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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악치료사 이원지 Mar 09. 2023

#사라진 소녀_윤종신, 루싸이트토끼

엄마, 나, 그리고 내 딸. 3대에 흐르는 이야기에 대하여. 

어느덧 커버린 딸이 엄마를 떠나는 순간을 노래하는 노래. 

엄마를 둔 딸 입장으로의 몰입, 딸을 둔 엄마 입장으로의 몰입. 어느 것 하나 소원할 수 없는 감정에의 이입. 



이제는 날아갈 때가 된 것 같아요. 내 날개 그대보다 커졌죠. 

그대의 내가 되기엔 나의 길 멀고 많아 사랑하지만 난 날아갈래요. 


그대 품이 얼마나 편한지 잘 알죠. 

익숙해진 나의 새장은 이제는 버려도 돼요. 안 돌아와요.

이제 어떻게든 내가 해나갈게요.


그대 알던 소녀는 사라져 저 먼 숲으로 가요. 

그늘진 낯선 골목도 외로운 밤도 혼자 걸어볼게. 

사진 속 소녀 추억이 되어 꿈이 내게 오는 날 

멋지게 놓아준 그댈 찾아올게요. 여인의 모습으로 안녕. 


사랑도 나의 선택을 믿어 보아요. 몇 번 아플지도 몰라요. 

모른 척 기다려주면 어느 날 문득 두 손 마주 잡은 누굴 데려갈지도.


그대 알던 소녀는 사라져 저 먼 숲으로 가요. 

그늘진 낯선 골목도 외로운 밤도 혼자 걸어볼게. 

사진 속 소녀 추억이 되어 꿈이 내게 오는 날 

멋지게 놓아준 그댈 찾아올게요 여인의 모습으로 안녕. 


내가 엄마가 되면 깨닫게 되면 꼭 말할 수 있도록 건강해요. 


실로 내가 선호하는 문장들만 골라 볼드 처리를 다짐하였으나 몇번의 진지한 시도에도 끝내 실패해버린 것은, 수없이 들어왔고 상상해왔던 이 한 곡 속의 다양한 장면들을 어느 하나 뒤로 할 수 없기에. 이 공간에 이 곡을 처음으로 선정한 이유이기도.



2015년. 한국을 떠나 먼 타지에서 절절하게 고생하던 20대 중반. 엄마 품에서 오랜기간 떨어진 시절 중의 그리움과 자유로움 그 사이 어딘가에 있을 때 이 곡을 처음 맞았다. 그리고 들으면서 소리없이 쉴새없이 눈물을 내었다. 결혼조차 짧지 않은 미래의 일이었음에도, 분명 있을거라 여겨버린 훗날의 내 "딸"에 대한 괜한 아련함을 쏟아내며 이별을 준비해 버렸다. 물론 지금 내가 딸을 사랑하는 것과는 가히 비교 불가한 양과 질의 사랑을 내게 부어주는 내 엄마는 당연하고. 



이제는 날아갈 때가 된 것 같아요. 

_이 문장을 처음으로 딸이 입을 떼었다. 


내 날개 그대보다 커졌죠. 

그대의 내가 되기엔 나의 길 멀고 많아 사랑하지만 난 날아갈래요. 

그대 품이 얼마나 편한지 잘 알죠. 

익숙해진 나의 새장은 이제는 버려도 돼요. 안 돌아와요.

이제 어떻게든 내가 해나갈게요.

_난 왜 이 문장에서 딸의 두렴이 느껴졌을까. 딸은 떠나고 싶지만 떠나고 싶지 않은 두 갈래의 길 그 어딘가에 서있을지 모른다. 엄마의 품이 편안하고 익숙하나 의지를 들여 떠남을 다짐하고 있는 것일수도. 
(아마도..내가 그랬겠지.) 


그대 알던 소녀는 사라져 저 먼 숲으로 가요. 

