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번째 글의 여운은 몇 시간 만에 온데간데없고 701번째 글로 달려갑니다. 귀한 시간을 할애해 주셔서 응원해 주시고 축하해 주신 분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지난 연휴 때 저는 가족들과 다 함께 일명 '현장체험학습 대체활동'을 다녀왔습니다. 아마 기억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지난달에 초등학교 현장체험학습 대란에 대해서 말씀드린 적이 있었죠.
결국 학교 측에서는 9월 초에 안전 문제를 우려해 수학여행을 비롯한 현장체험학습을 대부분 취소해 버렸습니다. 9월 말에 정치권에서 학부모, 학생, 버스 업계의 반발을 우려해 부랴부랴 개정안을 발표했지만 그야말로 쏟아진 물은 주워 담을 수 없는 상황이었죠.
개정안이 발표되었지만 공식적으로 학교에서는 여러 문제로 인해 현장체험학습을 재추진하기는 어렵다는 답변이 나왔습니다. 아이들은 아쉬워하면서도 막상 크게 실망하지는 않는 듯해서 다행입니다. 학부모회장이었던 제가 되려 안달복달했던 모양입니다.
현장체험학습,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다만 현장체험학습을 못 가는 대신 해보고 활동이 있다며 새로운 제안을 해옵니다. 바로 1학기 때 현장체험학습으로 다녀온 스포츠몬스터(이하 스몹)라는 실내액티비티 체험장에 다시 가고 싶다는 의견이었죠.
스포츠몬스터 고양점 입구
지난 1학기 때 다녀왔을 때는 한 학년 전체가 가다 보니 한정된 시설에 아이들은 너무 많아서 제대로 경험해 볼 수 없었던 놀이기구들이 눈에 아른거렸던 아쉬웠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전격적으로 2학기 현장체험학습의 대체활동으로 스몹 고양점을 방문하기로 했죠. 미리 말씀드리지만 광고가 아니라 내돈내산입니다. 저는 참고로 겸직금지로 이런 홍보활동은 하지 못합니다.
스몹 하남점도 스타필드에 있는데 고양점도 스타필드에 있더군요. 개장시간인 10시 전에 잘 도착해서 처음으로 '오픈런'이라는 걸 해봅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아이들이 세상 진지합니다. 티켓을 키오스크에서 자동으로 발권받을 수 있어서 편리하긴 했습니다.
여담이지만 홈페이지 가입하면 5천 원 할인을 해준다고 해서 가족 이름으로 신규가입을 해서 추가할인을 기어코 다 받았습니다.
아이들이 다시 오고 싶은 곳이라고 해서 어떤 곳인가 궁금했는데 실내에 다채로운 체험시설을 구성해 놓은 모습에 감탄했습니다. 밖에서 봤을 때는 좁아 보였는데 안으로 들어와 보니 생각보다 넓고 이용할 수 있는 시설도 적지 않았습니다.
기본적인 스포츠 종목인 야구(투구, 타격), 축구, 농구(슈팅, 코트), 핸드볼, 배드민턴, 탁구, 사격, 양궁, 육상은 물론 익스트림 콘텐츠들도 있습니다. 일단 스포츠는 크게 문제 되지 않는데 익스트림 종목들이 문제입니다. 저는 사실 놀이기구를 잘 타지 못합니다.
겁이 많아서가 아니라 멀미의 영향 때문인데요.
저는 멀미에 매우 취약한 체질로 입니다. 그네만 타도 멀미를 하죠. 그런 이유로 상하좌우로 움직임이 큰 놀이기구를 탈 수 없다고 공언해 왔습니다.
그런데 스포츠몬스터에 설치된 높은 곳에 올라가는 활동들은 기계를 이용하는 활동이 아니라 멀미와 전혀 상관이 없었죠.
일단 아이들과 아내가 파라볼릭 슬라이드라는 놀이기구에 도전합니다. 높이는 3단계까지 있는데 아내는 1단계, 한 녀석은 2단계, 한 녀석은 가장 높은 3단계까지 도전해서 성공합니다. 각 단계별로 1.5m 정도씩 차이가 나는 듯해 보였습니다. 저는 겁이 나서 고민 끝에 나중에 하겠다면서 뒤로 빠져버렸죠.
어찌 되었든 도전을 다 마치고 나오는 가족들을 보니 개선장군 같아 보이고 저 자신에게는 창피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껏 힘들게 왔는데 겁을 내며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 미안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다음 도전은 무조건 함께 하겠노라고 아이들과 약속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어드밴쳐라는 콘텐츠를 도전하는데 이 기구는 8~10여 미터 높이에서 와이어에 몸을 맡긴 채 다양한 코스를 통과해야 합니다. 이지모드와 하드모드가 있는데 아내는 쉬운 코스를 선택하고 아이들은 하드를 선택합니다.
어쩔 수 없이 저도 당연히 하드를 선택해야죠. 아들은 아빠의 그림자를 보면서 자라니까요.
쓰고 보니까 첫 도전을 포기한 사람치고는 상당히 뻔뻔한 멘트 같습니다.
처음에 안전요원이 와이어와 제 몸의 안전장치를 연결해 주는데 이런 줄 하나에 내 몸을 맡겨야 한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평소 안전불감증이 아닌 안전우려증이 있는 사람이니 더욱 그럴 수밖에요.
결국 군소리 없이 출발합니다. 아이들이 먼저 앞서 나가고 제가 마지막에 출발합니다.
다행히 총 여섯 개 코스를 잘 마무리해 냅니다. 마지막에는 10미터 높이에서 번지점프를 합니다.
정말 많이 쫄았습니다. 다리를 굽히지 말라는 데도 계속 굽히게 되더군요. 10미터가 가장 공포를 느끼는 높이라는 말이 실감이 나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이 먼저 도전하겠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는데 녀석들도 해냈는데 제가 이번에도 못하면 얼굴을 못 들겠더라고요.
잠시 내적 갈등이 있었으나 저도 잘(?) 내려왔습니다.
세상 초라한 번지점프
적어도 고소공포증은 없는 사람으로 기억될 수 있을 듯합니다. 사실 제 어머니께서는 몽골 여행을 가셨을 때도 가파른 경사진 모래언덕에서 썰매를 타지 못하셨던 아쉬움이 있으셨거든요. 저도 어머니께서 배 아파서 낳은 자식이니 그런 두려움이 있지 않을까 했는데 그건 아니었습니다.
이번 스몹에서 제 체험의 최고봉은 스텝업이라는 놀이기구였습니다. 줄에 의존하지 않고 지름이 60cm 정도 되는 계단만 밟고 올라갑니다. 저도 꼭대기까지 잘 올라갔고 아이들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두 시간여의 시간은 정말 후딱 지나갔습니다. 처음에는 아이들을 위해 어른들이 한 번 놀아준다는 느낌으로 왔는데 어른들도 재미있었습니다. 왜 아이들이 다시 오고 싶어 했는지도 알 수 있었고요. 또 왜 아빠와 엄마가 무조건 함께 해야 한다는 말도 했는지도 깨닫게 되었답니다.
기대치가 전혀 없었던 스포츠몬스터에서의 경험은 어른에게도 즐거웠습니다. 제가 생각보다 쫄보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됨과 동시에 아이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게 되어 이번 현장체험학습 대체활동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