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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킹 Aug 19. 2024

엽기 로봇 김말자 #1

코미디 판타지 소설

말자와의 조우                                                                                                                                                                                    

지금으로부터 대충 100년 후.     

오동추는 밤새 잠 한숨 못 잤다. 왜냐구? 좋아서.      

그는 동이 트자마자, 콧노래를 한껏 부르며 이 동네 유일한 세라믹 알칼리 탄산 유황 온천 목욕탕에서, 오랫동안 묵었던 때를 구석구석 말끔히 벗겼다. 집에 와서도 꽃단장하느라 오두방정을 떨었다.      

화장대에 먼지가 뽀얗게 쌓인 채, 도대체 알 수 없는 기간 동안 방치되었던, 싸구려 보이 드 샤넬 포티파잉 젤 모이스처라이저를 온몸에 처바르고, 짝퉁 아쿠아 디 지오 옴므 애프터 쉐이브 로션을 겨드랑이와 생식기, 가슴, 코, 배꼽 등, 아포크린샘이 있는 부위에 덕지덕지 발랐다. 코털도 눈물 찔끔찔끔 흘리며 정성껏 핀셋으로, 거울을 꼬나보며, 하나씩 하나씩 뽑아내고, 양치질도 아래위로 온 신경을 집중하여 각각 5분씩 구석구석 닦으며, 거의 화석화된 프라그 제거에 용을 썼다.     

마침내 재탄생한 듯, 애기 피부처럼 뽀얀 살결을 세상 밖으로 드러낸 서른아홉의 모태솔로 노총각 오동추. 그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벌거벗은 모습에 만족감을 드러내며, 오늘을 위해 아껴두었던, BYC 속옷 세트와 꼼데가르송 실크 와이셔츠, 브리오니 정장 슈트를 장롱에서 꺼내 낡은 침대에 다소곳이 펼쳐 놓았다. 그는 그것을 바라보며, 한동안 감격에 겨운 듯, 어깨를 들썩이며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렸다. 누군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잘나갔던 게 틀림없는 조상이 남긴, 장인의 고결한 끈기와 인내가 알알이 밴 고급 정장.      

한때 한국 의료계를 쥐락펴락할 정도로 막강한 오씨 가문이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대를 거듭할수록 집안은 쪼그라들기만 하였다. 그러다 아버지 대에서 완전히 폭망하고 말았다. 그러니 일가친척뿐만 아니라 가족도 제각각 뿔뿔이 흩어졌다. 오동추는 이제 고아와 다름없는 신세였다. 늘 외로움이 그의 곁을 귀신처럼 지켰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외로워하지 않아도 된 거야! 그럼! 이제 더는 아냐!’     

오동추는 눈물을 훔치며 속으로 외쳤다. 드디어 그의 여자친구가 생길 찰나였다.     

9개월간의 긴 기다림 끝에, 마침내 그의 여인이 입고되었다는 메시지를, 중고 거래사이트 전문업체 <단무지>에서 통보받았다. 그는 그 소식에 세상을 다 가진 듯, 황홀한 행복감을 느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여친을 만들기 위해 그의 쥐꼬리만 한 봉급을 쪼개고 쪼개, 극한의 인내와 끈기로 수년 동안 돈을 알뜰살뜰 모았다. 정말이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눈물겨운 과정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 결실을 이제 보게 된 것이다.     

오동추는 서둘러 집을 나섰다. 잠시 드론 택시로 편하게 약속 장소까지 갈까 하다가, 시간이 아직 많은 남은 관계로, 물론 돈도 넉넉하지 않은 관계로, 도곡동 하이퍼루프 열차 7번 출구로 방향을 돌렸다. 그는 길을 걸으며, 싸구려에 디자인도 구린 파인애플 스마트 안경을 쓰고, 단무지에서 받은 여친 카탈로그를 화면에 띄워 다시 한번 살폈다. 수백 번도 더 본 그 카탈로그를.     

길고 긴 밤을 외로움으로 울부짖는가엾은 늑대를 쏙 빼닮은 당신

이제 더 이상 자위에 소중한 당신을 맡기지 마세요!

이 세상 당신이 꿈꾸는 모든 에로틱 판타지를 위하여

눈부신 미모와 청순한 마음완벽한 몸매의 여친이 당신을 찾아갑니다

 

제조사 및 모델 : <홍콩 다이내믹스안드로이드 형 휴머노이드 사이보그 로봇 시리즈 Sz

사양 블루엑스 NPU 하피온 X999 탑재블루마인드 오픈 AI GPT-44. 17세대 인공지능.

재질 티타늄 91%, 그 밖에 텅스텐코바인바모넬 성분 각각 1% 이상 함유한 내열합금.

