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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더혜숙 Jul 14. 2021

독일의 반려견 문화

아이들의 마음을 녹이는 펫숍 쇼윈도의 강아지들, 예뻐서 데려왔지만 그에 따른 책임과 많은 일들, 혹은 비싼 병원비까지, 마침내 개를 버린다. 개 공장은 어떤가. 동물 권리는 묵살하고 동물을 상품으로 전락시키며 돈을 버는 것은 비인도적이다. 어느 유명 연예인의 맹견이 사람을 물어 죽음에 이르게까지 했다는 기사는 어이없다.

독일에 반려견의 수는 940만 마리다. 독일 전체 가구의 19%가 반려견을 데리고 있는 셈이다. 개를 키우지 않는 비율보다 약간 더 많다. 그런 독일은 “반려동물은 동물 인형이 아니며 반려동물의 욕구도 고려해야 한다"라는 식품 농업부 장관 줄리아 클뢰크티(Julia Klöckner)의 설명에 따라, 2021년부터 개 산책 법이 통과되었다.



© marliesebrandsma, 출처 Unsplash

개 주인이나 전문 브리더(Hundezüchter)는 하루 2번 1시간 이상씩 개 산책을 시켜야 한다. 장기간 목줄을 달아서도 온종일 혼자 둬서도 안 되고, 강아지는 사회화를 위해서 사람과 최소 4시간을 함께 보내야 한다는 법 규정을 통과시켰다. 개 품종과 건강 상태, 운동량을 고려하지 못한 법이라고 비판을 받고는 있지만, 가족처럼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반려견’에 걸맞은 처우다.

이외에도 독일에는 반려견을 위한 까다로운 규칙이 많다. 주마다 법률은 상이하다는 점을 미리 알려둔다.

먼저 개를 입양할 때는 시험을 치러야 한다. 1차는 필기시험, 2차는 전문 애견 훈련사의 질문에 대답해야 하는 인터뷰식이다. 필기는 개 교육, 개잡는 법, 개 억제에 관한 30~40가지 문제로 구성된다. 그러나 내가 살고 있는 주에는 이 시험이 의무가 아니다. 개 입마개는 독일에서 큰 개라도 씌울 의무가 없다. 다만, 주마다 규칙이 다르므로 체크해야 한다. 내가 사는 주(Baden-Württemberg)도 그런 규칙이 없다. 목줄도 마찬가지로 의무는 아니지만 주와 지역에 따라 상이한 규칙이 적용된다.


생후 3개월 이상 된 개를 데려오면 한 달 이내로 관청에 등록해야 한다. 등록하지 않을 경우 벌금 5000유로(약 668만 원) 벌금을 물어야 한다. 과도한 개체 수 증가 방지, 위험 건에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도시도 있다. 개를 기를 경우 부담해야 하는 세금은 도시마다 다른데, 보통 첫 번째 개는 1년에 108유로, 두 번째 개는 216유로 정도다. 대체적으로 큰 도시가 더 비싸다. 동물 보호소(Tierheim)에서 개를 입양하면 세금 감면해 준다. 군견, 경찰견, 탐지견, 시각장애인 안내견, 구조견은 세금 감면 또는 면제받는다. 개는 닭과 소 같은 쓰임이 있는 가축이 아니라 사치로 길렀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사치세로서 세금을 받는다지만, 반려견은 사치품이 아니라 일생의 동반자이므로 세금 부과는 불합리하다는 의견이 일고 있다.

세금은 약 2억 5000만 유로(약 3,300억)에 해당하며, 이 세금은 동물복지와 개똥 청소에 쓰이기보다는 도로 청소, 반려견으로 인한 훼손된 공원 관리, 공공시설 복구, 반려견 자유 구역 정비 유지, 반려견 분변 봉투 제작 및 배포, 전문 브리더(독일에서는 특정 품종견을 전문적으로 사육 번식하는 사람들) 관리 교육, 동물 보호소 관리 및 유지, 동물 복지를 위한 예산에 사용된다고 한다.

개는 건강검진, 예방접종, 등록번호, 전염병 예방 접종 정보, 혈액검사 결과를 기록한 공인 의학 증명서 내장 칩이 든 펜던트를 달아야 한다. 개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요금을 내야 하고, 슈퍼 및 일부 식당은 출입이 제한된다.


독일에는 견주 물림 사고 책임보험(Hundhaftpflichtversicherung=배상책임보험)이 있다. 개로 인해 입은 제3자에게 물질적 인신적 손상을 배상할 수 있는 보험이다. 베를린, 함부르크, 니더작슨(Niedersachen), 작슨안할트(Sachen-Anhalt), Schleswig- Holstein(스레스비그홀스타인), Thüringen(튀링엔)의 주에서는 개 보험이 의무이다. 이 인터넷 사이트에 따르면 (Hundehaftpflicht: Darum brauchen Hundehalter eine Versicherung (dieversicherer.de) 독일에 900만 마리의 개가 있고, 그중에 300만 마리가 이 보험에 가입되어 있다고 한다. 생각보다 적은 수가 보험으로 보장되고 있다. 그러나 독일에서는 보험의 유무를 떠나 개로 인한 피해는 개 주인이 전부 책임져야 한다.

