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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처럼 단풍처럼

by 원우

사랑은 가을처럼 단풍처럼 도망만 가고


가시밭을 헤쳐 가는 용사 울퉁불퉁한 달은 어여뻐만 보일지도 모릅니다


부엉이가 울고 오래된 종이가 웁니다 빈 들판 위 어둡게 돌아가는 물레방아도 울기로 합니다


불 꺼진 세상에서는 표지판이

불 꺼진 자들을 이끕니다 나무도 자라고 바람도 부는 곳입니다 날카롭게


풀 죽은 나무의 주저앉음을 가만히 지켜봅니다 실패는 있어도 악은 없습니다 선한 밤공기가 스치는


사랑은 가을처럼 단풍처럼 도망만 가고 지구는 또다시 일기를 씁니다 마침표를 쉽사리 찍는 것은

다음 장에도 하늘이 높아서 나를 자꾸만 깨우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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