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중년의 여성분이 예약 없이 놀란 표정으로 동물병원에 들어오셨다. 보호자님께 안겨있는 강아지는 무엇을 먹었는지 입주위가 붉게 물들어 있다.
"어떻게 오셨나요?" 나의 시선은 강아지의 입가에 머물렀다.
"아니... 그게... 잠깐 설거지를 하고 있었어요. 꽁이가 글쎄 치킨 한 마리를 다 먹은 것 같아요.. 치킨은 먹으면 안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괜찮을까요?" 죄책감과 당혹스러움이 목소리에 담겨 있었다.
"많이 놀라셨겠습니다. 꽁이 입을 보면 양념치킨인 것 같은데.. 몇 조각도 아니고 한 마리를 정말로 다 먹은 건가요?"
작은 목소리로 맞다고 간신히 대답하셨다. 다행히 구토는 없었고, 활력도 평소와 같다고 하셨다.
치킨을 먹는 경우 췌장염에 걸릴 위험이 있고, 양념에 강아지가 먹어서는 안 되는 파, 양파, 마늘 등이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 복부 방사선을 찍고 몇 가지 혈액검사를 진행했다.
아니나 다를까 닭뼈 한 무더기가 위 안에 가득 차있었다. 대부분 초콜릿이나, 포도 등 먹지 말아야 할 음식을 잘못 먹으면 구토를 유발하는 처치를 한다. 하지만, 닭뼈는 구토 시 위, 식도 손상 가능성이 있어 구토를 유발해서는 안 된다. 위 내에서도 날카로운 뼈가 위를 손상시킬 수 있고, 장으로 넘어가면서도 천공이 생겨 패혈증 (전신 감염), 복막염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대부분은 하루 정도 지나면 소화돼서 넘어가는 편인데, 간혹 잘 넘어가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위에서 전혀 내려가지 못한다면, 수술을 해서 제거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뼈들이 장을 지나가면서 손상시키면, 장 속 내용물들이 배 안에 흘러나가서 감염을 일으키는 경우도 간혹 있기는 합니다. 그런 경우에는 응급 수술이 필요하지만, 대부분은 소화가 돼서 넘어가는 편이에요. 다행히 수치상 췌장염은 없는데, 하루 이틀 동안은 구토를 하는지 기력은 괜찮은지 잘 살펴봐야 합니다."
하루 입원 후 다음날 다시 복부 방사선을 찍어봤다. 위에 있는 것은 절반 정도는 사라졌고, 장 쪽으로도 잘 넘어가고 있었다. 꽁이는 왜 자신이 입원장 안에 있어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장을 열면 얼른 나와서 안아달라고 꼬리를 흔들었다. 기력도 좋고, 뼈도 소화가 잘 되고 있어서, 내복약을 처방하고 집에서 지켜보기로 했다.
"보호자님, 아마 괜찮을 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2~3일 정도 지켜보시고 이상 있으면 꼭 내원해 주세요. 이런 일이 종종 있어요 보호자님. 너무 자책하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먹는 순간에는 행복했지 꽁이야..? 무거워 보이는 보호자님의 발걸음과는 달리, 동물병원을 나서는 꽁이 발걸음은 더할 나위 없이 가벼워 보였다.
이야기의 강아지 또는 고양이 이름은 가명입니다. 정보 보호를 위해 약간의 각색이 있을 수 있습니다.
반려견이 먹어서는 안 되는 음식은 꼭 기억해 주는 게 좋습니다. 대표적으로 파, 양파, 마늘, 무화과, 체리, 덜 익은 토마토, 과일 씨앗, 초콜릿, 포도, 견과류 등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사람이 먹는 음식은 강아지에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이 먹는 음식은 주지 않는 것이 좋으며, 검증된 사료와 간식만 주시는 것을 추천합니다.