니, 그래도 소비를 안하고 살 수 없지 않나? 이 자본주의 세상에서 결국 소비가 내 자신을 드러내는 일인데.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그리고 그건 이 책을 통해 깨달을 수 있었다.
<미니멀리스트>
미니멀리즘은 단순히 계속해서 자신의 물건을 버리는 사람들을 말하는 게 아니다. 그 버리고 비우고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행위보다 그 동기, 이유, 목적에 주목해야 한다.
왜 그들은 최소한만 남길까?
그들은 버리는 행위 자체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버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필요한 것만 남기는 거예요. 모든 물건을 다 버리는 게 아닙니다. 필요하면, 그게 산더미같이 쌓인 옷이라도 남깁니다. 버린다는 부정적인 관점보다 소중한 것만 남긴다는 긍정적인 관점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그게 미니멀리즘이죠."
생각해보자. 아침에 옷을 고를 때, 똑같이 생긴 반팔티 10장 중에서 한 장을 고르는게 쉬울까, 각자 저마다 다른 색상과 패턴을 뽐내는 옷들 중에서 고르는 게 쉬울까? 당연히 전자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사람은 아침에 옷을 고르는데 쓰는 에너지를 더 중요하고 소중한 곳에 쓰기를 원한다. 왜 잡스가 같은 목폴라티를, 주커버그가 진부하기 짝이 없는 회색티 50장 중에서 한 장을 고르는 지는 여기에 달려있다.
경제적 관점이 들어가면 이해가 쉬워진다. 위의 두사람이 가진 시간의 값어치는 얼마나 비쌀까? 만약 그 사람들의 한 시간이 최저임금이었다면 옷 하나 고르는데도 시간을 아까워했을까? 글쎄. 그런데 그 사람들이 매일 내리는 의사결정으로 수백 억 달러가 왔다갔다 한다. 그렇게 비싼 시간을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다고 여기는 옷 고르는 데 쓰는 건 그냥 돈을 길바닥에 버리는 것과 같다.
이를 극대화하면 이러한 관점을 가질 수 있다. "돈을 쓰는 건 시간을 쓰는 것과 같다." 우리는 쇼핑을 할 때 단순히 그 물건을 사는 데에만 돈을 쓴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뒷면에도 숨어서 새어 나가는 돈이 생긴다. 우리가 그 신발을 사지 않고 그 시간에 돈을 벌었다면? 단순히 사는 것뿐만이 아니다. 같은 신발을 사더라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가격이 다르고 온라인에서도 사이트마다 값이 다르다. 이를 고민하는데 날리는 시간까지. 그 모든 게 비용이다. 결국 돈을 쓰는 건 그만큼의 시간을 허비하는 것과 같다.
좀 더 깊이 들어가볼까? 그 물건을 사서, 집에 놔둔다고 생각해보자. 통계적으로, 집안 물건 중 80프로 이상을 1년에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게 시간을 허비해서 산 물건이 정말 필요하면 괜찮다. 내 인생에 필요한 거니까. 그런데 문제는 사용하지 않는다는 거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요즘 대부분이 전세, 월세로 거주지를 마련한다. 즉, 사는 방에 돈을 지불하고 있다. 그런데 그 방의 면적을 쓰지도 않는 물건이 차지하면? 우리는 그 물건을 보관하는 데 집세를 내고 있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면 서울역에 짐 보관소를 생각해보자. 그 잠깐 맡기는, 1평도 되지 않는 조그마한 칸에도 돈을 내야 한다.
에이, 그래도 다 사람 사는게 행복하자고 사는 건데. 그거 마저 아까워하면 뭔 재미로 살겠냐! 맞다. 적극 동의한다. 그러니 관점 자체를 바꿔야 한다. 내가 그걸 사지 않고도 자유를, 행복을 느끼면 되는 거 아닌가? 그 사상이 바로 미니멀리즘이다. 꼭 필요한 것만 소비하는 철학의 이면에는 이러한 사상이 숨어있다.
오늘 아침 댓바람부터 물건을 잔뜩 버렸다.
얘네들은 정리한 거지만 이거의 배 이상으로 버리고 왔다.
처음에는 힘들다. "이거 다시 쓸 것 같은데..", "이건 아까운데..." 이런 마음으로는 절대 버리지 못한다.
그래서 가장 먼저 한 건 디지털 미니멀리즘이었다. 버리기 가장 쉬운게 뭘까? 다시 사기도 쉬운 것들이다. 우리가 앱을 설치할 때 돈을 내야 하나? 대부분의 앱은 그렇지 않다. 혹은 한번 돈을 내면 무제한으로 다운받을 수 있다. 앱을 지우면서 아쉬울 때마다 되뇌었다. "다시 깔면 되지 뭐." 그렇게 앱을 40개나 지웠다.
전에 말하지 않았나. 처음이 어렵지, 작게 성공을 경험하면 그 다음은 쉬워진다. 옷을 버릴 때도, 잡동사니를 버릴 때도 마찬가지였다.
다시 사면 되지 뭐.
부자 마인드로 행동하면 된다. 물론 돈은 그만큼 벌지 않지만, 그 방향을 지향하는 이상 그렇게 행동해야 뭐라도 손에 들어온다.그리고 그게 우리의 행복을 좌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