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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현 Jun 23. 2021

중앙대학교 도서관 답사기

나의 건축 답사

 오랜만에 정말 마음에 드는 건물을 찾았다. 이 건물은 인터넷에 흔한, 예쁘고 감성적이기만 한 건물이 아니었다. 리모델링 프로젝트이면서, 대학교 도서관 건물이라는 점에 완전히 잘 들어맞는 건물이었고, 솔직함이 매력적인 건물이었다.



과거


원래 중앙대학교 중앙도서관 건물은 1959년 지어졌다. 그 오래된 세운상가보다도 거의 10년이나 일찍 지어진 것이다. 리모델링이 되기는 했지만 그때의 건물이 지금까지 남아있으면서, 지금도 활발하게 쓰이고 있다니 놀랍다.



개관당시의 사진과 리모델링 이전의 사진 (사진-중앙대, 중대신문사)


리모델링으로 과거 3층이었던 건물이 현재는 4층으로 증축이 되었고, 2~4층까지의 외벽이 커튼월로 바뀌었다. 역시 이렇게 말로 하면 쉽다. 하지만 건물 내부에 들어가면, 이 건물을 더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작업들이 필요했는지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내부


1층 자습실의 내부모습과 열람실 사진

뭔가 하이테크적으로 보이는 외관에 비해 내부는 생각보다 화려하지 않았다. 의식하지 않으면 이 건물이 신축인지 리모델링인지 모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부 마감은 흰색이나 회색의 무채색으로 심플하고, 천장은 노출되어있는 형식이었다. 여기서 이 천장이 리모델링의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데, 평상시 일반 신축건물과 다름없게 느껴질 건물이지만, 고개를 들어 천장을 보면 오래된 건물의 콘크리트 보와 슬래브가 보인다.


이 노출된 콘크리트면들은 이 건물을 지을 당시 사용했던 나무판자의 결들을 그대로 담고 있어 더욱 그 느낌이 특별하게 느껴진다. 요즘 지어지는 건물들은 일부러 나뭇결을 살리려고 하지 않는 이상 콘크리트에 저런 무늬가 남지 않는데, 과거의 방식이 보이는 것 같아 재밌다. 그리고 이런 오래된 부분들이 깔끔한 지금의 인테리어와 대비되는 것도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오래된 건물의 구조와 보강된 구조들이 드러나 있는 모습

이 건물은 이런 식으로 천장을 노출시켰기 때문에 기존의 건물의 흔적을 볼 수 있으면서 동시에 보강이 이루어진 부분들도 그대로 볼 수가 있었다. 워낙 오래전에 지어진 건물이다 보니 층고가 낮을 수밖에 없는데, 각종 설비를 추가하면서도 천장고가 높아 보이는 효과를 주기 위해 노출 천장을 선택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방식으로 보강을 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어 좋았고, 이렇게 철판보강된 부분이 생각보다 눈에 거슬리지 않았다.


건물을 리모델링하면서 ㅁ자형인 건물 안쪽 내부 공간도 증축을 한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 증축 과정에서 새로 생긴 철골보와 슬라브, 콘크리트 벽도 확인할 수 있었다.



중정

중정의 모습

이렇게 안쪽으로 증축을 하면서 기존에 있었던 중정이 작아져야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중정은 중앙통로 양쪽으로 위치하는데, 중정 치고는 크기가 작다. 대신에 중정의 한쪽면에 경사를 줘서 실내에 더 많은 빛을 유입시키고 더 넓어 보이도록 한 것 같다. 이 건물은 위에서 보았을 때 정방형이기 때문에 가운데 이런 중정들을 두면서 가능한 많은 좌석들이 창을 접하도록 할 수 있었다. 덕분에 열람실의 공간들이 답답하지 않고 쾌적하게 느껴진다. 만약 면적을 확보하기 위해 이 중정공간을 없앴다면, 리모델링을 안 하느니 못한 건물이 되었을 것이다.


4층

4층 자습공간

새로 지어진 4층은 꼭대기 층이라 층고가 훨씬 높게 만들어져 있었다. 그리고 노출 천장을 쓴 덕에 더 시원해 보이는 공간이었다. 공중에 열교환기나 에어컨 등의 장치들이 워낙 많이 매달려있어서 좀 정신없어 보이기도 한다. 가장 아래쪽에 달린 열을 맞춘 형광등들은 이런 설비들이 너무 튀지 않게 해주는 가상의 천장면 역할을 해주고 있다.

 

4층 자습공간의 모습

곡면의 지붕 형태를 활용해 중간중간 창을 내어서 빛도 들어오게 했다.


2~4층까지 설치된 커튼월은 건물의 4면을 둘러싸고 있다. 때문에 열람공간들은 직사광이 드는 남쪽을 피해 배치되어있었고 커튼월에 차양 역할을 하는 패턴이 들어가 있었다. 또한 모든 창에 블라인드가 설치되어있었다. 도서관이기 때문에 직사광을 막기 위해 특히 신경을 쓴 것 같다


또한 세로로 길게 창문을 내서 환기를 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는 세로 방향의 건물 패턴을 해치지 않으면서 환기효과도 좋았다. 딱 사람이 통과하지 못할 정도로만 열리는 것이 위트 있다.



