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동안 달리지 않았다. 몸이 무거워진다. 몸에 더 많은 쓰레기를 넣는다. 집중력도 떨어지고, 금방 살이 붙은 느낌이다. 의욕도 떨어진다. 어느 순간 짜증이 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마치 해야 할 숙제를 미뤄둔 듯이 찝찝하다. 조깅을 하러 갈 때까지, 그 기분이 나를 지배한다.이런 걸 습관이라고 해야겠지.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아난다고 했던 안중근 의사. 나는 조깅을 안 가면 몸이 가렵다.
오늘 뛰었다.
조깅을 하러 갈 마음을 먹고 다 차려입은 다음에 신발 끈을 다시 맨다. 그 순간, 조금 힘겹다. 이걸 다 매면 달릴 수 있겠지. 오늘은 몸이 가벼울까?다행히 별로 무겁지 않다. 신발 끈을 단단히 맨 덕분이다. 아침햇살이 따스해서 영하 6도가 체감이 안 된다. 같은 코스를 10번은 달렸을까? 매번 달리지만 오늘은 어제와 그리고 그전과는 다른 생각을 한다. 며칠 비가 온 다음이라 길 웅덩이에 살얼음이 꼈다. 논에도 곳곳에 얼음이 얼어 있다.목구멍으로 들어오는 공기가 차갑다. 그리웠던 공기가 내 폐 속으로 들어간다.기침감기가 머물러 목이 탁하지만 이것이 바로 내가 원하는 날카롭지만 신선한 공기다.
20분간 달려도 아무런 느낌이 없다. 며칠간 달리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 얼음, 겨울 공기, 햇살이 한꺼번에 내 몸으로 들어온다.비가 온 후라서 강에 물이 불어났다. 세찬 물소리가 들린다. 바람도 분다. 강물과 함께 산 위에서 날아드는 바람은 내 뺨을 스친다. 내가 원한 바로 이것,'상쾌하다.'
오늘은 어디까지 달릴까, 지그재그, 무거운 몸을 일깨우기 위해 이것만큼 좋은 것은 없다. 보도블록 위로 뛰어올랐다 내렸다. 세 번 반복한다. 경사 없는 길을 지그재그로 달린다. 개들이 짖는다.몸이 따뜻해진다. 머리에 후끈한 열기가 솟는다. 강물이 흐린 회색빛, 황로가 물속을 주시하고 있다가 내 움직임을 눈치챈 듯 움찔했다.
31분을 달렸다. 오늘은 농월정까지 갈 수 있을까. 오르막길에 개 두 마리가 쫓는 그 길을 다시 가야 할까. 무심하게 누워있다가 작은 인기척이라도 들리면 워우! 소리 지르는 백구는 바보다. 매번 마주쳤는데 기억하질 못하니까.
철 장 속에 닭들은 아무 생각 없이 박박박 거린다.
강이 불어 보를 넘어 세차가 아래로 흐른다. 저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고 있으면 얼마나 시원할까. 찬 바람이 내게로 분다. 저 멀리 사람 그림자가 보인다. 산 그림자에 가려진 산책로에는 아직도 아침 추위가 머물러 있다. 넘실거리는 강 위에 오리 세 마리가 떠 있다. 강물이 흐린 회색빛, 황로가 물속을 주시하고 있다가 내 움직임을 눈치챈 듯 움찔했다.
구름다리가 보이자 바람이 더 세차다. 다리 위를 오르니 바람이 온통 내게만 달려오는 것 같다.안되겠다. 오늘은 바람이 잦은 곳으로 가자.마른 국화 가지에 서리가 앉았다. 마음이 서럽다.햇빛을 보니 마음이 놓인다. 이 길을 따라 내려가야지. 오른쪽 왼쪽 넓게 지그재그를 그리며 앞으로 나아가니 발걸음이 가볍다. 이제야 내 페이스를 찾았다. 이때부터 호흡이 균형을 이루면서 다리가 어디로든 나를 데려갈 수 있다는 듯이 움직인다.
왼쪽 산 위에 축사에 개들이 내 걸음 소리를 눈치챌까. 사뿐히 앞으로 나아갔다. 언덕으로 향하는 내 발이 오늘따라 가볍다. 언덕 끝을 올랐을 때 숨이 거세게 몰아치는 걸 참고 바로 언덕을 내려가며 숨을 고른다. 냇가에 갈대도 마른 풀도 더 이상 포슬포슬하지 않다.
지금 이대로라면 30분은 더 달릴 수 있지 않을까. 바람을 등에 지고 달리니 조깅 재킷이 거추장스럽다. 동네 할아버지와 개 주인을 닮은 흰 개 한 마리가 산책을 하며 나를 알아본다.
얼마나 달렸을까. 43분. 마을을 통과하고 다리를 건너보자. 숨이 가파르다. 속도를 낮추고 싶지만, 그냥 달린다. 어느덧 다리를 건너고 있다. 바람이 날 반기고, 구름다리를 힘차게 다리를 차올리며 올랐다. 47분. 이제 월림리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면 되겠다. 해냈다는 느낌이 벌써 온몸을 감쌌다.
드디어 돌아오는 길, 이 길은 안다. 몸은 무겁지만 마음은 너무나 가벼운 그 길, 가벼운 마음이 다리보다 더 빨리 집으로 데려다줬다. 집에 도착하자 숨이 탁 트이고,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