독일에는 애완견을 입양하는 펫샵이 없다. 대신 전문 브리더에게 입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의 유기견 보호소에 해당하는 티어 하임(Tierheim)은 ‘반려동물의 집’이라는 뜻으로 독일 동물보호협회에 등록된 것만 500여 개가 존재한다. 이곳에서 애견을 입양하기도 한다. 그럴 경우 입양비는 개에 따라 차등화되지만 대략 200~350유로를 지불한다. 브리더에게 사는 것보다 저렴하다.

대게 전문 브리더에게서 개를 입양하지만, 개 주인에게서 직접 사는 경우도 있으며, 또 인터넷을 통해서 불법으로 개를 사는 사람들도 많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렴한 가격 뒤에는 여러 가지 위험성을 포함하고 있다.

한 기사에 따르면 이베이 중고 장터에 16, 000개 이상의 개 판매 광고가 있다. 이베이 중고장터를 비롯한 몇 개 인터넷 사이트(Deinetierwelt, Haustieranzeiger)에서 애완견이 거래되고 있다. 이베이의 중고마켓 거래 중 10개 중 8개는 개를 불법으로 거래하려는 불법 상인이다. 유럽 전역 100만 개 거래가 된다. 이런 강아지 거래는 수십억 규모다. 강아지를 동유럽에서 싸게 사서 세 배 높은 가격으로 독일에서 판매한다. 거래에서 판매되는 강아지는 독일 동물보호협회에 따르면 대부분 동유럽(루마니아, 헝가리, 세르비아, 불가리아 순)에서 온다.

문제는 불법 판매자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자들을 유혹한다. 전문 브리더에게 사면 1200유로 선이다. 이베이에서는 가격이 500유로까지 내려간다. 판매자는 구매자의 마음에 들게 하기 위해 개를 여러 번 씻기고 이 때문에 쉽게 안구염, 중이염에 노출된다. 유럽 연합 내에서는 생후 15주 이상 된 강아지만 법적으로 수입 허용하지만 그 이전의 강아지들도 판매한다. 동유럽에서 실려온 개들은 좁은 공간에서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쉬지도 못하는 혹사를 당해, 병에 걸릴 가능성도 높다.


독일에서는 개 예방접종이 의무이지만, 이런 강아지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예방 접종을 시키지 않고, 건강 증명서가 없거나 있다면 위조된 것을 갖고 있다.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개 마피아라고 불리는 이들이 동물의사들과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동유럽의 동물의사들은 Trace(유럽 정보시스템, 유럽 내외 국가에서의 동물 거래를 컨트롤할 수 있다.)를 강아지를 보지도 않고 발급해 주는 위법을 저지르기도 한다. 예방 접종을 하지 않아서 개들은 고통받고, 사기를 당한 개 주인은 병원비와 개가 일찍 죽을 경우 등의 정신적 물질적으로 부담해야 한다. 무엇보다 개들의 병이 주인에게 옮길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심지어 개 마피아들은 거리 떠돌이 개들로도 돈을 번다고 한다. 십 만 마리 개들이 길에서 살고, 그런 개들을 잡아서 개 운송비와 보살핌, 예방접종에 대한 비용을 페이스북 같은 소셜 미디어에서 영국, 독일, 이탈리아의 사람들에게 기부금을 모은다. 이렇게 해서 모아진 버려진 개들을 팔지 못하거나 다른 수단을 돈을 벌지 못하면 쓰레기통에 처박힌다고 한다.

독일에서 반려견을 보호하려는 목적에서 까다로운 규칙들이 존재하지만 그것도 완벽하지는 않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거래되는 수많은 불법 개 거래를 막지 못하며(인터넷 거래는 합법이다), 독일도 싫증이 나서 어려워서 버려진 개들은 분명히 있을 것이며, 개똥을 치우지 않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다.



반려동물은 살아있는 동물이고, 그들을 존중하고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줘야 한다는 독일 식품 장관의 말처럼, 독일은 동물의 권리를 적극 생각하고, 그것을 실현시킬 법률적 장치를 개선해왔다는 점이 우리와 다를 것이다. 한국도 반려견이 증가하는 시점에서 그들과 관련된 문제점을 제대로 인식하고 빠르게 제도적, 법률적으로 보호하는 장치를 마련할 수 있었으면 한다.





독일어 스터디 모임에서 독일 인터넷에서 불법으로 판매되는 개가 많고, 그 문제점을 알리는 기사를 읽고, 독일 반려견 문화에 대해서 조사해보고 싶었다. 조사 중, <동물 공감>이라는 네이버 판을 찾았다. 독일 거주 중인 함수정 박사가 독일의 반려견 문화와 정보를 깡그리, 그것도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앞으로 책이 출판될 예정이라고 한다. 관심 있는 분들은 찾아보시길.



*이 포스팅의 몇 부분은 <동물 공감>를 참고 했고, 독일 구글에서 검색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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