피부 하이드로젤 91.94% 특수 합성물질로 표면 인식조작쓰다듬기꼬집기비틀기 가능

모델명 클래식 아시아 청순미 슈퍼스타 컬렉션 시리즈

추천 인기 상품 김태이 xx, 송애교 xx, 전지은 xx, 김이선 xx, 전도은 xx     

오동추는 뛰는 가슴을 주체하지 못하고 폴짝폴짝 뛰면서 카탈로그의 다음 장을 넘겼다. 그러자 클래식 시리즈에 걸맞게, 2000년대를 대표하는 미녀들을 쏙 빼닮은 사이보그 모델들의 3D 영상이 눈앞에서 환상같이 펼쳐졌다. 그녀들은 한결같이 고혹한 미소와 섹시한 자태를 뽐내며 오동추님을 유혹하는 듯했다. 동추는 어느새 침을 꼴깍꼴깍 삼키며 그녀들 속으로 다시 한번 빠져들어 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는 마치 전봇대에 부딪힌 듯, 띵하며 눈앞이 캄캄하더니 갑자기 별들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하는 상태로 길에 풀썩 쓰러지고 말았다.      

“야! 인마! 동추야! 이 띨띨한 놈아! 너 어따 정신 팔고 다니는 거냐! 응?”     

오동추는 비뚤어진 스마트 안경을 벗고 정신을 차린 뒤 소리 나는 쪽을 보았다. 장이수와 그의 졸개들이 누런 이빨을 드러낸 채 히죽거리며 오동추를 둘러싼 채, 째려보고 있었다. 특히, 장이수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LA 야구 방망이를 지팡이 삼아 한쪽 다리를 덜덜 떨고 있었다. 오동추는 조금 전에 자신이 부딪힌 것이 전봇대가 아니라 그의 야구 방망이였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아직도 띵한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동추야! 니 오늘 뭐 억수로 좋은데 가는갑네? 요렇게 쫙 빼입고 응? 기생 오래비같이 응? 하하하”     

장이수 말에 졸개들도 눈치껏 덩달아 웃어 제겼다. 오동추는 헝클어진 정장을 한번 털고는 일어나 장이수의 눈길을 피한 채, 고개를 푹 숙이고 그 자리를 빠져나가려고 하였다. 하지만 장이수의 야구 방망이가 그의 진로를 막았다.     

“어허! 동추야! 이 배은망덕한 놈아! 어른이 말씀하시는데 일언방구도 없이 토끼면 쓰겄냐? 응? 이 덜떨어진 놈아.”     

그 순간, 졸개 중 검은 뿔 태 안경을 쓰고 호리호리한 녀석이 불쑥 장이수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두목! 일언방구가 아니라 일언반구입니다. 한마디의 말과 반 구절이라는 뜻으로….”     

“뭐라?”     

장이수는 버럭 화를 내며 그 졸개를 째려봤다. 그 순간, 모든 졸개의 미소가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이 싹 사라졌다. 장이수는 험상궂은 표정을 풀지 않은 채, 다시 시선을 동추에게로 돌려, 야구 방망이로 그의 배를 툭툭 치며 협박성 멘토를 날렸다.     

“동추야! 니 오늘이 무슨 날인가는 알제?”     

“오늘???”     

오동추는 순식간에 빛의 속도로 오늘이 장이수와 무슨 관계인지를 추론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오늘은 <그녀를 만나러 가는 날> 외에는 도저히 머릿속에 맺히는 게 없었다.     

“오늘이 무슨 날인 거지? 이수야?”     

동추와 보육원,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동창인 장이수는 동추의 되물음에 기가 찬다는 듯이 썩은 미소를 날리며 야구 방망이로 동추의 머리를 툭툭 쳤다.      

“이 찌질한 말라리아 같은 놈아! 니 대가리는 정화조 똥물 뺄 때만 쓰냐? 생각을 해! 생각을! 그냥 확 눈깔이 먹물 뽑아가꼬 먹물 크림 파스타 해 먹고 흰자로 쓰리쿠션 날릴 새끼야! 오늘이 이자날아냐! 이자!”      

“하지만 이수야, 지난달에 모두 갚았잖아.”     

동추는 억울한 표정을 얼굴에 새기며 장이수의 달달거리는 발끝을 쳐다봤다. 그러자 이수는 마치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으로 끌려가는 몽테크리스토 백작으로 빙의라도 한 듯 이글거리는 적개심을 품은 채, 졸개들을 둘러보며 빈정거렸다.     

