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가는 길_김광민
알싸하나 따스한 아침, 딸 손잡고 학교 가는 길.
그 길에 딱 맞는 선곡으로 즐거웁게 명랑하게 함께 걸어간다.
“진짜 학교 가는 길 같지않아? 이건 김광민이란 사람이 지었어. 이걸 들으면 엄마 어렸을 때 책상이랑 교실이랑 촤라락 생각이 나.” 따위의 말과 함께, 박자에 딱딱 맞춰 잡은 손 흔들며.
주인공은 반드시 초등학생이어야만 한다. 고학년보다는 저학년이 적절하겠고, 홀로 혹은 친구와 삼삼오오 조잘조잘 걷거나 엄마 혹은 아빠와 함께 손잡고 걷는 길로 한정할 것. 걸어가는 길목에는 푸릇한 것들이 조금이라도 있어야 하고, 날씨는 한겨울 제외, 봄과 초여름, 절정을 넘긴 늦여름, 초가을 정도가 적당하겠다. 녹색 풍경과 함께 들려오는 새소리, 매미소리, 자연의 소리는 무엇이든 좋다.
가사가 있는 곡은 가사와 멜로디, 곡의 무드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선명한 이야기와 그림을 그려내곤 하는데, 보통 연주곡은 그에 비해 채도 명도가 자연스레 낮아진다. 그러나 피아노만으로 연주된 이 곡은 <학교 가는 길>이라는 타이틀과 곡의 무드 및 전개가 가사 있는 곡 못지 않게 신기할 정도로 선명하다. 정말이지 학교에 가는 길인 것만 같다.
가사를 통해 그려지는 것이 풍성한 곡은 채울 거리들이 그득해서 좋고, 그려짐에 대한 소스가 부족한 연주곡은 창의적으로 장면을 상상해내야 하기에 좋다. 상상하는 일은 누군가 정해놓은 답이랄 것이 없기에 무척이나 즐거운 법이니 사실 이도 좋고 저도 좋다.
이 곡은 연주하는 것이 까다롭지는 않다. 소싯적 피아노 학원 2년 이상 경력자라면 무난히 통과할 수 있는 수준의 곡으로, 조표 박자 리듬 모두 완만한 곡이다. 단순하고 소박한 곡을 학식과 경험이 많은 교수님이 만들어낸 것을 보면, 고수의 향기는 아무런 가사 없이 제목의 장면을 기막히게 그려내는 솜씨에서 드러나는 것도 같다.
그는 아마도 자신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 시간 여행 속에서 학교 가는 길을 걸으며 이 곡을 만들어냈을 것이다. 한 연주가의 유년 시절 학교 가는 길로의 시간 여행기가 수많은 이들의 귀에 닿아 학교로의 길을 즐겁게 해주니 감사한 마음이 인다.
아침 등굣길의 자녀와 부모 그림은 자고로 리드미컬하고 명랑하며 즐거워야 하는 법이기에 오늘도 발자국 맞춰 등교를 돕는 엄마들을 응원하며 자녀와 음악 맞춰 걸어보길 추천 또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