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하지 않으려고 뛰는 아이들
"일어나! 6시 반이야! 학교 가야지!" 나는 아이를 깨운다.
평일 아침, 매일 반복되는 아침 풍경이다.
일어나서 씻고 밥 먹고 나가려면 마지노선은 6시 45분이다.
5분만 5분 만을 외치는 아이가 안쓰러워 그 이야기를 들어주다 얼마 전에는 정말 지각할뻔했다.
도저히 안 되겠어서 "엄마 이제 5분 더 주지 못할 거 같아. 깨우면 바로 일어나야 한다. 지각할뻔했잖니."라고 말했다.
아이도 나의 의견에 수긍해 주었다.
바로 일어나라고 하는 게 좀 정 없게 느껴지긴 해도 어쩔 수 없다. 아침시간은 하루 그 어느 때보다도 빨리 흘러가니까. 아차! 하는 순간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널 수도 있다.
아이를 내려주는 길, 10일째 자전거도로에 주정차해 놓은 차량을 봤다. 오늘은 못 참고 사진을 찍었다. 난생처음으로 민원이라도 넣어볼까 싶다. 아이가 내릴 틈이 없다. 그 차량이 사거리 끝에 서있기 때문에 내리기가 참 어렵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아이를 학교로 실어 날랐다. (아이는 차에 타자마자 또 자기 때문에 정말 실어 나르는 수준이다)
아이를 내려주면 가장 힘든 퀘스트 1차 통과한 기분이다.
깨우는 순간부터 아침 차려서 먹여서 등교시키는 순간까지 매일 반복되는 일이지만 보통일이 아니다.
왜 이나라는 부모의 조력이 없으면 아이들이 학교생활을 하지 못하게 만들어놓았는가?
가정통신문을 받았다. 2학년 과목 선택 때문에 학교에 와서 부모 상담을 하라고 한다. 중요한 일이고 "선택을 바꿀 수 없다"라고 하니 부모도 알아야겠지. 그런데 왜 바꿀 수가 없나?
가족도 맘에 안 들면 바꾸는 판에 ( 살다가도 맘이 안 맞으면 헤어지지 않는가)
미성년자 학생들이 해보다 못하겠어서 선택을 바꾸고 싶다는데 왜 누구를 위해서 이렇게 학생을 숨 막히는 결정의 순간으로 밀어 넣는 것인가? 공부가 쉽기나 한가. 아니면 충분히 토론의 시간을 주고 자기 탐색의 시간을 주기나 하는가. 토론수업을 하다 보면 중학교2학년인데도 토론을 한 번도 안 해본 아이들도 있다.
아이들은 어리다. 성인도 겪어보지 않고는 모르는 일이 많은데, 50이 되어도 나 자신을 다 모르겠는데 내가 해보지 않고 어떤 적성이 맞는지 100퍼센트 판단할 수 있나? 왜 번복할 수 없는 것인가. 적성에 안 맞아 견디기 힘든데 끝까지 밀고 나가야 하는 것인가.
오늘 어떤 기사를 보았다. 수능화학문제에 대한 이야기였다. 정해진 시간 안에 서울대 화학과 출신 포스텍 총장도 못 푼다는 기사로 깊이는 없고 함정만 있는 문제에 대해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화학에 대한 깊이를 배우는 문제가 아니라 연관성 없는 다른 내용을 추가해 꼬아놓고 화학문제랍시고 풀게 한다는 거였는데 그런 식으로 접근하면 절대 화학이라는 학문에 흥미를 가질 수도 없고 깊이 있게 탐구할 수도 없다는 이야기였다.
'시간'이 절대 중요한 학문이 아니라는 거다. '탐구'해야 하는 학문을 문제풀이 학문으로 바꾸어놓았다는 이야기.
이야기가 딴 길로 샜는데
나는 내 아이를 내려주고 돌아오는 길에 최선을 다해 뛰어가는 다른 아이를 보았다.
시간은 7시 31분. 35분을 넘기면 지각인데 학교에서 꽤 거리가 있는 곳이었다.
생활복을 내 아이와 똑같은 것을 입어서 같은 학교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지각을 하면 벌점을 주고 생기부에 지각이라고 기록이 남는다.
그것은 대학 입시에 큰 영향을 준다.
예전에 지각하는 아이들은 선생님께 혼이 나고 그에 합당한 다른 벌을 받았다.
지금 아이들은 기록당한다. 긴 거리를 쉬지 못하고 계속 뛰는 아이를 보며 같이 달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마음이 아프다.
벌점으로, 평가로 이루어지는 학교생활.
수업시간에도 마찬가지이다. 발표의 적극성, 수업에 집중하는 태도 등 아이들은 계속 살펴지고 점수 매겨진다.
얼마 전 고 황현산 님의 [밤이 선생이다]를 읽었다. "학교교육이 잘못됐다고 하면서도 너는 앞에 서야 한다 라고 하는 것은 폭력이다."라는 내용의 글이었다. 소위 "학교교육의 문제점을 제기하면서도 1등은 해야 한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것인데 그럼 뒤에 서라고 해야 하는가. 그건 아이를 위하는 것인가. 혼자 별에서 온 사람처럼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지낼 수 있는가. 그게 폭력이라면 엄마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 게 옳은 것인가? 글에 답은 없다. 고 황현산 님을 훌륭한 작가라고 생각하지만 그 부분에선 납득하기 어려웠다.
교육부에 묻고 싶다. 도. 대. 체 우리 보고 뭘 어떻게 하란 말인가. 사람을 말려 죽이는 게 목표가 아니라면 입시제도를 싹 다 뜯어고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아이들과 부모들은 정말 잔인한 시대를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