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어느 날
눈이 켜켜이 떨어진다
반죽이 불룩해지길 기대하는 제빵사처럼
이 날을 기다린
작은 사람은 차곡한 눈으로 사람을 만든다
자기처럼 코가 빨간
팔가지가 앙상해도
두툼한 흰 외투를 입은 사람이 나타난다
작은 사람이 쏟는 속절없는 사랑에
그 사람은 윤이난다
매서운 햇살과 굼뜬 바람의 친구가 된
사람은 서서히 허물어지고
작은 사람은
눈 사람을 지키려
냉장고 문을 살며시 연다
그 사람의 없는 입이 속삭인다
너를 만나 행복했노라
눈 시린 겨울 어느 날
다시, 너를 보러 오겠노라
네가 나를 그리는 그 날에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