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백자라고 합니다
정확히 두 달이 되던 날, 백자를 데려왔다.
못 본 사이 백자는 털도 제법 많이 나고, 덩치도 커졌으며 신생아? 티를 벗고 있었다.
그 작고 소중한 아기를 품에 안고 떨리는 마음으로 차를 달렸다. 다행히 멀미도 하지 않고 낑낑대지도 않으며 조용히 잠만 잤다. 집에 도착하자 여기저기 냄새를 맡고 물도 벌컥벌컥 들이켜고 쉬야도 한방 시원하게 갈겼다.
제법 적응을 잘하는 것 같았다.
'아! 다행이다!'
그저 신기하게 그 작고 소중한 아기 꼬똥을 안아보고, 바라보고, 웃고, 떠들다 식구들이 저녁을 먹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깜짝 놀라 돌아보니 백자는 창가에 앉아 고개를 하늘로 쳐들고 하울링을 하고 있었다. 울고 있는 것이다. 난생처음 개의 하울링 하는 모습을 보았다.
해는 뉘엿뉘엿 지고 밖은 어느새 깜깜해졌다. 엄마가 보고 싶은 가 보다. 마음이 저려왔다.
얼른 백자를 품에 안았다. 손마디마디에 전해 지는 그 작은 심장의 울림, 콩닥콩닥, 따뜻한 체온..., 살아 숨 쉬는 귀한 존재!
태어난 지 이제 겨우 두 달,
몸무게 1.2kg, 낯선 집, 낯선 냄새, 낯선 사람들.. 아기 백자는 무섭고 슬퍼 보였다.
한참을 안고 있다가 침구에 내려놓자, 잠이 들었다. 나 역시 백자 곁에 누워 그 콩닥거리는 작은 가슴을 바라보며 잠을 청하였다.
똥 먹는 강아지
첫날은 그렇게 무사히 넘어갔고, 나는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
첫아이를 낳고 처음 집으로 데려 왔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경험도 없고, 전대미문 우리 집에 개를 데려온 것은 처음이기에 다 안다고 생각했지만 허둥거렸고, 불안했다.
부모님이 백자를 보러 오셨다. 역시나 개를 싫어하는 엄마는 갑자기 개를 키운다는 말에 놀라셨지만, 궁금은 하셨던 모양이다.
'아! 너무 이쁘다!'
'인형 같네!'
개를 좋아하시는 아빠는 연신 미소를 지으시며, 귀엽다고 함박웃음을 지으셨다.
그때였다.
백자가 갑자기 거실 한가운데에서 똥을 싸기 시작했다. 첫날부터 정확히 패드에 배변을 하던 백자였다.
'어머나 쟤 똥 싼다!'
그리고 곧이어,
'어머나!!! 똥을 먹어!!!' 엄마가 소리쳤다.
모두가 놀라 얼음이 되었고, 그 와중에 백자는 지가 싼 똥을 열심히 먹고 있었다. 개가 우리 집에서 똥을 싸는 것도 처음이지만, 똥 먹는 개는 처음 보았다. 아니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다.
'아니, 똥개도 아니고 좋은 개를 데려 온 거라며? 그런데 무슨 개가 똥을 먹니?' 엄마는 또 놀라 말씀하셨다.
그리고 한바탕 난리가 났다.
백자를 들어 올리고, 똥을 치우고, 이빨을 닦이고.......
온 식구가 허둥거리며, 부산을 떨었다.
그렇게 백자의 똥 먹는 습관은 우리 집에 온 지 이틀째 시작되었고, 그 후로도 오랫동안 고쳐지지 않았다.
이제는 안다.
백자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1. 엄마 강아지는 주변을 깨끗이 해주기 위해 새끼가 싼 똥을 먹어 치우는 경우가 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자란 새끼는 아기 때 엄마와 같은 행동을 한다.
2. 강아지는 불안하면, 갑자기 배변실수를 하거나 자기가 싼 똥을 먹는 경우가 있다. 특히 아기일 때 똥 싸는 모습을 보고 호들갑을 떨거나 소리를 지르면 혼나는 줄 알고 흔적을 없애기 위해 똥을 먹어 치운다.
3. 너무 배가 고프면 똥을 먹는다.
4. 똥을 놀잇감으로 생각하여 가지고 논다.
백자는 2번에 해당하였다.
낯선 집에서 자기를 구경하러 오는 손님들.. 불안이 극도에 달한 상태에서 자신의 똥 싸는 모습을 보고 놀라는 이상한 가족들! 더 놀란 백자는 자기가 싼 똥을 먹어 치움으로 흔적을 없애려 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까지는 나에게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나는 특히나 비위가 약하다. 아기를 둘이나 낳았고 누구보다 사랑이 많은 엄마이지만, 단 한 번도 아이들이 남긴 이유식이나 밥을 먹어 본 적이 없다. 다른 엄마들은 아이들이 남긴 밥을 잘도 먹던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
하물며 개를 데려오기 전 똥, 오줌을 더러워서 어떻게 치우느냐! 고민했던 사람이다.
아! 이건 분명 악몽일 거야!
그날 이후 백자와 나의 똥전쟁이 시작되었다!!!
똥을 먹다니!!!! 용납할 수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