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여행 에피소드

기사의 말바꿈과 소매치기

by 원더혜숙

중국 황산에 갔을 때다. 고성 1일 투어를 하려고 했다. 기사가 봉고차로 관광명소를 데려다주고 일정한 돈을 지불하기로 중국인 친구가 대표로 협상을 끝냈다. 코스는 마음에 들었고, 기사 덕분에 편안하게 구경했다. 비용을 지불할 때, 기사는 계획하지 않는 장소 한곳에 더 들렀다고 추가 비용을 요구했다. 2만원 선이었던 것 같다. 우리 모두 6명, 같이 내면 부담스럽지 않다. 하지만 우리 모두 흥분했다. ‘어떻게 얘기한 금액에서 더 달라고 할 수 있냐.’ 당시 남편의 중국어는 엉망이었다. 기사가 약속을 어긴 것 같아서 따지고 싶었다. 남편은 ‘왜, 왜, 왜 지금, 지금.’라고만 반복했다. 누가 봐도 억울하다는 표정이다. 뒷자리에 앉은 남편의 열기가 앞에까지 전해졌다.

만약에 기사가, 한곳을 더 간다고 그럼 비용을 더 내야 한다고 물어봤으면 속았다는 생각이 안 들었을 거고 비싸더라도 우리는 기꺼이 그 돈을 냈을 거다. 말이 달라져서 격분했다. 아마 그 돈은 중국인 친구가 냈을거다. 중국인 친구는 기사 옆에 있었지만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깍두기 같은 빨간 무 절임을 입에 넣었다. 시큼하다. ‘이거 5 원치 주세요. 이거는 뭐예요? 이것도 먹어 봐도 돼요?’ 운남 기차역 앞에 늘어선 반찬을 맛보고 있었다. 끈 달린 커다란 가방을 옆으로 메고, 배낭을 멨다. 누가 봐도 관광객이다. 내 옆으로 수많은 사람이 지나갔다.


버스를 타려고 지갑을 꺼내는데 지갑이 없다. 깍두기를 살 때 지갑에서 돈을 꺼냈다. 여권이 거기에 있다. 돈도 300위안이 들어있다. 그 생각이 나자마자 기차역 길을 걸으며 바닥과 쓰레기통을 훑었다. 돈이야 빌리면 되지만, 여권과 신분증은 대사관에 가야 하고, 신분을 증명하는 등 골치가 아프다. 깍두기 장사꾼 앞도 봤다. 그녀는 보지 않았을까. 없다. 공안국에서 분실신고를 했다. 중국어도 제대로 되지 않는 시절이었지만 진술서까지 써야했다.

이제 10일 운남 여행을 취소하고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친구는 영사관의 친구에게 여권 재발급을 문의하고 있었다. 실망스럽다. 바닥을 보면서 처량하게 걷고 있었다. 그때, 오른쪽 주머니가 이상하다. 거기에 한국 돈으로 300원, 1위안 지폐가 들어있었다. 누군가 그것을 빼고 있었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니 키 작은 남자가 내 주머니에서 겨우 남은 1원을 긴 젓가락으로 집어내고 있는 게 아닌가. 화가 나서 남자를 밀었다. 순간, ‘저 남자가 알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친 듯이 그를 쫓았다. 잡으면 인사부터 해야지. 소매치기잖아. 그를 붙잡았다. ‘나 좀 도와줘요. 이만한 빨간 지갑, 이 근처에서 잃어버렸어요. 돈도 300위안 들어있고 신분증이 있는데, 돈은 필요 없고 여권만 필요하니깐 그것만 돌려줘요.’ ‘그래? 기다려봐.’ 그는 어딘가 전화를 한다. 그 사이에 그의 무리가 우리를 둘러쌌다. '어디서 왔어?''한국에서요.'그러고 있는 사이 남자는 유유히 한 기념품 가게에 들어갔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아가씨 이 빨간 지갑 맞아?’ ‘맞아요.’ 지갑을 열어보니 여권과 신분증은 그대로다. ‘고마워. 진짜 고맙습니다.’ 남자는 전화번호를 달라고 했다. 기쁨에 정신이 없던 나를 대신해 친구가 전화번호를 줬다. 따리로 가는 버스 안, 친구는 메시지를 한 통을 받았다. 소매치기다. ‘메이뉘,(예쁜 아가씨), 기차역 주변에서는 소매치기 항상 조심해야 해. 이제 이런 나쁜 기억은 잊고 즐거운 여행하길 바라.’ 친구와 나는 어이가 없었다. ‘언니 그거 큰일 날 뻔한 거예요, 남자가 칼이라도 들고 있었으면 어쩔 뻔했어. ‘여권이 중요했니깐. 다른 생각은 못 했어.’ 300위안 없이도 여행은 즐거웠다. 그 돈은 있으나 마나였다. 여권이 있으니깐. 만약에 내가 그 소매치기한테, 경찰에 가자고 했다면, 그는 어쩌면 칼을 꺼냈을지도 모른다.


잔돈을 잘 못 거슬러 받은 일, 돈은 받고 약속한 서비스를 다 하지 않는 일, 말을 1시간 타게 해준다고 모른다고 근처에만 말을 태워주는 거짓말쟁이, 가까운 거리를 멀다고 속이는 행위, 외국인이라고 해서 본래 가격보다 비싸게 받으려는 장사꾼. 소매치기, 남의 돈을 탐하는 자. 중국에서 종종 보았다(국내보다 상대적으로 많다). 돈을 위해서 나쁜 일을 한다는 것을 있을 수 없다는 기본적 도덕적 관념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돈보다 가치 있는 것. 돈이 아무리 가치 있다고 해서 믿음과 시간과 노력에 비할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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