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의 에피소드
화이트데이지만 전혀 관련 없는 그 날의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아버지가 국립암센터 방문 예약을 해서 고향 대구에서 서울로 미리 올라와 있는 상황이었다. 국립암센터 방문 날짜에 맞춰서 오면 시간이 촉박해서 미리 올라와 계셨다. 방문하기 며칠 전의 일이다.
나는 아침 6시까지 일을 하러 혼자 나가야 했다. 새벽에 일어나서 준비를 하고 주무시는 아버지를 깨우지 않고 나갔다. 오전에는 별 일이 없었는지 내 전화기는 조용했다. 점심이 조금 지난 시각, 아버지에게서 연락이 왔다. 혼자 두고 아침에 나가면서 말도 없이 갔냐고. 어제 나간다고 미리 말씀을 드려서 안 깨우고 간 거라고 했다. 혼자 계시기에 적적하셨는지 가까운 데라도 나갔다 오겠다고 해서 길을 잘 보고 멀리 가지 말라고 당부하고 끊었다. 30분 정도가 지났을까. ‘여기 어딘지 모르겠다. 길을 잃은 것 같다’고 전화가 왔다. 내가 갈 수도 없는 상황이라, 주변에 보이는 것들을 알려달라고 했고 한참을 설명하고 통화하다가- 아버지는 못 찾겠다고 하고 그냥 전화를 끊어버리셨다. 멀지 않은 거리였지만 아무래도 연세가 있다 보니 쉽게 찾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전화를 끊기 전에 아버지께 가까운 마트를 찾아가라고 했고, 끊은 후에는 아버지가 그 마트를 찾은 다음에 연락이 오기를 바랄 수밖에..
다시 전화가 왔고 마트를 찾아서 그 안에 있다고 했다. 직원 분을 바꿔달라고 하고 건물을 설명했더니 친절하게 아버지께 잘 알려주셨다. 마트를 나가서 그대로 150~200미터를 직진하면 바로 그 건물이었다. 마트 기준으로 앞에 앞에 있는 건물ㅎ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는 그거를 왜 못 찾지? 하지만 연세가 드신 분들은 그럴 수도 있는 법. 그래서 혼자 다니실 때에는 항상 주변을 잘 보거나 멀리 가게 하면 안 되겠다는 걸 다시금 깨달은 잠깐의 에피소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