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관리의 목표
시간과 관계를 바꿔라
아울러 시간관리의 목표, 정확히는 최종 목표를 확인하고 넘어가고 싶다. 앞서 행간에서 나는 시간관리의 목표는 행복이라고 당당히 말했다. 그런데 조직이나 개인이 시간 관리를 하는 목표는 대개 생산성에 초점을 맞춘다. 이 생산이 무엇일까? 물질의 생산, 부의 생산이다. ‘생산하는 인간’은 인간을 규정하는 중요한 특성이다. 물질적 풍요와 만족은 고대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모든 이의 꿈이다. 그런데 이런 사고 방식은 물질로 모든 것을 환원하는 우를 범할 가능성이 있다. 균형적인 삶의 태도가 중요하다. 시간 관리도 마찬가지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시간 관리는 시간 관리의 부수적 목표일 뿐이다. 진정한 목표는 여러분 각자의 행복이다. 이때 행복은 객관적인 요소로만 재단될 수 없는 주관적인 요소가 있다는 것은 두말할 나이 없다. 조직이나 부모, 배우자, 연인 등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시간관리를 시작하자.
종래 시간 관리의 낭패는 앞서 지적한 모순을 외면하고 시간=돈으로 등식하는 사고에 있다. 여기서 한번 물어보자. 시간은 돈인가? 잠정적으로 답변을 내놓자면 누구에게는 돈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사업으로 바쁜 재벌 총수에게 시간은 돈이라는 등식이 성립할 것이다. 돈 벌 기회가 천지로 널린 사람에게 그야말로 시간은 돈이다. 그러나 백수에게 시간은 어떤가? 실직한 사람에게는 바로 그 시간이, 그야말로 넘치는(?) 시간이 돈이라는 등식은 성립되지 않을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하루 24시간, 일년 365일은 모두에게 주어졌다. 그런데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가치는 달라진다. 시간은 돈은 아니다. 그러나 때로는(내가 생각하기에는 대부분) 시간은 돈보다 더 가치있다.
세상 사람들이 돈으로 모든 것을 재단할지라도 10년 뒤 또는 20년 뒤 지나간 시간을 억만금을 줘도 보상할 수는 없다. 누구나 알지만 흘러간 시간은 되돌릴 수가 없다. 국가기관의 잘못된 수사와 기소, 그리고 판결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사람들의 얘기를 생각해보라. 그들의 시간을 누가 보상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에 반해 돈은 얼마든(?) 벌 수 있다. 따라서 시간 관리를 할 때 우리는 무엇보다 시간과 돈을 밀착시키는 사고에서 먼저 벗어나야 한다. 당신이 어떤 인생을 꾸려 나가고 싶은지에 따라 시간은 천차만별로 활용된다. 그로테스크 침대처럼 일방적 기준에 맞춰 자신의 시간을 맞추지 말라. 그래서는 절대로 가치있게 시간을 사용하지 못한다. 시간=돈이라는 등식을 고수하면 돈이 안 되는 시간은 무의해지기 십상이다. 가령, 하루 잠깐의 달콤한 티타임은 어떤가. 이 시간이 무의미한가? 가족과 보내는 한낯의 소풍은 어떤가. 돈을 버는 시간은 아니니 쓸모 없는 시간인가?
시간과 돈을 밀착시켜 바라보는 태도에서 벗어나면 일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뀐다. 대부분 우리는 노동자로 살아간다. 노동자란 곧 시간을 파는 사람이다. 이때 돈을 더 벌기 위해서 무작정 시간을 늘린다면 어떻게 될까? 무작정 야근을 자청하고 퇴근 이후에도 부업을 하는 등 무턱대고 시간을 늘리면 우리는 곧 번아웃이라는 결과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언젠가 나는 주당 100시간에 가까운 시간을 일하면서 그 정도는 일해야 하지 않나라고 반문하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자신의 영역에서 소위 ‘잘 나가는’ 사람이었지만 그의 태도에 심각한 걱정이 들었다. 돈으로야 어느정도 보상을 해준다고 하지만 이런 노동이 지속가능하겠는가. 그뿐만 아니라 그의 노동 생산성이 심각하게 떨어지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정해진 시간에 더 높은 성과를 내는 게 효율이 좋은 거지 무리하게 시간을 늘려 성과를 내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시간을 바라보는 태도의 문제 몇 가지를 열거했다. 시간을 관리하는 일은 앞선 태도를 바꾸는 게 목표다. 그런데 여러분들 모두 인정할 것 같다. 이 관점을 바꾸는 일은 쉽지가 않다. 처음에는 고개를 끄덕끄덕거리며 수긍하더라도 뒤돌아서면 까먹는다. 과거에 내가 그랬다. 그러나 방법은 있다. 내가 공부하고 실천한 시간 관리법이 해답을 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실제로 나는 시간 관리와 관련된 문헌을 연구하고 실천한 결과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성과를 얻고 있으며 과거 나를 괴롭힌 불안에서 해방됐다. 물론 그 시작은 관점의 변화에 있었다. 여러분도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