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인재가 아니라 ‘적합한 인재’를 찾아야 하는 이유
한 스타트업이 최고의 데이터 분석가를 영입했다. 이력서는 화려했다. 글로벌 기업에서 수년간 근무했고, 업계에서 인정받는 전문가였다. 하지만 6개월 후, 그는 회사를 떠났다.
이유는 단순했다. 회사는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유연하게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원했지만, 새로 채용된 직원은 구조화된 프로세스와 명확한 지침을 선호했다. 회사가 기대한 역할과 그가 원하는 일하는 방식이 달랐다.
이 사례는 한 사람의 실패가 아니다. 조직이 ‘좋은 인재’를 찾으려 할 때 흔히 발생하는 문제다. 많은 기업이 누가 조직에서 성공할 것인가보다 누가 가장 뛰어난가를 기준으로 채용 결정을 내린다.
문제는 ‘좋음(goodness)’과 ‘적합함(fitness)’이 다르다는 점이다.
탁월한 실력을 갖춘 인재가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유는 세 가지다.
1) 조직이 원하는 인재의 기준이 불분명하다
많은 기업이 ‘능력 있고, 의욕이 넘치며, 긍정적인 사람’을 찾는다. 하지만 이는 너무 모호하다. 어떤 환경에서, 어떤 방식으로 일해야 하는 사람이 필요한가? 명확한 기준이 없다면, 잘못된 채용으로 인한 매몰비용(Sunk Cost)이 계속해서 발생한다.
예를 들어, 혁신과 변화를 강조하는 조직이라면 기존 방식을 깨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작 피드백이나 평가에서는 안정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을 선호한다면? 직원들은 조직이 원하는 인재상이 무엇인지 혼란스러워할 수밖에 없다.
2) 직무역량만 보고 채용을 결정한다
기술적 역량이 뛰어나다고 해서 조직에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인재라도 조직의 일하는 방식과 맞지 않으면 성과를 내기 어렵다.
어떤 기업은 빠른 의사결정을 중시하고, 어떤 기업은 신중한 검토 과정을 중요하게 여긴다. 어떤 조직은 개별 성과를 강조하지만, 어떤 조직은 협업을 최우선으로 둔다. 같은 ‘우수한 인재’라도 어떤 환경에서는 최고의 성과를 내지만, 어떤 환경에서는 부적응자가 될 수 있다.
3) 채용 기준이 면접관마다 다르고, 평가 역량이 부족하다
많은 조직에서 채용 과정은 면접관의 개인적인 판단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당장 일손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당장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 우선시되고, 면접관의 주관적인 기준에 따라 평가 기준이 달라지는 문제도 발생한다.
예를 들어, 한 IT 기업에서는 A팀과 B팀이 같은 직무의 신입 개발자를 채용하고 있었다. A팀의 면접관은 “문제 해결 능력과 창의성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알고리즘 테스트를 중점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B팀의 면접관은 “실제 협업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보고 팀워크 관련 질문을 더 많이 했다.
결과적으로 A팀과 B팀은 같은 직무에서 완전히 다른 유형의 직원을 채용했다. 그리고 몇 달 후, A팀의 신입 직원은 협업에 어려움을 겪으며 조기 퇴사했고, B팀의 신입 직원은 기술적인 난관에 부딪혀 성과를 내지 못했다.
면접관이 후보자의 역량을 충분히 검증할 수 있는 기준과 도구 없이 채용을 진행하면, 조직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정확히 선발하기 어렵다. 결국, 채용 과정에서의 작은 오류가 조직 전체의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조직은 어떻게 하면 ‘적합한 인재’를 찾을 수 있을까?
1) 조직이 필요로 하는 인재의 특성을 명확히 정의하라
많은 기업이 채용 공고에서 ‘도전적인 인재’, ‘팀워크가 뛰어난 인재’ 등을 언급한다. 하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야 한다. 어떤 환경에서 도전적인가? 어떤 방식으로 협업하는가?
예를 들어, 한 글로벌 테크 기업은 인재 평가 기준을 ‘FAST’로 정의했다.
• Flexible(유연성): 변화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가?
• Analytical(분석적 사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논리적으로 사고하는가?
• Synergistic(협업): 팀워크를 중요하게 여기는가?
• Tech-Savvy(기술 친화력):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속도가 빠른가?
이처럼 조직의 가치와 업무 방식에 맞는 인재의 특성을 명확히 정의해야, 적합한 사람을 선별할 수 있다.
2) 직무역량 평가와 문화적합성 평가를 함께 진행하라
많은 기업이 기술적 역량을 평가하는 데 집중한다. 하지만 기술력만큼 중요한 것이 문화적합성(Cultural Fit)이다.
문화적합성을 평가하는 방법 중 하나는 행동기반 면접(BBI: Behavioral-Based Interview)이다.
• “협업이 중요한 프로젝트에서 갈등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해결했나요?”
•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우선순위를 정하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이러한 질문을 통해, 단순히 ‘가치관이 맞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업무 상황에서 조직의 방식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것이 중요하다.
3) 면접관의 평가 역량을 강화하고, 일관된 채용 기준을 유지하라
면접관마다 평가 기준이 다르면, 같은 직무에서도 완전히 다른 유형의 직원이 채용될 수 있다. 이를 방지하려면 구조화된 면접 프로세스를 도입하고, 면접관 교육을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일부 기업은 모든 면접관이 공통된 평가 기준을 적용하도록 면접 평가 시트와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 면접관의 질문 방식
• 후보자 응답 평가 방법
• 조직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 역량
등을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보다 객관적인 채용을 유도하고 있다.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유능한 사람이 아니라, 조직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명확히 정의하고, 이를 구조적으로 평가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 조직이 원하는 인재의 특성을 명확히 정의하라.
✔ 기술적 역량뿐만 아니라, 문화적합성도 평가하라.
✔ 채용 이후에도 지속적인 적응과 피드백 시스템을 운영하라.
✔ 면접관의 평가 역량을 강화하고, 일관된 채용 기준을 유지하라.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누가 가장 뛰어난가?“가 아니라, “누가 우리 조직에서 성공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