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Wondoo Lee Jan 3. 2022
지난 연말부터 대중교통을 좀 더 이용하고, 많이 걷기를 실천하고 있다. 신용카드 내역 중 교통카드 비용이 절대 5000원을 넘지 않았었는데, 지난달에는 무려 2만원을 넘겼다.
올해 첫 외출도 당연히 대중교통 이용과 걷기의 콤보. 그리고 오후에 성북동을 걷게 되었다.
사실 조금만 걸으려고 했는데, 걷다 보니 생각도 정리되고 머리도 맑아져서 3시간을 넘게 걸었다.
한참을 걷다 마음에 드는 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 하려 했는데, 딱 떨어지는 느낌의 카페가 없었다.
성북동길에 새로운 건물도 많이 지어지고 있고, 많은 가게들이 생겼다 사라지고 있었다.
변하가는 성북동에 대한 감상을 하나로 정리할 수는 없지만, 사람이 엄청나게 더 많아진 것도 가게가 엄청 늘어난 것도 아닌데 뭔가 예전과는 다른 느낌으로 변하는 것 같다.
성북동면옥집&빵공장으로 시작하는 성북동의 베이커리카페화 때문일까?
내가 좋아했던 동네들이 점점 서울 안의 작은 팔당 같은 느낌으로 변하가는 듯하다.
(뭐 이런 느낌과 별개로 성북동면옥집의 갈비찜은 딱 내 취향이다. 적당히 달고 맵고)
걸어 올라오다 보니, 건물 몇 개가 리모델링 중이었고 아니나 다를까 또 베이커리카페도 만들어지고 있었다.
흠. 카페도 좋아하고 베이커리도 좋아하는데 왜 두 개가 합쳐지면 확 싫어질까?
작게는 쓸데없이 빵을 비싸게 팔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커피도 비싸게 팔고
좀 더 나아가 보면, 자동차를 가진 많은 사람들이 많이 오게 되니, 주차장도 크고 사람들도 복작거리고
점점 규모의 경제화되어 그 옆에는 더 큰 베이커리카페가 들어오고 그럼 더 사람이 많아지고.
단숨에 이렇게 쓰여지는걸 보니 이유가 명확하구나.
"자동차와 사람들로 인해 너무 번잡해지는 것이 싫어서"
내가 좋아했던 성북동은 성북초등학교 옆길을 지나 성북동 성당을 지나 조용한 성북동길을 한참을 올라가던 시절이었다.
카페 안도에서 1000cc짜리 맥주피처만한 유리병에 자몽주스를 가득 담아서 마당에 있는 테이블에서 마시던 그런 여름 날들.
코트를 입고 길상사 경내를 조용히 거닐면서 백석과 자야 이야기에 대해서 생각하던 시린 겨울날.
거기서 조금 더 오르면 파스타와 화덕피자의 비싼 가격에 한번 놀라게 되는 알렉산더맨션이 있던 그 삼거리.
그리고 나중에 돈을 정말 많이 벌면 저런 저택에 살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며 성북동 330번지 일대를 둘러보며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나의 이른 30대.
언제나 설렘으로 가득했던 간송미술관이 긴 휴관에 들어가는 것이 아쉬워, 글도 썼었다
지금 읽어도 나는 성북동을 참 좋아했었다.
이제 봄이 오면 3년간 살던 집에서 이사를 해야 한다. 아직 갈 곳을 정하진 않았지만 예전이었으면 성북동의 어느 작은 자락이라도 고민해봤을 것 같은데, 오랜만에 성북동을 걸어보니 예전만큼 내가 좋아할 수 있는 동네는 아닌 것 같아 아쉽고 섭섭하면서도 그래도 옛 생각 덕에 미소가 지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