그늘진 낯선 골목도 외로운 밤도 혼자 걸어볼게. 

사진 속 소녀 추억이 되어 꿈이 내게 오는 날 

멋지게 놓아준 그댈 찾아올게요. 여인의 모습으로 안녕. 

_이 문장을 대할 때마다 눈에선 물이 고여버린다. 내가 알던 소녀는 사라지고, 저 먼 숲으로 걸어가는 모습. 가슴을 후벼파지도 아련하지도 않게, 덤덤하게 표현한 작가의 문체로 인해 오히려 더 잔잔함 속에서 처연함을 느끼고 만다. 이젠 여인의 모습이 되어버린 나와, 훗날 여인의 모습이 되는 딸이 오버랩되는 또한번의 순간. 


사랑도 나의 선택을 믿어 보아요. 몇 번 아플지도 몰라요. 

모른 척 기다려주면 어느 날 문득 두 손 마주 잡은 누굴 데려갈지도.

_사랑을 믿어준다는 것이, 모른척 기다려준다는 것이, 난 벌써부터 쉽지 않다. 딸을 믿지 못하는 것인지  딸의 사랑을 믿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 모든 과정에서 덤덤함의 페르소나를 쓰고선 두눈 부릅뜰 나 자신을 믿지 못하는 것인지도 알지 못한채 그저 벌써 어렵다. 몇 번 아플지도 모른다니, 난 그 아픔을 어찌 바라만 보고 있을수 있나. 

나의 몇번의 사랑의 시절들 속에서 함께한 내 엄마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리고 사랑 앞에 쩔쩔매던 나에게 보여준 엄마의 멋지고 시원한 장면들이 지나가며 저기 밑에서부터의 고마움과 자랑스러움이 핀다. 내 딸의 사랑의 날들 앞에서 새로운 페르소나를 매일 갈아 끼워야만 하겠으나 그때마다 이 가사를 떠올려보리. 


그대 알던 소녀는 사라져 저 먼 숲으로 가요. 

그늘진 낯선 골목도 외로운 밤도 혼자 걸어볼게. 

사진 속 소녀 추억이 되어 꿈이 내게 오는 날 

멋지게 놓아준 그댈 찾아올게요 여인의 모습으로 안녕. 

내가 엄마가 되면 깨닫게 되면 꼭 말할 수 있도록 건강해요.

_여인을 넘어 엄마의 모습으로 내 앞에 와 앉은 딸. 엄마의 건강을 당부하며 맺는 마지막에서, 멋쩍어 표현하지 못하나 속에 간직된 고유하고 깊은 사랑이 느껴진다. 내가 내 딸들을 사랑하는 넓이, 길이, 깊이와 가히 비교할 수 없는 내 엄마의 큰 사랑, 아직도 괜히 속부끄러워 내색하지 못하는 딸이 전하고픈 말도 중략과 생략을 거쳐 꼭 건강해요... 이지 않을까.




참 좋아하는 작사가 윤종신. 작사 작곡 노래까지 모두 겸한 가수임에도 굳이 작사가라고 칭하고 싶은 이유는 멜로디 속 몇개의 문장들을 통해 이토록 많은 영상들이 떠오르게 하기 때문. 허나 또한 작사를 가장 훌륭하다고 하기엔 기가 막힌 가사와 멜로디의 매칭 구간이 존재한다. 

이제 어떻게든 내가 해나갈게요.  _건반의 강조로 가사의 다짐을 이끌어내는 스킬을 보시라. 

그대 알던 소녀는 사라져... _후렴구간부터 깔리는 처연한 스트링은 절정으로 가면서도 절제미를 주며 몰입도를 높인다. 가사와 멜로디, 전체적인 분위기가 적절하게 합쳐지면서 각자의 역할에도 충실한 나의 1호 곡에 오늘 또 다시 터치드. _사라진 소녀_




https://www.youtube.com/watch?v=eqbhO7Wrj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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