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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 스트라이크

by 원우

그대 등을 보여주세요
서리 맺힌
이른 봄의 좌절이 듬뿍 묻은 등을

나는 그것을 기개라고 했고
너는 터널 같다고 했다

죄의식은 도덕이
도덕은 사랑이 이끌지만
너에게는 한 점 부끄럼 없길 바라

바나나 우유를 여리게 내주었다
그것은 네가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
내가 사랑을 또한 잊는 방식

영어를 잘 못해 외국 노래는 모두 슬프게 듣는다는 너를
바라봄으로써
나는 깨달아야 할 것을 깨달았고
동시에 망각했다 의식적으로

"이 타코야키가 내 사랑이야"
"다 먹었네?"
"그럼 이제 네가 내 사랑이야"

난 사실 봄을 아주 싫어했어
가을 같았거든

오르골을 만든 자는 기쁘고
받은 자는 슬프다
반대라면 겸허히 공장을 찾겠다

3월,
우리가 처음 맞는 봄,
너는 죽었다.
벚꽃이 벚꽃이 벚꽃처럼 흩날리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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