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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nNee Apr 14. 2022

20년 9월 단편소설 [서예강습], 21년 2월,

단편소설 [어떤 물질의 사랑]

20210218

[어떤 물질의 사랑] (2020, 단편 소설, 천선란 작가)

배꼽이 없는 주인공을 현실로 불러왔다. 너무나 당연하게. 

성별 중립 혹은 무차별적 상상을 할 수 있는 사람은 현실세계에 답이 안 나온다고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그래서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 아무렇지 않게 상상력을 발휘하여 우주에서 근원을 끌고 내려와 다시 우주로 상상력을 쭉쭉 펼칠 수 있다는 것에 속이 시원했다. 

젊은 작가들의 편안하면서도 쭉쭉 뻗는 듯한 필력들이 아주 맘에 든다. 

천선란, 김초엽.. 그 외 요즘 장르 문학의 많은 작가들도.


20200923

[서예강습] (1969~1970,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주간 아사히)

(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중에서, 북스피어, 2009)

주인공 남자는 굉장히 의심이 많은 성격에 상상력이 풍부한 남자이다. 또한

 유약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성격을 지닌다.  은행 직원으로 월급쟁이 삶을 살면서 색을 밝히는데, 자신의 능력을 넘어서는 여자를 만나니까 끙끙대면서 또 다른 여자들을 보며 환상을 키운다. 

기모노집 부인- 고서점 부인 - 술집 여자 - 아내. 


현시점에서 이런 남자가 프로타고니스트라면 너무 매력이 없지만, 만약 이 남자가 안타고니스트가 된다면 이야기는 가능하다.  월급쟁이의 삶을 평범하게 살지만, 자기 아내에게는 만족하지 못하겠고, 다른 남자의 아내가 탐이 나서 매일 그 가게에 들른다. 그러나 그 여자에게 다른 남자가 있는 것 같다고 의심이나 하다가.. 자기 등꼴 빼먹으려는 여자에게 걸려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성욕만 해소한다. (여기까진 어딘가 상당히 전형적이다.)  그걸 해소하기 위해 서예 강습을 받는다.  이것이 의외의 전개다. 

그런데 서예 강습 선생이 러브 모텔을 하는 거라 믿은 남자는 자신의 범죄를 감출 수 있는 살인을 하겠다고 계획을 짠다. 자신의 지질함을 덮기 위해 남의 약점을 이용하는 전형성은 지질함이 발현된 사악함이다. 

그런데 실상은 러브모텔이 아니라, 장물을 처리해주는 은신처 같은 곳이어서 서예 선생이 사건 신고를 할 수 없었던 것. 


세이초의 구성을 짜는 능력과 평범한 사람을 범죄로 빠져드는 과정을 묘사하는 능력은 늘 감탄스럽다. 

범죄에 빠져드는 중 주변의 풍경을 녹여내는 능력은 단연 최고다. 미야베 미유키나 히가시노 게이고보다 나는 세이초가 최곤거 같다. 특히 <서예강습>에서 평범한 아내를 지겨워하던 남자가, 고서점 아내를 탐하다 술집 여자를 만나서 도망치지 못해 허우적 대는 구성을 보여준 후, 기모노점 부인이 서예학원을 주택가에 냈다는 설정. 그리고, 술집 여자 때문에 근심이 심해서 서예를 배워야 했다는 설정이 후에 밀실 살인-장물 은신 - 서예와 장물, 살인의 대비로 이어진다는 점이 발칙해서 좋다.  


 살인사건을 다루는 장르물은 단순히 주인공과 살인이 바로 이어져서 숨거나, 도망가거나, 끙끙대는 틀을 짰을 것만 같다. 그런데 세이초는 고서점 여성을 흠모하고, 그 여자 때문에 술집 여자한테 엮인 것처럼 남 탓하는 주인공을 그려낸다. 그리고 그런 고서점 여성이 살해당한 설정을 다시 서예 장소로 엮는다. 아내에게 사준 기모노- 기모노 도둑맞음 - 비싼 기모노라 아내가 탐정 짓을 하고. 이 모든 것이 주인공의 범행이 밝혀지는 과정이 되는 구성은 탁월하다.  특히, 아내에게 사준 기모노. 

술집 여자에게 수많은 기모노를 사줬기 때문에 술집 여자가 이제 없어서 미안한 마음에 아내에게 사줬던 비싼 기모노. 그 기모노 때문에 발목 잡히는 남편의 모습이 너무 통쾌하다. 


 저 아내의 캐릭터도 흥미롭다.  남편에게 무시당하다 어느 날 남편이 사준 기모노에 감동하여 아껴 입으려다 도둑맞자 끈기를 발휘하며 추적한다.  눈썰미도 보통이 아니다. 자신이 너무 좋아했기 때문에. 각색을 한다면 이 분이 주인공이 돼야 될 것 같다. 


세이초의 소설은 단편보다 중편 이상이 훨씬 좋은 것 같긴 하다. 

다만, 주인공들이 머리로 추리를 너무 많이 하는 것이 좀 힘들긴 한데.. 60년대, 70년대 소설임을 감안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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