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뱃속 허기짐을 채우면서 내면의 공허함도 채운다.
맛집을 경쟁하듯 찾아다니는 것, 어쩌면 채움을 향한 갈망 때문인지 모른다.
음식으로 뱃속을 가득 채우는 순간만큼은 적어도 내가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며, 존재감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음식은 단순히 밥, 빵, 수프 이상이다.
갖은 영양소로 채워 장수(長壽)의 비결을 만들어내는 것 이상이다.
삶을 채우고, 기억을 채우며, 내면을 채우고, 존재를 채운다.
참으로 음식의 영향력은 우리 몸을 포함하여 영혼에까지 가닿는다.
소울 푸드는,
단순히 몸의 영양을 넘어 영혼으로 연결되는 다리를 놓는다.
‘미슐랭 선정 맛집’, ‘모범 음식점’, 예약은 필수인 ‘인스타 맛집’...
수많은 음식점과 넘치는 메뉴의 향연에도 불구하고, 맛의 화려함으로도 배불릴 수 없는 영혼의 허기가 있다.
스스로 한없이 초라하다고 느껴질 때, 고민에 쌓여 거리를 방황할 때, 연인과 헤어져 쓰리고 아플 때,
내 몸이 더 건강한 음식을 달라고 소리치며 반기를 들 때면, 떠오르는 음식이 있다.
내 속을 달래고 토닥여 줄 그리운 음식,
소울 푸드다.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엄마의 소소한 밥상이기도 하고,
할머니의 된장찌개이거나,
아빠가 퇴근길에 사 오셨던 과자 봉지일 수도 있고,
어린 시절 외식 때 들리던 통닭집의 치킨일 수도 있다.
소울 푸드의 맛은 기억된 맛이다.
소울 푸드는 우리의 추억을 소환한다.
우리가 새롭게 찾고 싶어 하는 맛집은,
어쩌면 기억 속 그 맛을 다시 추억하기 위한 소울 푸드의 짝퉁쯤인지 모른다.
소울 푸드는 생생한 과거이면서 동시에 잠든 과거다.
소울 푸드는 시기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인다.
* 소울 푸드 발달기: 유년 시절을 중심으로 소울 푸드가 생성되고 기억되는 시기다.
** 소울 푸드 안정기: 마음의 허기를 채우기 위해 소울 푸드를 기억에서 틈틈이 꺼내 먹는 시기다.
*** 소울 푸드 망각기: 바쁜 일상에 치여 생각할 겨를 없이 소울 푸드가 무의식에 잠겨버린 시기다.
소울 푸드가 우리 마음을 회복하고 치유하는 건,
단지 음식의 영양 때문이 아니라, 소울 푸드를 먹으며 사랑하고 사랑받았던 기억의 회복이기 때문이다.
소울 푸드에는 나와 너를 연결하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소울 푸드에는 사람이 있고, 공간이 있고, 계절이 있다. 때로는 흑백 영화 같기도 하고 음악이 흐르기도 한다.
그러기에 소울 푸드는 더 깊고 진한 맛을 낸다. 할머니가 자주 사용한 조미료가 특별해서, 엄마가 생선을 구울 때 뿌린 카레가루 때문이 아니다.
음식을 둘러싼 이야기가 소울 푸드의 맛을 더 특별하게 만드는 비법이다.
소울 푸드는 ‘러브스토리’이다.
이야기의 결말이 해피엔딩이든 새드엔딩이든, 사랑이라는 묘약이 소울 푸드를 만드는 최고의 재료인 까닭이다.
소울 푸드는
사랑이고 추억이며 회복이고 위로다.
<소울 푸드 레시피>는 나와 너의 소소한 삶의 이야기다.
우리가 먹어 온, 먹고 있는, 다시 먹고 싶은 음식에 관한 ‘공감’과 ‘힐링’의 심리 에세이다.
때로는 작은 소설이기도 하며, 동화이기도 하고, 음식과 맛에 대한 에세이, 레시피를 전달하는 요리책이기도 하다.
<소울 푸드 레시피>를 읽어가며...
음식을 만들고, 이야기와 추억을 함께 곁들여 먹으며,
몸과 마음이, 그리고 우리들의 영혼(soul)이 조금씩 더 건강해지기를 꿈꾸어 본다.
그림 by 공감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