“이것 봐라! 이것 봐라! 내 이럴 줄 알았당게! 이래서 내가 대한민국 교육시스템의 무용함에 동질감을 피력하지 않을 수 없다는 거 아냐! 그놈의 지긋지긋한 사지선다형 시험문제. 늘 찍기만 잘하지 도대체가 사회에 나와서 써 먹을께 없다 아이가! 동추야! 이 대가리에 변만 가득한 놈아! 변동금리! 변동금리도 모르냐?”     

“변동금리라고?”     

동추는, 여친을 하루라도 빨리 구입하기 위해, 장이수가 몸담은 <새출발 행복 상호금융>에서 <상생쾌락대출>을 받았다가 수년 동안 이수에게 시달리고 지난달에야 겨우 벗어났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는 지금 듣도보지도 못한 새로운 용어 <변동금리>라는 말에 머리가 다시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래! 변동금리! 이 돌대가리 식충아! 약정한 금리 재산정주기마다 대출금리가 달라지는 금리! 귀가 똥구멍에 박혔으니 방귀 소리밖에 안 들리지?”     

장이수는 머리를 한번 쓰윽 돌리고는 졸개들을 바라보며 우쭐대며 말했다.      

“아그들아! 내가 이래서 이 비즈니스를 매니저 하기가 어렵다는 거야! 내 돈 빌려 가는 놈들 다 요 모양 저 꼬라지니까! 하나같이 지적 수준, 공감 능력, 성 인지 감수성이 개차반이거든…. 내가 귀에 못이 박히게 논리적으로 조곤조곤 설명해도 당최 알아 처먹지를 못해!”     

장이수는 잠시 그르륵 거리더니 바닥에 굵고 노르끼리한 가래침을 멋있는 곡선으로 툭 뱉고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한준 통화정책의 결정으 근간이 되는 CPI 소비자 물가 지표에 으거한 변동금리 상승. 그러니 동추야! 이 불쌍한 자괴감 덩어리야! 그러니까 너는 라스파이레스 산식에 으거하여 앞으로 1년 4개월 동안 7.94 퍼센트의 이자를 더 내야 한다 이 말인 거야! 알것냐?”     

“앞으로 1년 4개월 동안이나 더?”     

동추는 이수의 눈치를 살살 보며 조용히 되물었다.     

“그래! 마저! 동추야! 이제 말이 좀 통하네! 우리 동기 동창 똥추야!”     

장이수는 마치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라도 하는 듯, 동추를 격하게 껴안으며, 썩은 내 가득한 입을 동추에 귀에 가져가더니 속삭였다.      

“동추야! 마니 힘들제? 내 다 안다. 내 중학생 때 나 대신 니가 마니 맞았다는 거 내 다 안다. 그러니께 내가 특별히 4개월 깍아주께. 1년 동안만 내라. 내 마음 니도 알제? 사랑한데이.”     

이수는 동추의 볼이 빨개지도록 뽀뽀를 몇 번 하고는 그를 풀어주었다.      

“그래, 고맙다 이수야. 그런데 지금 당장 돈이 없는데…. 이번 주까지 갚으면 안 될까?”     

“뭐라? 돈이 없다고?”     

동추의 말에 이수는 삽시간에 조리돌림당하는 하이에나처럼 표정을 바꾸고는 으르렁거렸다.      

“야! 아그들아! 안 되겠다. 나의 지극정성 선한 영향력을 배신으로 되갚으려는 자. 어떤 형벌을 내려야 나의 이 처절한 배신감을 쓰다듬을 수 있겄냐?”     

*************     

장이수 똘마니들에게 꼼데가르송 실크 와이셔츠와 브리오니 정장 슈트, 파인애플 스마트 안경을 강탈당한 오동추는 그들이 던져주고 간 몸뻬 바지를 입고 펄럭거리며 열차역으로 뛰어갔다. 약속 시간까지 가려면 서둘러야 했다. 행인들이 하나같이 동추를 쳐다보고는 킥킥거리기 시작했다. 그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여친을 만난다는 사명감 하나로 꾹 참고 열차를 겨우 탔다.      

시간에 겨우 맞추어 단무지 고객 센터에 도착한 동추는, 이마에 삐질삐질 흐르는 땀을 손으로 연신 닦으며 로봇 여직원에게 바코드가 새겨진 3D 주문 창을 띄웠다. 담당 직원은 난닝구 바람으로 앉아 있는 동추를 의심의 눈초리로 째려보면서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고객님, 실례지만 아무래도 정밀 인증을 하여야겠습니다.”      

하는 수 없이 동추는 혓바닥을 길게 내밀고 눈을 크게 뜬 다음 두 손바닥을 앞으로 폈다. 그녀는 스캔 건으로 동추의 안구, 혓바닥, 두 손바닥을 스캔하여 인증을 마쳤다.      

