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Incivility

조직을 잠식하는 가장 과소평가된 리스크

by Nickneim

Incivility : 직장 내 상호 존중의 규범을 위협하는 행동으로, 예의 없고 배려가 부족한 낮은 강도의 일탈행동을 의미



“그는 나한테 소리친 적은 없어. 그런데 이상하게, 일할 동기가 사라지고 기운이 빠져.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어”


한 직원이 퇴사를 고민하며 남긴 말이다.

그의 리더는 다혈질도 아니고, 욕을 하거나 막말을 하는 사람도 아니다. 하지만 회의 시간에 말이 끊기거나, 질문에 눈을 마주치지 않고 무시당하는 순간들이 반복됐다.

그는 더 이상 의견을 낼 용기를 잃었고, 결국 “존중받지 못한다”는 감정을 안고 회사를 떠났다.


이것이 바로 조직 내 ’무례함(Incivility)’이 작동하는 방식이다.

소리치거나 욕하지 않아도, 사람은 상처받는다. 그리고 그 상처는 조직 전체에 전염된다.


2024년, 세계 최대 HR 컨퍼런스인 SHRM Annual Conference에서 가장 많은 공감을 얻은 주제 중 하나가 바로 Incivility였다.

무례함, 예의 없음, 사소한 말투와 태도에서 비롯된 감정적 상처.

이것이 조직 내 갈등, 퇴사, 퍼포먼스 저하의 ‘보이지 않는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Incivility는 공격적이지 않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

그리고 조직에서 가장 쉽게 반복되는 문화적 실수다.


무례함은 공격성과 다르다

Incivility는 흔히 공격적인 행동이나 직설적인 피드백과 혼동되지만, 본질적으로 다르다.

공격성은 분명한 적의를 동반하고, 피드백은 관계 개선의 의도를 품지만,

무례함은 그 어떤 명확한 의도도 없이, 조용히 상대의 존엄을 훼손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 질문을 무시하거나 건성으로 대답하기

• 상대방의 말에 일방적으로 반대하기

• 회의 중 누군가의 말을 끊거나 눈을 흘기기

• 실수를 공개석상에서 피드백하거나 성과 평가를 절하하기


이러한 행동은 순간적으로는 ‘별일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반복되면 사람은 스스로가 ‘조직에서 덜 중요한 존재’라고 느끼기 시작한다.


무례함은 조직 문화의 균열을 만든다

Christine Porath 교수(Georgetown University)의 연구에 따르면,

Incivility를 경험한 직원의 66%가 업무몰입도가 감소했고, 80%는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줄었다고 응답했다.

또한, 무례함은 피해 당사자뿐 아니라 지켜본 동료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저 사람이 저렇게 대우받는 걸 보니, 나도 언제든 그렇게 될 수 있겠구나.”


이 감정은 팀 내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을 위축시키고,

조직 내에서 자율적 행동, 창의적 제안, 솔직한 피드백이 점차 사라지는 결과를 만든다.


결국 조직은 표면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조용하지만, 본질적으로 침묵하고 있는 구성원들로 가득해진다.

문제는 소통이 끊기고, 학습이 멈추며, 속도가 느려진다는 것이다.


리더의 ‘작은 무례함’이 조직에 주는 큰 영향

조직문화에서 가장 무서운 무례함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무례함이다.

특히 리더의 사소한 언행 하나는 팀원들에게 조직 전체의 신호로 해석된다.

• 리더가 어떤 팀원의 의견을 반복적으로 무시하면, 그 팀원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 입을 닫는다.

• 경영진이 회의에서 누군가의 성과를 평가 절하하거나 비판만 한다면 나머지는 ‘성과는 보여주기 게임’이라 느낀다.

• 피드백 없이 업무를 지시하거나, 감정을 담지 않은 칭찬만 반복하면, 구성원은 감정노동만 늘어난다.


리더는 자신이 ‘무례하게 행동하려는 의도’가 없다는 이유로 무례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무례함은 ‘의도’가 아니라 ‘느껴진 방식’으로 존재하는 문제다.


조직의 리더십이 자문해야 할 질문들

무례함은 종종 “우리 문화가 원래 좀 직설적이야”라는 말로 정당화된다.

하지만 직설적 피드백과 무례함은 다르다.

전자는 관계를 회복하고자 하는 시도지만, 후자는 관계를 포기하는 침묵의 표현이다.


리더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야 한다.

• 나는 최근 팀원에게 어떤 말투와 눈빛(언어적 표현)으로 말했는가?

• 마지막 회의에서, 모두의 의견이 고르게 다뤄졌는가?

• 내가 조직 내에서 가장 무례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는가?

• 나의 말과 태도가 지금 심리적 안전감을 키우고 있는가, 줄이고 있는가?


무례함은 문화에 스며들기 쉽고, 자각 없이는 반복된다.

그리고 리더가 이를 방치하면, 구성원들은 결국 그 리더를 닮아간다.


조직의 건강함은 예의와 존중에서 시작된다

직원들의 이탈, 팀 간 갈등, 성과의 둔화는 때때로 굵직한 전략 실패보다,

작고 지속적인 무례함이 쌓인 결과일 수 있다.


우리는 “좋은 조직”을 말할 때 비전, 성장, 성과를 먼저 떠올리지만,

그 아래에 깔린 작은 존중의 행동들이 조직의 지속 가능성을 만든다.


공격보다 무서운 것은 무시다.
폭력보다 오래 가는 건 냉소다.
무례함은 공격이 아니라 침묵으로 조직을 무너뜨린다.


리더는 먼저, 존중의 방식을 연습해야 한다

리더의 말 한마디, 눈빛 하나, 회의에서의 리액션, 피드백의 톤.

그 모든 것이 조직의 문화를 결정한다.


리더가 불편한 침묵에 익숙해지면, 조직은 결국 아무도 말하지 않는 곳이 된다.

그리고 침묵하는 조직은 배우지 못한다. 혁신하지 않는다. 남지 않는다.


존중은 의도가 아니라 기술이다.

리더는 그 기술을 매일, 반복해서 연습해야 한다.

문화는 전략을 이긴다.

그리고 존중은 문화를 지킨다.

keyword
이전 10화The performance parado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