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대표의 좌충우돌 사업 이야기 - 1월 23일 목요일
나에게 회식이라는 단어는 꽤 낯설고 불편하기까지 하다. 방송국에서 프리랜서로 2년 가까이 일한 경험 외에는 어디 조직에 속해본 적이 없는 나는 역시 회식을 가져본 경험이 많지 않다. 여기에서 말하는 회식이란 업무의 연장인 듯한 느낌이 팍팍 들게 하는, 그다지 가고 싶지 않지만 가지 않을 수 없는, 약간의 의무감마저 띠고 있는 회식을 말한다.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잦은 회식은 강한 스트레스로 연결된다고 한다. 메뉴야 맛있는 거지만 차라리 집에 가서 라면 한 사발 끓여먹고 싶다고까지 말하는 친구들도 있다. 고기가 입으로 들어가는 건지 코로 들어가는 건지 모를 정도로 상사 눈치를 봐야하기도 하고, 마시기 싫은 술도 억지로 마시다보니 속은 부글부글 끓는다고 한다. 맛을 정하는 건 음식 본연의 특징이 아니라 누구와 먹는지, 어떤 목적으로 먹는지 라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다. 그래서 경험도 없고, 조직문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는 회식이라는 단어가 낯설고 불편하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도 회식이라는 글자가 기다려질 때가 있다. 좋아하는 사람들하고 하는 회식. 회식의 한자를 보면 모일 회에 먹을 식 아닌가? 회식의 의미를 확대해서 모여서 먹는 식사를 회식이라고 봤을 때는 그 단어가 반가울 때가 종종 있다. 오늘 그런 회식을 했다.
스카이공부방이라는 이름의 방송을 하고 있다. 스카이는 한국의 대학 줄세우기의 가장 앞에 있는 그 스카이가 맞다. 서울대를 나온 친구, 고려대를 나온 친구, 그리고 연세대를 나온 나 이렇게 세 명이 모여서 공부 방법도 전달해주고, 공부 외적으로 학부모나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하는 방송이다. 물론 방송은 유튜브로 나가고 있다. 시즌 1을 종료하고 쉬던 중 아주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유튜브 방송이었던 스카이공부방이 KT의 올레TV에 송출되기로 결정됐다는 것 아닌가? 드디어 우리의 프로그램이 TV로 진출한 역사적인 순간을 맞았다. 물론 셋 다 공교롭게도 올레TV를 보지 않아서 직접 모니터링은 하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텔레비전 편성표에서 스카이공부방이라는 이름을 봤을 때의 감동이란. 이런 소식을 듣고 어떻게 안 모일 수 있겠나? TV 진출 축하 겸 스카이공부방 시즌2 제작 회의 겸 해서 회식을 하기로 했다.
당산의 한 횟집에 모인 셋. 둘은 단골인 모양인가 보다. 종업원과 농을 나누며 메뉴를 주문하고, 본격적인 식사를 시작했다. 맛있는 회 한 점, 얼굴 빨개지는 자화자찬 한 번에 분위기는 깊어져간다. 이런 회식은 참 즐겁다. 일 이야기를 하면서도 행복하다. 우리 셋은 참 통하는 게 많다. 나이도 같은데,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도 비슷하고, 가치관도 뚜렷하고 비슷하다. 물론 둘은 키가 크다. 그건 다르네. 한 명은 190cm가 넘어 보이고, 다른 한 명도 180cm는 족히 되어 보인다. 키는 중요하지 않다. 어쨌든 좋은 친구들과 재밌는 일을 소위 작당모의하며 맛있는 음식을 먹으니 이 자리가 회식이라는 낯설고 불편한 단어가 붙은들 어떠하리.
횟집 앞 양꼬치집으로 자리를 옮긴 셋. 배도 빵빵해졌겠다, 마음 잘 통하는 친구들도 있겠다, 일도 술술 풀려나가는 모양새에 이보다 더 행복할 수가 없다. 사실 이제는 레거시라고 불릴 정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하지만 여전히 전통 미디어의 강자인 TV에 진출했다는 건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것도 프로그램의 의뢰를 받아 제작한 게 아니라, 제작된 프로그램이 인정을 받아 TV에 송출된다는 것. 실로 기적 같은 일이다. 이 자체로 돈이 되진 않지만 우리의 경험과 성공은 굉장한 자산이 될 것이다.
다 먹고 나온 셋. 거나하게 취한, 키 큰 둘을 호위무사처럼 양 옆에 데리고 걸어가는 길이 참 든든하다. 앞으로도 이 친구들과 재미있는 ‘작당모의’ 많이 해야지. 그리고 이들과 함께 하는 회식은 언제고 즐겁고 편안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스카이공부방은 계속해서 유튜브를 베이스캠프로 하여 올레TV에 송출됩니다. 많이 시청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