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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Mar 10. 2023

간판에 아직도 목매는 사회

포장이냐 내용물이냐



 저는 이름이 알려진 편인 사립대를 2007년에 졸업했습니다. 출신학교를 밝히지 않고 블라인드 방식으로 채용을 하던 시기에 공기업에 입사했고 입사를 한 뒤에도 출신학교를 먼저 물어보지 않는 한 굳이 말하고 다닌 적이 없기에 학벌의 덕을 본 적은  없었습니다.


 되돌아보면 제가 대학 입시를 준비하던 1999년에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 중 하나가

"이제 학교가 아닌 학과를 보고 대학을 가야 한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학과가 전자전기컴퓨터 공학부였죠.  짜 적성과는 멀었지만 학교보다는 학과 선택을 잘한 것이 취업에는 도움이 된 셈입니다.



 부터 20년도 더 지난 지금은 어떨까요? 이번에 본가에 내려갔을 때 근처 고등학교에는 명문대 진학을 자랑하는 플래카드가 3개년 치나 걸려있었습니다.




 서울대부터 지거국(지방거점국립대)까지 꽤 자랑을 할만해 보였습니다. 이런 홍보는 비단 이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겠지요. 아마 전국적으로 손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겁니다. 




 아시다시피 이젠 좋은 대학을 간다고 해서 취업이 보장되던 시대는 끝났습니다. 대학들의 취업률은 소위 명문대라고 불리는 종합대학들조차도 70%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죠.


 세월이 많이 지나고 인식이 많이 바뀌었어도 친척이나 지인들이 어느 대학을 다니는지는 기억하지만 무슨 학과인지까지 아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아직 껍데기로 그 사람을 판단하는 시류가 바뀌지 않은 거죠.



 세부 학과 별로 나눠서 취업률을 살펴보면 껍데기에 대한 열망이 꼭 좋은 결과(취업)를 보장하지는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의치한(의대, 치의대, 한의대)을 비롯해 의료계열을 빼면 취업률이 높은 학과들은 수가 많지 않습니다. 마냥 학교 간판만 보고 진학을 선택한다면 취업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다는 사실을 뜻합니다.




 아직도 이렇게 대학의 간판에 연연하는 건 왜일까요? 우리나라 특유의 남에게 보이는 체면을 중시하는 문화도 한몫합니다. 거기에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도 자신이 뭐가 되고 싶은지 모르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그러니 대학 간판이라도 확보하고자 하는 마음이 큰 것이겠죠. 이는 진로지도의 부실함과 사회구조적인 문제도 크다고 봐야 하겠죠.


 아마 둥이들이 대학을 가는 시점에도 대학 간판에 연연하는 문화는 바뀌지 않을 겁니다. 저는 단언컨대 그러지 않을 것이라 확언하지 못한다는 점도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다만 아이들이 진짜 원하는 일을 무엇인지 찾을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한 줄 요약 : 포장도 내용물도 중요하지만 좀 더 중요한 건 내용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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