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되돌아보면 시골촌놈이었던 제가 커피를 처음 마신 날은 아마도 대학교 때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부모님 모두 커피를 드시지 않고 고등학교 때도 주위에 마시는 친구가 없었기에 커피는 TV에서나 볼 수 있는 음료였죠.
재미있는 사실은 제가 커피가 주는 각성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점심 식사 후 커피를 마시고 나서도 여전히 피곤하고 잠은 쏟아지지만 그때 마신 카페인의 효과는 정작 밤에 나타나서 불면증을 이끌어내는 희한한 상황이었죠.
커피가 졸음 쫓아주고 각성효과를 이끄는 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아데노신은 활동이 많으면 뇌에서 생기는 피로물질입니다. 아데노신과 아데노신 수용체가 결합하면 피로감이나 졸음이 오지만 카페인이 대신 아데노신 수용체와 만나면 피로를 느끼지 못하게 되죠.
그런데 이렇게 되면 결합되지 못한 아데노신이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다가 인체는 아데노신 수용체를 더 생성하게 됩니다. 결국 더 많은 카페인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 생기죠.
저는 커피가 일시적인 각성효과를 일으킬 뿐 피로물질 해소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매일 아침까지는 아니지만 1~2일에 한 번씩은 마시던 커피를 결국 끊게 되었습니다.
요즘 아이들도 식당에 갔을 때 카운터 근처에 커피 자판기가 있으면 슬쩍 쳐다봅니다. 그러고서는 이야기하죠. "아빠, 커피 안 마셔요?"
제가 예전에는 항상 달달함의 극치를 달리는 설탕프림커피를 즐겨마셨는데 요즘에는 그냥 지나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제게 커피를 마시면 안 되냐고 물어보기에 이릅니다.
제가 MBTI나 사주, 별자리 운세 등 다양한 콘텐츠를 참고로만 생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같은 뱃속에서 8개월 동안 자란 아이들인데도
한 녀석은 카페인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한 녀석은 카페인이 조금만 들어가도 잠을 잘 수 없거든요.
심지어 티라미수 같은 케이크만 먹어도 잠을 설칩니다.
완전히 다른 체질이죠.
아이들이 점점 자랄수록 카페인에 대한 유혹은 강해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시험기간만 되면 이런 고카페인 음료의 매출이 10배 이상 급증한다는 뉴스를 봐도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카페인이 각성효과를 줘서 졸음을 쫓을 수 있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오히려 카페인을 과다하게 섭취하게 될 경우 두통이나 짜증, 불안, 신경과민, 불면과 같은 등 신체적 정신적 문제가 나타난다고 합니다.
게다가 특히 어린이나 청소년들은 성인보다 카페인의 부작용이 더 심각합니다. 지나친 카페인 섭취는 칼슘 공급 문제를 일으키는데, 이 경우 뼈의 성장이 지체될뿐더러 성인이 된 후에는 골다공증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심한 경우는 위통, 현기증, 식욕 감퇴와 더불어 심장발작까지 생기기도 합니다.
이런 문제로 인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카페인 권장 섭취량을 하루에 성인 400mg, 임신부 300mg, 어린이는 몸무게 1kg당 2.5mg 이하로 제한할 것을 권고합니다.
그렇지만 에너지 음료에 대한 규제가 심하지 않다 보니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린이들도 다량의 카페인이 포함된 음료수를 쉽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박카스 1병(100ml)만 보더라도 30mg의 무수카페인이 들어있으며, 핫식스와 레드불 그리고 몬스터에너지 같은 편의점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음료에는 한 캔당 50mg 이상의 카페인이 첨가돼 있어서 매우 위험합니다.
게다가 일부 청소년들은 에너지 음료에다가 박카스 같은 자양강장제, 비타민C 음료나 이온음료를 섞어서 마시기도 합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이를 ‘붕붕 드링크’나 ‘붕붕 주스’ 또는 ‘서울대 주스’라고 부르며 제조법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기도 했습니다.
제도적으로는 아무런 제한이 없으니 아이들을 카페인으로부터도 지키는 노력이 부모에게도 필요합니다. 이 글을 쓰면서 아이들에게도 이 문제에 대해서 알려주고 미리 당부를 해줬습니다.
결코 이런 음료를 통한 각성효과는 일시적일 뿐이라고 말이죠.
게임중독, 인터넷중독, 알코올중독은 문제의식이 높은 편이지만 의외로 카페인중독에 대해서는 경각심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도 각성효과를 주는 음료로만 공부에 대한 효율성을 올리려 하지 말고 충분한 휴식과 수면을 취할 방법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이 듭니다.
한 줄 요약 : 만약에 커피 없이 살 수 없다면 자신의 수면습관과 수면의 질에 대해서 진지하게 점검해 볼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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