전망대

전망대의 휴게실은 코로나19로 들어갈 수 없었다. 오른쪽 사진은 기존건물의 오래된 계단이 남아있는 모습


시계탑 부분은 기존 콘크리트 기둥과 계단을 남겨둔 채, 벽을 없애고 통유리로 만들었다. 북쪽으로 휴게공간들이 있어서 캠퍼스가 내려다보이는 뷰가 좋아 보인다. 하지만 계단실은 남향이어서 그런지 4월인데도 너무 더웠다. 건물의 뜨거운 공기가 이곳에 모이는 것 같다.



외관

건물의 정면인 북측면

이 건물의 커튼월로 된 외관은 투명하면서 동시에 건물의 덩어리를 선명하게 보여주고, 밤에는 주변에 밝은 빛을 내뿜는다. 밤에 캠퍼스를 가면 마치 이 건물이 중앙대학교 학생들의 학구열을 보여주듯 주변의 어떤 건물들보다 밝게 빛난다. 그리고 실제로도 안에서 학생들이 공부에 열중인 모습들을 볼 수 있다. 대학 도서관으로서의 상징성과 실용성 모두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건물의 서측면

건물의 동서측은 사진처럼 매스가 약간씩 경사를 주고 매스가 돌출되어 있는데, 지붕의 형태와 연결되는 디자인인 것 같다. 하지만 이 부분은 건물에서 그리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철학

건물 내부에 건축가가 리모델링을 진행하면서 남긴 글이 붙어있었다. 이 글에는 건축가의 의도와 철학이 잘 담겨있었다.


"새로운 도서관으로 바뀌게 될 캠퍼스의 풍경은 하루 24시간 깨어있는 모습이 될 것으로 상상했다. 낮에는 빛을 모으고 밤에는 빛을 뿜어내는 빛의 상자가 되기를 기대했다. 내부 공간은 밝은 회색의 모노톤으로 마감해 도서관의 주인공인 책과 책 읽는 학생들의 배경이 되도록 했다. 새 도서관이 백화점의 화려함이 아니라 수도원의 장서각 같은 분위기로 면학의 공간을 형성할 수 있다면 굽 높은 구두와 짧은 치마가 운동화와 작업복의 모드로 바뀌는 대학문화의 변화가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이다. 이 건물을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잘 설명하고 있다. 이 글을 읽으면 좋은 건물을 만들기 위해 꼭 복잡하고 추상적인 생각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상식적인 생각으로도 특별한 건물이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백화점 같은 대학 건물과 캠퍼스의 분위기에 반대한다는 내용은 학생으로서 정말 공감되는 내용이었다. 대학 건물과 상업건물의 차이가 점점 사라져 가는 시대이다. 요즘의 대학의 특성들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건축가는 이런 사회분위기에서도 도서관만큼은 대학의 본래 목적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생각 건축에 잘 담았다.


건축가의 글에는 또한 설계를 하면서 어떤 부분이 어려웠으며 어떤 부분이 아쉬웠는지도 적혀있었다. 리모델링 과정에서 오래된 건물의 요소들이 대부분 사라지게 된 것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고, 비용도 예상보다 훨씬 커지게 되었다고 한다.



치며

외부인인 나는 따로 허가를 받아 이곳에 들어갈 수 있었다. 처음에는 굳이 이렇게 외부인을 통제할 필요가 있나 싶었지만, 결국 그게 좋은 결정이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 도서관 건물은 전적으로 학생들을 위한 공간이었다.


몇 번인가 밤에 중앙대 캠퍼스를 산책한 적이 있는데, 다른 건물들은 불이 꺼져있어도 언제나 도서관 건물은 학생들이 가득했다. 그리고 이번에 여기를 답사했을 때, 나 또한 학생의 입장에서 학생들을 위한 쾌적하고 실용적인 공간이라고 느꼈다.


요약하자면 이 건물은 대학의 도서관요구 상징성과 실용성 모두를 만족시키고있다. 거기에 더해서 오래된 건물의 역사성도 담고있어, 여러 관점에서 굉장히 영양가가 높은 건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개인적으로 약간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한마디로 말해 건물의 모든 공간이 독서실이었다. 어느 학교에서나 도서관은 사실상 도서관이 아닌 독서실로 쓰이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요구를 반영해 이 건물은 정말 많은 독서 공간들을 만든 것 같았다. 학생들이 공부에 열중하는 것이 바람직하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삭막한 요즘 대학의 분위기를 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게 느껴졌다. 도서관에는 각 잡고 시험공부를 할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하지만, 이제는 그만큼이나 다른 사람과 자유롭게 대화를 하면서 배울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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