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회사에서 하는 새로운 방식의 건강검진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회사에서 받는 건강검진은 원래 근무하는 사업소로 회사와 협약이 되어 있는 병원에서 출장을 나와서 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사무실에 가만히 출장검진이 오는 날만 기다리기만 하면 되었죠.
그런데 여러 이슈들로 인해 이 제도가 바뀌게 되었습니다. 자신이 직접 전문검진센터에 가서 진단을 받는 방식으로 말이죠. 총 세 곳의 검진센터를 지정해 주고 한 군데를 선택했는데 바로 KMI 한국의학연구소라는 곳이었습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고 집에서 가까운 곳에 지점이 있어서 골랐습니다. 2주 정도 전에 예약을 하고 나니 계속 부지런히 알림톡이 옵니다. 이 정도로 메시지가 오면 까먹으래야 까먹을 수가 없겠더라고요.
검진 당일이 되어서 나갈 준비를 합니다. 7시부터 검진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받고 '사람이 많아봐야 얼마나 많겠어..'라고 생각하면서 8시에 설렁설렁 검진센터로 출발했습니다. 가는 동안 미뤄두었던 문진표를 작성하는데 생각보다 해야 하는 항목들이 많아서 놀랐습니다.
놀라움은 여기가 끝이 아니었습니다. 검진센터에 도착해 보니 강남 노른자 지역 중 하나인 선릉역에서 가까운 건물의 총 9개 층을 이 검진센터가 사용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엄청 놀랐습니다. 이 정도면 얼마나 큰 규모인가 싶었죠.
막상 올라가 보니 사람이 많지 않은 듯해 보이기도 합니다.
접수를 마치고 검진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데 생각지도 못한 난관을 겪었습니다. 키와 몸무게를 재는데 1차 시기에 쟀던 키가 작년보다 1cm나 줄어있었던 겁니다. 친절하신 간호사 선생님은 제 당황스러움을 눈치채셨는지 전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다시 한번 재시겠어요?"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래서 2차 시기에 도전했습니다. 정말 놀랍게도 제가 1차 시기에 잃어버렸던 0.7cm를 다시 늘어났습니다. 제 몸은 원피스의 루피마냥 고무고무 키였던 걸까요?
놀라운 기적을 체험하고 다음 검진을 위해 이곳저곳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한쪽 편은 굉장히 한산하기까지 한 느낌입니다. 이 정도 대기인원이라면 빨리 마무리하고 집에 돌아갈 수 있겠다 싶었죠.
그런데 초반에 몇 개의 검사를 하고 나서 다른 한쪽으로 가니 어마어마한 숫자의 사람들이 검진을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음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초음파검사를 위한 라인입니다. 저도 이쪽 라인에 접수를 하고 대기를 했죠.
그런데 문제는 위내시경이었습니다. 위내시경은 다른 층이었는데 내려와 보니 정말 사람이 많았습니다. 초음파의 두 배는 되어 보이더라고요. 대기순번도 50번이 넘게 있었죠. 30~40분이 넘게 기다리다가 결국 위내시경을 받았습니다.
수면내시경을 받는 환자들 중에는 간혹 무이식중에 횡설수설하거나 물리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는데 저는 그러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간호사분께 물어보니 무덤덤하게 아무 일도 없으셨어요라고 해주시네요.
다만 탈의실로 와서 거울 보면서 안 하던 짓을 했더라고요. 거울보고 셀카라니... 비몽사몽 간에 저도 별짓을 다했다 싶습니다.
모든 검진을 마치고 집에 가려고 하니 주의사항과 함께 식권도 주시네요. 밥 먹고 가라면서요. 그래서 사양 않고 근처에 있는 식당으로 가서 육곱탕이라는 음식을 시켜 먹었습니다. 제가 곱창을 좀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안내 및 주의사항에 뜨거운 음식을 먹지 말라고 했는데 이런 음식을 시키고 말았네요. 아직 멍한 것이 수면제가 덜 깬 모양입니다.
육곱탕은 정말 열심히 식혀서 먹었다
다행히 위내시경을 할 때 특별한 이상징후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하니 다행이긴 합니다. 공장처럼 너무 바쁘게 돌아가서 정이 없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 검진이었습니다. 물론 검진센터라면 검사만 잘하면 될 일이죠. 아무쪼록 결과에 큰 문제가 없기를 바라봅니다.
평소에 건강관리를 더 열심히 해서 아이들에게 본보기가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래야 아이들에게도 건강관리를 하라는 소리를 할 수 있겠죠?
이참에 허리를 다쳐서 잠시 쉬었던 복부운동도 다시 시작해 봐야겠어요. 아이들에게 배 나왔다고 다시 놀림을 당하기 시작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