“반갑습니다. 오동추 고객님. 도곡동 민재 골목 4가 흥민빌라 1층 다동에 사시고요?      

”네, 맞습니다.“     

동추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주문하신 물품은 2044년 출시, 중고 <홍콩다이 X999 티타 클래식 아시아 청순미 슈퍼스타 전지은 44 컬렉션> 맞으시고요?“     

”네! 정확하게 맞습니다.“     

동추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속으로 함성을 질렀다.     

‘드디어 내 여인을 만난다! 조상님! 고맙습니다! 드디어 혼자이거나, 외롭거나, 고독하거나에서 둘이거나 재밌거나 바쁘거나로 바뀐다. 뼈에 사무치도록 풍족했던 혼자만의 시간들... 아듀! 바이바이! 아디오스! 사요나라! 츄스! 땀 비엣! 빠까! 챠오! 싸왓디! 짜이젠!’     

”네. 고객님. 제품 성함은 <김말자>이고요. 현재 69번 방에 세팅하였습니다. 그쪽으로 이동하시면 되겠습니다.“     

”네? 성함이 김말자라고요?“     

”네. 맞습니다. 고객님. 무슨 문제가 있으신가요?“     

”아, 아, 아니…. 그냥 이름이 너무 촌스러운 것 같아서.“     

”아, 네 고객님. 이전에 이 제품을 처음 사용하신 분이 백 열여덟 살의 노인이셨는데 아흔에 돌아가신 막내딸을 잊지 못해 그렇게 작명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혹시 이름을 바꾸고 싶으신가요? 사만구천구백 원만 내시면 한국 사이보그 관리 공단을 통해 개명 가능합니다. 고객님. 신청하시겠습니까?“     

”허걱! 오만 원이나 내야 한다고요? 그깟 이름하나 바꾸는데?“     

”아뇨! 사만구천구백 원 내시면 됩니다. 고객님. 그깟 이름하나 바꾸시려면.“     

로봇 여직원은, 오늘도 진상 고객에게 많이 당한 듯, 동추를 째려보며, 별 떨거지 같은 놈이 다 있다는 듯, 빈정거리며 말했다. 빈털터리 동추는 하는 수 없이 69번 방 스마트 키를 받아 들고 고객 센터 옆, 단무지 직영 <야리꾸리한밤> 모텔로 향했다.     

*************     

69번 방문을 열고,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조심스레 들어간 동추는 순간 흠칫하며 놀라고 말았다. 붉고 흐릿한 조명 속에 그가 마주한 것은 세로로 세워진 관이었다. 마치 공포 체험 파크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우씨! 이게 뭐지?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같네.’     

동추는 후덜거리는 걸음을 한 발짝 한 발짝 내디디며 마침내 관 뚜껑에 붙은 경고문을 확인했다.     

‘성명 : 김말자’     

‘주의 사항 : 단무지 관계자 외 절대 개봉 금지. 허가되지 않은 개봉으로 인한 파손, 불량, 오작동에 대해서 저희 업체는 절대 책임지지 않습니다.’     

동추는 관에 무심결에 얹어 놓았던 손을 화들짝 떼며 뒤로 물러났다.      

‘우씨! 큰일 날 뻔했네!’     

동추는 놀란 가슴을 진정하며 사방을 두리번거리다 요란한 장식으로 된 둥근 침대를 발견하고 그곳에 엉덩이를 살짝 갖다 댔다. 그러자 물컹하며 그의 엉덩이가 쑥 들어갔다. 그는 가까스로 균형을 잡으며 속으로 외쳤다.     

‘아이코!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바로 그 물침대라는 거구나! 하하하.’     

동추는 어린애처럼 엉덩이를 들었다 놓았다 하면서 꿀렁거리는 침대에 몸을 맡겼다. 그런데 그 순간, 침대가 서서히 돌아가기 시작했다. 동시에 침대 위 사이키 조명이 울긋불긋한 빛을 사방팔방으로 발산하며 정통 카바레 뮤직이 천장에서 흘러나왔다. 신이 난 동추는 대자로 드러누워 천장에 붙은 원형 거울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난닝구와 몸뻬 차림을 한, 꾀죄죄한 중년 아저씨가 헤죽헤죽 웃고 있었다. 거울 속에 비친 자기 모습을 자각한 동추는, 갑자기 웃음을 싹 거두고, 만약 김말자가 자신을 처음 보고 실망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걱정도 잠시, 갑자기 방문이 벌컥 열리면서 한 청년이 뛰어 들어왔다. 그는 갈색 작업복을 입고 숨을 헐떡이며 자신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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