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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대로

by 원더혜숙


기울어진 대로



발끝과 땅의 시작을 보고 걷는다

꽃 나무와 새 하늘을 지나쳤다

낮 반달이 투명하게 수그린 너를 지켜본다

새가 날 수 있어서 기뻐하고 높이 날지 못해서 우울해할까


먼 산 바라보다 속속 걷는다

산비탈 양들이 풀을 뜯는다

들길옆 전신주가 비스듬하다


이 나간 술잔,

빛을 반사한다


지구 자전축은 기우뚱하여

똑바로 서라면 억울하다

경사면 직립은 무리이다



지릅뜨고 부름켜를 본다

너,

는 그렇게 생겨 먹었어요

용납하세요

너는 공산품이 아니고

네게 딱 맞는 완제품이고요

부족은 두고 만족


기울어진대로,

찰랑이는 술 한잔 기울이고

방심하고 느슨하고

뚜벅뚜벅,

가문 다리 위 비틀거리며

건넌다





나는 이렇게 생겨 먹었어요. 손에 힘 꽉 쥐고 앞을 보고 달리고,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레이스 앞에서 긴장하며 삶의 다른 많은 부차적인 것들을 무시한다. 나는 아직도, 어쩔 수 없이 그런 사람이다. 고치려 해도, 기울어졌던 내 마음과 몸은 의식해서 조금 펴진듯해도 지구 자전축처럼 23.5도 기울어져 있는 게 틀림없다.



안 그래야 하지 하는데 비판과 비난과 판단과 반성을 거듭해도 나아지지 않는 나를 다시 다그치는 것도 그만해야 한다고 결심한다. 모순적으로 또 의지의 소산이며 고쳐먹으려는 이 기울어진 내 마음은 오래입은 무릎이 불거진 청바지같다.


늘 조심해도 때때로 방심하고, 술 한잔 기울이고 자신이라는 술잔에 술이 찰랑거리고 차오른다. 그러고 나면, 괴로움도 사그라든다. 너무 하지 않느냐고, 기울어진 대로, 좀 부족한 대로 살아도 되지 않겠는가. 의문하면서도, 역시 모든 상황과 각자의 삶은 스스로가 더 잘 안다. 누구에게 훈계하는 것도 이 방향이라고 넌지시 한번 보라고 알려주는 것도 깨달음을 알려주는 것도 아니며, 딱 나 자신을 위로하는 시이다. 나는 이렇게 생겨 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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