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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와의 전쟁

by 페르세우스


최근 뉴스를 보시면서 들어본 적 없었던 독특한 나라 이름을 접하신 적이 있을 겁니다.


'튀르키예'


뭔가 익숙하면서도 알쏭달쏭한 그 이름은 바로 터키의 바뀐 국가명입니다.

https://news.kbs.co.kr/mobile/news/view.do?ncd=5493999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국가 이름을 바꾸는 것이 뭐가 그렇게 중요한가에 대해서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더 중요한 사안들도 많을 텐데 말이죠.


그런데 그 이유를 들어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습니다. ‘터키’는 미국에서 추수감사절에 주로 사용되는 칠면조(터키)와 표기가 동일하다고 합니다.

매년 4천만 마리 이상 소비되는 칠면조의 영어 명칭이 자신의 국가의 이름과 같다면 저라도 썩 좋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칠면조의 이름을 바꿀 수는 없었을 테니 이것이 개명에 영향을 미쳤다는 터키 당국자의 말이 이해가 갑니다.




실제로 이렇게 우리가 알고 있던 지명에서 갑자기 바뀌어 사용되는 경우는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키이우'입니다. 키이우는 러시아어로 불리던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의 우크라이나어 지명입니다. 이렇게 우리가 알고 있었던 기존의 지식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바뀝니다.




이렇게 지리에 대한 역사를 하나씩 살펴보면 재미난 에피소드를 많이 접할 수 있습니다. 실례로 1박 2일과 같은 예능프로그램에서 자주 등장하는 수도 이름 맞추기에서는 가장 잘 틀리는 수도가 몇 군데 있습니다.


캐나다 수도(오타와)를 토론토라고 하기도 하고

오스트레일리아(캔버라)는 시드니로 알기도 합니다.

브라질의 수도(브라질리아)는 상파울루로 헷갈립니다.

수도가 생각보다 그 나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다 보니 생기는 실수죠.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킬리만자로 산에 얽힌 케나와 탄자니아의 기가 막힌 역사도 있습니다. 19세기 제국주의가 아프리카를 뒤덮던 당시 영국 빅토리아 여왕은 영국령 케냐에 속해있던 킬리만자로산을 외손자였던 독일의 빌헬름 2세에게 생일선물로 주면서 독일령 탄자니아가 새로운 주인이 되었다고 합니다. 원래는 직선으로 되어있던 양국의 국경이 킬리만자로를 지나며 꺾어지는 이유죠.

케냐와 탄자니아의 경계선에 있는 킬리만자로산, 실제로 국경이 꺾여있다(출처 : 위키백과)



우리의 슬픈 역사인 38선에 얽힌 이야기도 들어보면 기가 막힙니다. 공개된 여러 문서들에 따르면, 1945년 8월 10일 일본이 항복 의사를 밝히면서 이미 한반도 국경에 도착한 소련이 한반도 전역을 점령할 가능성이 매우 커지자, 미국의 딘 러스크 국무부 정책과장보가 찰스 본스틸 전쟁부 정책과장과 함께 서울과 인천을 미국의 통제 하에 두기 위해 군사경계선으로 38선을 긋자는 미국의 제의를 소련이 받아들임으로써 분단이 됐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분단의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부서진 38선 표시석 옆에 새로 세운 연천의 3.8선 표시석(아래) ⓒ손호철



강대국들이 모여 지도 위에 자를 그으서 국경을 나누면서 그 나라와 국민들의 운명을 바꾸는 비극적인 역사는 더는 일어나지 않겠죠?




지리든 역사든 공부와 시험을 위한 과목으로 보면 재미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역사와 연결시켜서 접하게 되면 조금 더 재미가 있어집니다.


아이들에게 킬리만자로 산과 38선에 대한 역사를 이야기해주니 생각보다 재미있어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역시 어떤 지식이든 재미를 느낄 때 제일 빨리 습득됨을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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