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이런 방식의 생일 이벤트를 하는 이유는 저와 아이들 모두 방탈출 카페를 정말로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저녁을 먹고 정리를 하고 나니 아이들이 준비를 마치고 자신들의 방으로 저와 아내를 자연스럽게 이끌었습니다.
설명서를 읽어보니 이번에 추가된 설정이 있는 것처럼 보이네요.
문을 열고 들어가니 첫 번째 자물쇠가 눈에 보입니다. 피아노에 붙여놓은 자물쇠를 보니 세 자리 숫자의 비밀번호를 찾아야 하는 모양입니다.
여기저기를 돌아보다기 블라이드가 내려져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위로 올려봅니다. 청테이프로 창살에 맞춰서 붙여놓은 것을 보니 뭔가 숫자의 형태로 바꿀 수 있을 듯합니다. 이중창 하나를 살짝 열어서 맞춰보니 테이프가 숫자의 형태로 겹쳐지네요.
첫 번째 문제를 풀고 피아노 덮개를 열어보니 두 번째 문제가 나타납니다. 색상이 나눠져 있는 것을 보니 레고통에 힌트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몇 개를 찾다가 헷갈려서 카톡으로 아이들에게 힌트를 요청합니다. 힌트를 얻어서 레고 부품 상자 안에서 네 장의 문자 카드를 얻었습니다.
번호가 적혀있는 순서대로 문자를 조합해보니 BOOK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지네요. 이 단어로 문자로 된 자물쇠가 달려있는 상자를 열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세 번째 문제는 삼원 1차 방정식이네요. 세 개의 미지수를 가진 1차 방정식인데 아이들은 제가 공대생 출신이라는 것을 잠시 잊고 있었나 봐요. 힌트 없이 후딱 풀어냈습니다. 세 자릿수의 답을 찾아낸 뒤 세 번째 자물쇠로 이동합니다.
자물쇠를 풀어보니 가방 안에 또 쪽지가 있군요. 이제 슬슬 끝이 보이는 듯합니다. 성냥개비를 옮겨서 가장 작은 숫자로 만들라고 하네요. 처음에는 두 자리 숫자로 만들었는데 알고 보니 비밀번호는 네 자리 숫자라고라고 하네요. 성냥개비 두 개를 41 - 37로 만들어서 0004라는 답을 찾아냅니다.
이제 이 비밀번호를 컴퓨터에 입력하면 화면이 뜨고 마지막 문제가 나타납니다. 마지막 문제는 글을 읽고 돈 계산을 한 뒤 남은 금액을 맞추면 그게 방을 나갈 수 있는 자물쇠는 여는 비밀번호입니다.
이 문제의 힌트는 바로 이 마트 전단지입니다. 전단지에서 글에 적힌 물품들의 금액을 계산하는 거죠. 열심히 계산을 하고 두 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답을 찾아냅니다.
725를 누르고 밖으로 나가니까 1호가 뭘 준비하고 있네요.
두 번의 방탈출 생일이벤트가 감동적이기는 했지만 아이들이 힘들게 준비하는 것이 안쓰럽기도 했습니다. 아이들 스스로는 전보다는 나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모양인지 애를 많이 쓰는 모양이었습니다. 아이들이 몇 주에 걸쳐서 이 이벤트를 힘들게 준비했다는 것을 듣고는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여러 감정이 교차합니다.
그래서 방탈출 생일이벤트는 아이들과 아름답게 마무리하기로 했습니다. 제가 해주는 이벤트를 마지막으로 대단원에 막을 내리려고 합니다. 제가 뿌린 씨앗이니 올해 6월에 돌아오는 아이들 생일을 마지막으로 유종의 미를 거둬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